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재발견

by ONNA

매주 토요일은 아이와 함께 운동을 가는 날이다.


내가 운동하는 것은 아니고,

딸이 운동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러 가는 데

종목은 필라테스다.


운동을 하러 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그다지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은 하늘하늘 기쁘기만 하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한켠에 있지만,

그래도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는 습관을 붙이게 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이고

더불어 자꾸만 살이 오르는 아이가

몸무게의 압박으로부터 조금 멀어지기를

바라는 목적도 있다.


나는 아이와는 달리 이곳에 오는 것이

기쁘다며 이미 밝혀두었는데

이 공간 전체가 평화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방콕의 통러에 위치한 이곳은

‘빠톰오가닉리빙’으로 한국인 관광객에

은근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이 공간은 정원 속에 집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데 내가 자주 들리던 카페,

오늘 처음 들린 카페, 요가 수업만 하는 곳,

필라테스 수업을 하는 곳 이 있고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낡은 듯 멋스러운 욕조가 정원 한 복판에 놓여있고

그곳이 얼음으로 가득 차 있는 날도 있고,


사람들이 다들 요가복을 입고 한 가지 동작을

집중해 수련하는 날도 있고,


또 어느 날은 차크라 수업이 있어 발걸음도

조심스러운 날이 있다.


아이가 수업에 들어가면 나는

정원의 어디를 관찰할지

세심하게 고른 다음

지나가다가 마주한 야생화 한송이도

귀히 여기고 생명의 신비라며

한껏 치켜세워준 다음

자석의 반대극이 나를 이끌듯 카페로 향했다.


일주일 내내 끊었던(?) 라테를 한잔 들이켜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꿀처럼 달디단 시간이 여간 짧은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아이를 선생님께 맡겨두고서

길 옆에 위풍당당히 피어있는 꽃을 마주한 다음

시선을 돌려 카페로 향했는데

그간 못 봤던 카페가 문을 열었다.


내부는 나무테이블, 나무기둥, 나무의자,

노출 시멘트, 하늘거리는 커튼과 오가닉 페브릭으로

가득해 어딜 보아도 일본 느낌이 사뭇 스며있었다.


카페 이름은 kizuki인데 알고 보니 tea room이고

예약을 해야지 이용이 가능한데

입구 쪽 한자리가 비어 앉을 수 있었다.


카페 내부를 천장부터 바닥까지 훑는 중에

점원이 나에게 메뉴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시그니처 메뉴를 소개해 줬는데

그 사이 내 귀에 꽂힌 단어가 ‘밀크티‘였다.


메뉴의 이름은,

WHITE CAPE

- white Gardenia, High Mountailn Tea


어떤 맛일지 순수한 호기심으로 주문하고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가만히 인테리어와 가게의 분위기를 즐기니

빠르게 밀크티가 나왔고

단출한 유리컵에 기다란 얼음과 함께 담긴

밀크티를 보며 순간 고개를 갸웃했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 시원하게 마셔보니

왜 시그니처인지 알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밀크티가 스파이시한데?‘라는

생각이 번뜩 떠올라 ‘스파이시’라며 끼적여뒀는데,

마시다 보니 오묘하게 향기롭다.

이런 아로마가 가득한 밀크티라니!


코끝이 향기로운 밀크티는 어떻게 만들까?

카페의 부드럽고 아늑하지만

말끔하게 정돈된 분위기 덕분에

제조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내 생각을 떠나보내기 아쉬워 급하게

글로 옮기다 보니

어느덧 컵에는 덩그러니 얼음만 남았고,

나를 유심히 관찰하던 점원이

당고를 내주었다.


세상에 이토록 영롱할 수가!


쉴 수 없는 업무와 가사의 연속이 이어지면서

제때 휴식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불안이 나를 점식하고

내가 나의 아름다움을 잊어 가게 된다.

그럴 때는 꼭 한 번이라도

평화로움과 달콤함을 맞이할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는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들 중

기쁘지 않은 일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는데

내 마음과 달리

내 체력이 나의 욕심을 감당하지 못하면,

집중도가 흐트러지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짜증의 화살을 날리고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오는 장소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소소한 호의 속의 기쁨이

나를 새로이 일으켜 세우면

나는 또 에너지를 얻고 회복하게 된다.


오늘의 감동을 기록으로 남기며,

모두의 주말이 평화와 감사로 가득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