까만 사과 / 김기린
까만 사과가 있다니
사과나무에 아귀처럼 걸릴 때
누군가 칼을 찾고 있었어
메밀이나 열리던 밭
흐븟한* 미소를 달고 살던 나날
우리 동네 가을은 언덕 위 사과로 붉어지겠지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도 탐낼만한
사과가 덩실덩실 춤을 추겠지
그해 가을, 추석은 다가오는데
붉은 노을빛 저물어가는데
사과는 달처럼 커지지 않고
내 마음은 햇볕에 그을린 해바라기 씨처럼
깎아 놓으면 속살은 허연 것이
까만 것도 붉은 것도
속살은 사과꽃처럼 하얀 것이
꼭지엔 어린 봄날의 흔적만 남아서는
참말로 달대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에서 차용
방송대 국문과 김신정교수님께서 시창작 기말시험을 과제로 내주셨습니다. '사과'에 대해 자작시를 쓰라고 것인데... 그래서 사과 하나 베어 물듯 급하게 써 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