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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20. 2020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돈에 대해 솔직해지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잠이 들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의 하룻밤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의 저자 청울림(본명 유대열) 작가는 “돈”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라는 틀 속에서 돈을 초월해서 살아갈 수 없는 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처음 들었을 때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인생에 다양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의 가치만을 강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돈을 좇지 않아도 인생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비판적인 생각은 돈의 맛을 맛 본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

 

토론토를 둘러보고,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넘어갔다. 나이아가라폭포는 우리가 이번 토론토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다. 세계 3대 폭포라고 불리는 이곳을 눈으로 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설렜다. 일정을 잡는 것도, 호텔을 잡는 것도 그렇기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우리의 일정은 토론토 관광을 다 마치고, 나이아가라폭포를 둘러 본 후, 뉴욕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아가라폭포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 소식을 듣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 밤 10시마다 펼쳐졌던 불꽃놀이가 우리가 예정했던 날 전날에 끝이 나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일정을 조정해 하루 당겨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야만 했다. 토론토를 보고,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다가 다시 토론토로 돌아와 관광을 하는 기이한 일정을 만들 정도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밤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다.

 

호텔도 신경 쓰였다. 기왕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가서 하룻밤 자는데 아무 호텔에나 갈 수 없었다. 기왕이면 호텔 방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나마 불꽃놀이 마지막 날이라 호텔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뷰를 갖춘 방은 꽤 값이 나갔다. 그 때 아내에게서 문자가 하나 왔다.


 “돈 걱정 하지 말고, 좋은 방에서 자고 오시오”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돈 때문에 후회할 만한 결정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나는 아내의 조언에 힘입어 나이아가라폭포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을 그동안 모아놓은 포인트를 탈탈 털어 큰 마음먹고 예약해 버렸다.

 

환상적인 숙소 스위트 객실


큰 기대를 갖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호텔로 갔다. 호텔 로비로 가서 체크인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우리에게 솔깃한 제안을 던졌다.


 “ 제가 고객님께  가지 제안을 드릴까 해요. 누가 스위트 객실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갑자기  방이 공실이 되었는데요. 돈을 조금만  내시면  방으로 저희가 업그레이드 해드릴게요.  방에서 폭포도, 불꽃놀이도 편안하게 보실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직원의 마케팅에 마음이 흔들렸다. 원래 예약했던 방에서는 불꽃놀이를 볼 수 없을 뿐더러 나이아가라 폭포도 일부만 보인다는 부연 설명을 듣고서 나는 100불을 더 보태 더 좋은 방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키를 받아 호텔 객실로 향했다.


호텔의 스위트 객실은 역시나 멋졌다. 시설도 좋았지만 역시다 방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끝내줬다. 말발굽 모양의 호스슈 폭포가 한 눈에 보였다. 멀리 있는 미국 폭포도 잘 보였다. 한참 동안 넋을 놓고 폭포를 바라봤다. 우리가 원래 가려고 했던 방에 가보지 못해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직원의 말마따나 충분히 경치를 즐길만한 멋진 방이었다.


숙소에서 나와 우리는 나이아가라폭포를 감상할 수 있었다. Journey behind the fall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이아가라 폭포 바로 옆까지 갈 수 있었고, 우비를 입은 채 배를 타고 폭포 근처까지 가면서 시원하게 물을 맞기도 했다. 숙소도 좋았지만 그 근처를 돌아다니며 나이아가라를 보는 것도 환상적이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방에서 보는 화려한 불꽃놀이


저녁이 됐다. 우리는 토론토에서 준비해 온 컵라면을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컵라면이 호텔의 품격에는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이들과 먹기에는 제격이었다. 아이들도 캐나다 식당에서의 느끼한 음식보다는 매콤한 국물이 있는 라면을 더 좋아했다. 우리는 컵라면을 먹으면서도 폭포를 바라봤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졌고, 화려한 조명이 폭포를 비추고 있었다. 낮에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의 색깔 덕분에 신비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저녁 10시,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우리는 굳이 나갈 필요가 없었다. 방에서도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화려한 불꽃놀이는 우리 방 안에서도 선명하게 잘 보였다. 여름 시즌 마지막 불꽃놀이라 그런지 더 화려한 듯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느낌상으로만 그랬을 뿐이지만 말이다.



아내가 생각났다. 너무 좋은 곳에 머무는 것 같아 아내에게 우선 미안했다. 그리고 이런 방에 아내와 함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아내가 무척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돈이 우리의 행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곳에 다시 오기 위해 우리에게 돈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삶에 돈의 역할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돈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청울림 님은 그의 책에서 공자의 <무항산 무항심>을 언급한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는 공자의 이야기는 그의 돈에 대한 생각을 뒷받침해주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우리의 생활을 뒷받침할 뿐더러, 우리의 사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여행 중, 청울림 님의 이야기를 다시 새기며 돈에 대해 솔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우리네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런 재주가 나에게 없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대신 돈을 번 만큼, 가치 있는 곳에 잘 쓰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일 아끼며 살더라도, 하루쯤 멋진 경치가 보이는 호텔 방에서 자는 호사를 누리고, 아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 그리고 일부라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쓰는 것, 그런 것이 어쩌면 내가 돈을 잘 쓰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룻밤의 호사였지만 덕분에 돈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돈에 솔직하게 사는 것인지 정리할 수 있었다. 그냥 불꽃놀이만 보고 즐겁기만 해도 됐을텐데,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심각해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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