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하는 풍경

by ONNA

2025년 12월 첫날을 시작으로

연간사업을 차분한 듯 분주하게 마무리하고

뒤늦어진 출장도 손님도 모두 치러내고 나니

한국에서 나의 구원투수 시부모님께서

아이의 방학을 기점으로 방콕에 입국하셨다.


나는 시어머니와 얼싸안으며

반가움을 나누는 것도 잠시

부산에서 하노이를 거쳐 방콕으로 입국한

김치와 밑반찬을 정리하느라 부산했다.


때마침 김치 기근에 시달리던 우리 집이

김치 풍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그동안은 김치를 많이 쓰게 되는 김치찌개는

집에서 요리할 수 없었다.


지난 11월에 가져온 김치 1통을

이렇게 싹싹 잘 먹었다는 사실도 뿌듯했고

해외생활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어머니의 김치가 간절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밑반찬도 두어 가지 해오셨는데

할머니의 배추김치 외에 다른 밑반찬에는

그동안 심드렁했던 아이는

이번에 공수된 반찬중 달달하고 약간 매콤하면서

견과류까지 알차게 들어간 쥐포무침에

맛을 들여버렸다.


나에게 반찬 경쟁자가 생기다니.


딸아이는 나의 반찬 경쟁자로 등극하며

매끼마다 쥐포무침을 찾고 있다.

숨겨놓고 나만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손녀가 기쁘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게 됐다.


이렇게 소소하고 행복하게

방콕에서 3번째 새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2025년 12월 31일 방콕은 텅 비었다.

방콕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외로 여행을 갔는지

도로도 한산하고 쇼핑몰에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주차하기 버거웠던

사무실 주차장도 텅텅 비었고,

매일 한 시간을 넘기는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내로 들어왔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을 만큼

막힘없는 도로 위에서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방콕은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쇼핑몰 꼭대기마다 하는데

우리 집은 따로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 앉아서

그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산이 없는 방콕의 지리적 특성과

동서로 난 널찍한 창문 덕분에

약간의 전망이 보장된 집안에 앉아서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연말을 화려하게 보낸 탓에 정작 새해는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며, 이미 미세먼지로 도시가

점점 자욱해져 가고 있음을 경고해 두고서

정부 부처에서 아무도 이런 불꽃행사를

제재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스모그가 가득한

새해아침을 맞았다.


어찌 됐건 간에 시부모님이 오신 후로는

식사 후에는 함께 공원을 몇 바퀴 걸으면서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와 새해에 대한 기대를

서로 나누었는데

아이는 걷기 대신 씽씽이를 타면서

시부모님과 내가 공원을 서너 바퀴 돌 동안

대여섯 바퀴를 돌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방콕도 겨울이라 기온이 많이 내려갔지만

초저녁엔 29도를 웃돈다.


우리의 평화로움 속에 일본으로 귀국한

아이의 친구 엄마(아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일본인인 아야는 아기자기한 성격에

중요한 기념일은 예쁜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이제 3살이 된 막내의 시치고산을 기념해

온 가족이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은 것을

첨부한 연하장이었다.


나를 잊지 않고 연락해 준 그녀의 마음에 감동했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이 첨부된 연하장에

녹아 있는 그녀의 애정이 돋보였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로 다시 만날 것을

재차 약속했는데 그녀를 통해 새해 인사를

이렇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자신의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운 사람에게 나누며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다니

한편으로는 일본인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밤 산책이 끝날 무렵 카카오톡 메시지로

나의 이름을 친근히 부르며

새해 인사를 건네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 번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카카오톡 프로필로 누구인지

식별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는 반말에 하트까지 붙어있지만 최근 2년 동안 나와 교류가 없었던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어떻게 답장을 쓸지 잠시 고민했다.


최근 카카오톡 친구를

나름대로 정리해 왔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의례 안부인사를 전하듯

신년사진을 하나 띄우고

새해 복 많이 받으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읽지도 않고 답도 없다.


정말 답도 없는 상황이다.


애써 신경 쓰려하지 않아도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자꾸만 올라오는데 그렇다고

누구냐고 물어볼 수도 없게 돼버렸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이런 상황을 통해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점검해 보게 됐다.


내 사진보다는 가족의 뒷모습 사진만 줄 줄이다.

나도 오랜 기간 연락이 없다가 갑작스레 연락하면

식별이 어려운 상대도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오늘 정체를 알 수 없는 지인덕에

프로필사진과 메신저용 이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나도 프로필 사진 바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