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뛰어넘는 친절

친절한 사장님

by ONNA

사장님, 대표님, CEO라는 직함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상호 간 평등한 대화보다는 상대를 제압하려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차 자신의 성취를 타인에게 전시하듯 선보이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직위가 높아질수록 사회가 요구하는 무게와 품위를 넘어서는 위압감을 조성하고 업무지시를 넘어서는 갑질을 일삼는 관리자는 생각보다 조직 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오죽하면 직장 내 괴롭힘(갑질) 신고센터까지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회사의 사주이거나 대표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참으로 운 좋게도 태국에 와서 가장 먼저 K를 만났다. 그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건 상냥하고 친절했다. ‘겸손‘이라는 단어 그 자체처럼 보였다. 아니, 그의 친절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겸손은 단순히 겸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확신이라는 자신감이 묻어 있어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확신에 찬 겸손


이것이 그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식일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태국에서 제조한 뒤 가까운 아세안 시장부터 미주까지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산 원료를 많이 사가는 바이어이기도 하고 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업 대표이기도 했다. 좋은 기회에 그의 사무실에서 미팅을 갖게 됐는데 그 덕분에 회사 내에서 그를 유심히 관찰할 기회가 됐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잔잔하게 공간을 채우는 음악소리와 곳곳에 놓여있는 책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손님으로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고 태국의 대부분 회사들이 그러하듯 메반*이 내 자리로 따뜻한 차와 다과를 내주었다. 그는 심지어 메반에게도 친절한 어조였다. 통상 메반은 태국인이더라도 지방에서 돈벌이를 하러 수도로 온 사람이거나 미얀마, 라오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취업한 사람인데 임금 수준이 형편없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월급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만 밧정도 되는데 한화로 43만 원쯤 될 것이다.

*메반 : 태국의 가정부로 청소, 식사준비 등 허드렛일을 주로 함.


나는 그의 지난 경영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방콕 대홍수, 코로나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귀동냥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수백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직접 음식을 해 나르고 아픈 직원들을 치료할 격리실을 마련해 가면서 코로나를 버텨낸 그에게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K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밝고 긍정적인 언어로 자신을 중무장했었기 때문에 쉽게 다루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연세대 김주환교수에 따르면 내가 나를 돌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상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를 향한 친절한 언어가 결국에는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됐을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K의 친절함이 나 또한 친절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갈망하게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K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조금 더 세상에,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친절해졌기를 바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