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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03. 2020

쓰면 이루어진다.

아빠로서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아들의 버킷리스트

<2020년 뉴욕 여행하기>

1. 연어가 들어간 베이글 먹어보기
2. 자유의 여신상 보기
3. 뉴욕의 최고급 호텔에서 자기


언젠가부터 집 냉장고에 큰 아들의 버킷리스트가 붙어 있었다. 내가 없을 때 아이 엄마와 만든 것이다. 세계 최대 도시, 뉴욕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곤 하던 아이는 뉴욕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 놓았다. 아이의 버킷리스트를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나는 아이에게 간절히 바라면 현실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캐나다의 많은 도시를 제쳐두고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넘어온 것도 아이의 버킷리스트 때문이다.


뉴욕에서 아이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숙소 근처에 있는 베이글 맛집에서 연어 베이글을 사 먹었고,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았다. 아들은 연어 베이글을 먹고는 그것이 자기 취향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TV로만 보던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는 연신 감탄했다. 좋든 싫든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것으로 아이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아이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일정을 짜느라 힘들어 하는 내게 아내가 준 조언 덕분이었다.      


“지율이 보고 자유의 여신상 가는 것 좀 계획해 보라고 해.”     


큰 아이에게 자유의 여신상을 어떻게 하면 ‘잘’ 보고 올 수 있을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라고 시켰다. 아이는 신이 나서 찾아보고는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 나에게 안내했다. 섬에 들어가서 자유의 여신상 안에 올라가는 방법도 있고, 무료 페리를 이용해 주변만 둘러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적혀있는 블로그를 찾아서 보여주더니 이번 여행에서는 무료 페리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도 말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복잡했고 다음에 또 뉴욕에 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둘러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설명대로 자유의 여신상을 무료 페리를 타고 둘러봤다. 아이는 페리를 타러 가는 길에 블로그 사진으로 본 표지판을 가리키며 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볼 수 있었다. 비록 배를 타고 주변을 둘러본 것이긴 했지만 아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신기해했다.


애석하게도 아이의 세 번째 버킷리스트는 들어줄 수 없었다. <나홀로 집에2>를 본 아이는 주인공 케빈이 머물던 좋은 호텔에 머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뉴욕의 호텔은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비쌌다.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려면 며칠을 굶어야 할 판이었다. 적정한 가격대의 호텔에서 잘 수밖에. 하지만 아이는 뉴욕이 아닌 나이아가라 폭포의 호텔에서 잔 것으로 자기의 버킷리스트를 이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뉴욕은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폭포와 불꽃놀이가 보이는 최고의 방에서 잔 것만으로도 자기는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이는 뉴욕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세 가지를 다 이룰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것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은 무엇이 있을지 아이를 키우면서 수시로 생각한다. 여행을 함께 가는 것도, 좋은 물건을 사주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것도 분명 좋은 선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아이에게 좋은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아이의 버킷리스트를 들어 주면서 아이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언젠가 이뤄진다는 믿음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목표는 언젠가는 현실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가 작든 크든 계속해서 꿈을 꾸며 살게 하고 싶었다.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요행을 가르쳐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고 싶기는 했지만 그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간절히 바라는 것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아이가 얼마나 그것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건 아이의 몫으로 남겨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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