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름답게 나이든 사람들의 이야기

by 최호진


불혹이라지만, 여전히 흔들립니다.


올해 마흔이 되었습니다. 공자는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 칭했는데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하는 마흔이 되었는데 저는 아직도 이런 저런 유혹에 흔들리곤 해요. 지금 제가 잘 살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많아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불안해 하기도 하고요.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위축될 때도, 그래서 자괴감에 빠질 때도 참 많죠. 여전히 저는 흔들리는 갈대같은 존재더라고요. 저만 그러는 걸까요? 분명 마흔은 불혹이라 했는데 말이죠.


뭔가 단단한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조바심이 났어요. 그래서 그런지 작년말 마흔을 목전에 두고 조금 심란하더라고요. 어떤 어른으로 살아야 할 지 고민했어요. 존경 받는 어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욕먹는 어른은 되지 말았으면 했죠.


다행히 몇 권의 책 덕분에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었어요. 책들은 나이가 70이 넘은 분들의 이야기였는데요.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맛볼 수 있었어요. 제가 그분들을 따라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은 듯 했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진정한 어른의 이야기를 담은 몇 권의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멋진 어른의 이야기


1.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처음으로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정신과 의사이신 이근후 박사님께서 쓰신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이에요.



이 책은 아내의 추천으로 읽게 됐는데요. 글을 재미나게 쓰셔서 그런지 제목처럼 유쾌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작가는 아흔이 가까워지면서 몸도 많이 불편하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늙어간다는 것에 슬퍼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자기가 할 것을 찾아가는 담담함이 책에서 느껴졌어요.


이 책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그저 양육자로서 자기 인생을 사는 데 열중해도, 부모로서 역할을 괜찮게 해낼 수 있다.” (이근후,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중)


그의 말씀 덕분에 무엇에 중심을 잡아야 할 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부모로서가 아닌 그냥 '나'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지금 저를 잘 가꿔가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하겠더라고요.


2.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두번째 소개드릴 책은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김민식 피디님 덕분에 읽게 됐는데요. 김민식 피디님의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에서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가 소개됐는데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더라고요.



이 책은 미국의 어느 노부부가 70세가 되던 날 살던 집과 살림살이를 처분하고 떠난 그들의 여행을 다룬 책이었어요. 노부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겪은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저도 아내와 은퇴하고 이렇게 여행을 다니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삶이 아닐까 싶기도 해서 더 부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어요.


집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부부가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을 이야기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용감무쌍해졌다. (중략)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커졌고,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게 됐다. (마틴 부부,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중)


여행을 하는 삶이 그들을 성장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들의 성장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문구가 떠올랐어요. 그들처럼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려야겠다고 다짐했고요. 70이 넘은 노부부의 도전이 저를 자극하더라고요.


3.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세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에요.



이 책은 조선비즈에 연재 중인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중 평균 나이 72세 분들의 인터뷰를 모아 놓은 책인데요. 이 시대의 멋진 어른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책이라 참 좋더라고요. 어른들의 말씀이 너무 좋아서 하루 한 분의 인터뷰씩 아껴가며 읽을 정도였어요.


모두 다 인상깊은 인터뷰였는데요. 그 중 독일에서 화가로 활동 중인 노은 님의 이야기도 참 좋았어요.


행복이 뭔가요? 배탈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중략) 매일매일 벌어지는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수고스럽겠지만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요. 비 오고 바람 분다고 슬퍼하지 말고 해가 뜨겁다고 화내지 말고. (김지수, <자기인생의 철학자들> 중)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쉽지 않겠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놓아주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날씨처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걸 가지고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에요.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인데요. 책 속의 잡화점 주인인 할아버지를 보며 존경받는 어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재미삼아 시작한 고민상담이었는데 진지한 고민이 들어오면서 심혈을 다해 고민에 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어른의 따뜻함이 느껴졌는데요. 이런 할아버지야 말로 진정 존경할만한 어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내음이 느껴졌거든요.


할아버지의 고민 상담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백지에 대한 상담이었어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고민에 그는 궁리끝에 답을 건네는데요.


어렵게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중략)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히가시노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중)


보낸 사람이 어떤 의도로 보냈든 (책을 보시면 의도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허투루 보지 않고 정성을 다해 답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고, 젊은이들을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어른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김민식 피디님의 이야기를 또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초 그가 2018년에 읽은 책을 소개하는 북토크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의 책 목록과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되었는데요.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자기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속에서 그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도 알 수 있었어요. 바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는데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시각을 접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저 또한 책을 읽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좀 더 유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그것이 바로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몇 권의 어른들의 이야기 또한 김민식 피디님이 제게 준 가르침처럼 좋은 어른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해 주었어요. 물론 당장 답을 내릴 순 없겠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따라하면서 저만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으시다면, 그것이 고민이시라면 진정한 어른들의 이야기,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이전 03화"나다움" 을 찾기 위한 일년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