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란 건 없고 있을 수도 없어

by 신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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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실에 대해 깊게 마음을 기울였다. 오랜 친구 A와 만났을 때 나오는 단골 화두기도 하다. 보통 한 인간의 의도를 헤아리는 과정에서 '팩트'를 언급하게 되므로,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진심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그렇다고 감상적인 마음으로 치정 관계를 엿보려 든 건 아니다. 인간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말과 행동, 예컨대 거짓말과 범법 따위의 것들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함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여럿이었으므로 새벽 내내 화장대에 앉아, 거리를 돌며, 또는 숙박업소에 누워 진실을 찾아 헤매었다. 불행히도 추론은 대부분 맞았고, 알게 된 이후부터는 기만을 감내할 이유가 없어졌기에 이별을 택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여러 사람을 스쳐 보내고 남은 건 둘뿐이다. 가장 가까운 화두는 사랑이었다. 사람과 감정과 진정성을 하나로 늘여 세우면 도달하는 상투적인 종착지다. 이토록 갈피를 잡기 어려운 대화는 처음이었고, 나는 끝내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막막함, 이상도 이하도 느끼기 어렵다. 다루기가 어렵고 시작과 끝이 불가해하다. 믿음직한 명제 하나만이 빈 자리에 남았다. 모든 감정은 입으로 내뱉고 있는 순간에만 진실하다. 사랑 역시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으로 인간은, 적어도 감정에 한해서는 안정된 상태를 추구한다. 인간의 마음은 쉽게 변한다. 여기서 나를 걸려 넘트리는 건 보편성이다. '보편적으로' 앞선 표현을 생각하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곱씹게 된다. 예컨대 인간의 본성은 현세에 추구되는 도덕성과 거리가 있고, 다만 부단한 의지만이 우리를 안전한 사회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건 아닐까. 암묵적 규율로써 보편적인 선을 강요하는 것, 어쩌면 인간성이야말로 민주적 개혁의 결과물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가변성이 높은 감정을 다스려, 선에 가깝게 사리를 살피고 판단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강도 높은 진실과 사랑에의 추구 아닐까. 물론 기술 발전에 따른 확증 편향 심화, 보편성의 붕괴와 같은 현상을 고려한다면 이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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