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몇 개의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각종 프로모션도 챙기고 싼 비행기 표도 찾은 터라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예약했던 모든 것들을 몽땅 취소해야 했는데요.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여행이 너무 그립습니다.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간절해 지는 것 같기도 하던데요. 그런 아쉬움 때문에 요즘 여행책을 많이 짚게 됩니다. 물론 여행 책을 보면서 여행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여행 이야기 덕분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고, 다가올 여행을 준비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언젠가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훌훌 떠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여행 책을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 <휴직과 독서> 에서는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여행에 대한 책을 풀어볼까 합니다. 우리 곧 여행할 날들을 기대하며 함께 읽어보자고요.
1.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여행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 때 저에게 여행은 "도망"이었습니다.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컸어요. 그래서 비행기를 좋아했어요. 휴대전화를 비행기모드로 바꾸고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현재의 삶에서 완전 분리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새로운 곳에 비행기가 도착해 휴대전화를 다시 연결했을 때에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아 설렜고요.
김민식 PD님의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PD님께서 MBC 파업 이후 아르헨티나로 떠난 여행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갑작스런 "유배지" 발령으로 힘들어 하던 그도 도망치듯 우리나라와 가장 먼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되죠.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 속에서 느낀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나라를 떠나 머나먼 남미에서 안식처를 구하려던 저의 시도는 실패했어요. 덕분에 이제는 국외 도피로 답을 찾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면 해결책도 여기에 있을테니까요. 유배지에서 근무하는 하루하루를 여행을 즐기는 일상으로 바꾸며 살자고 결심했지요. 도망쳐서 달아난 곳에 천국은 없으니까요.
결국 도망쳐서 달아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뀐 계기가 되었죠.
이 책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는데요. 여행에 함께 한 그의 여행메이트들 덕분이었습니다. 그가 여행하며 함께 한 아버지, 두 딸들 그리고 아내와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버지를, 딸들을 그리고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혼자하는 여행도 누군가 함께 하는 여행도 각각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의 아버지, 아이들 그리고 아내와의 여행도 생각났고요.
2. 퇴사준비생의 도쿄
두 번째 소개할 책은 <퇴사준비생의 도쿄>입니다.
이 책은 “제목”이 매력적인 책이기도 한데요. 퇴사를 준비하기 위한 필독서 같은 느낌도 들어 기대도 됐어요. 그래서 저도 읽게 됐고요. 하지만 솔직히 제목에 낚인 듯한 기분도 들었어요. 퇴사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이 준 인사이트는 대단했어요. 도쿄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비즈니스 공간으로 재해석하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단지 퇴사 준비생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했어요. 회사를 다니든 그게 아니든 도쿄의 관광지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한 책이었어요.
실력의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사업적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입니다.사업적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는 회사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일로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사업 영역 선정에서부터 운영 방식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기초가 되는 핵심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이 필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선진 도시를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이 책은 회사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는데요. 이 책을 읽고 얼마 후 도쿄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덕분에 책에 나온 몇 곳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그냥 지나쳤을 공간을 책의 설명을 접한 후 체험해 보니 확실히 다르게 다가왔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도쿄를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책에 나오는 공간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3. 자전거여행
최근 저는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구리까지 왕복 50km를 달리고 나서부터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며 여행을 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됐어요. 그런 제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전거 여행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데요. 자동차보다는 느리게, 걷는 것보다는 빠르게 여행하며 만나는 길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자전거로 여행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쉽지만은 않겠지만 언젠가 작가님처럼 자전거로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예전같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제가 지금 머릿속으로 그려본다는 게 놀라웠는데요. 요즘 들어 몸을 쓰면서 얻는 것에 대해 큰 가치를 느끼고 있는데요. 달리기를 하면서 그런 변화가 더 촉발된 것 같더라고요. 편안한 것만 추구하던 저였는데 휴직기간 동안 제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낯선곳에서의 아침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책이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라는 책인데요. 나를 바꾸는 7일간의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나를 바꿔가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여행 책에 소개하는 이유는 제 자신의 특별한 경험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년 3월 구본형 선생님을 따라 그가 머물던 포도 단식원에 열흘 동안 머물렀는데요. 그 때 이 책을 읽었거든요. 그래서 자꾸 작년 지리산에서의 시간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기도 하더라고요.
이 책에서 선생님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하는데요.
변화를 시작하는 최초의 출발점은 내부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 욕망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욕망은 좌절할 수 잇다. 좌절의 순간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면 용기가필요하다. 용기는 다시 시작하게 한다. ... 이 힘의 근원은 우리의 내부로부터 온다. 이것은 우리가 언제든지 자신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잠재력을 소유하고 잇음을 말해준다.
변화에 대해 두려움에 떨던 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심어준 책이었어요. 변화를 원한다면 그 속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타인의 욕망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고요.
한편 이 책에서는 포도단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포도단식을 하고 있는 중 선생님의 포도단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반갑더라고요. 나를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단식을 통해 몸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일상에서 먹을 것을 떼어 냄으로써 정신의 힘을 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실제 그곳에서 이를 경험할 수 있어 감사했어요. 구본형 선생님이 머물던 곳에서 이 책을 읽다보니 그와 직접 만난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여행에 대한 책을 정리하다보니 여행을 못가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저는 일상이라는 곳에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저를 바꿔가는 여행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일상에서 새로운 곳에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여행을 하고 싶어 정리한 여행책들인데 이 책들을 다시 훑어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듯 해요.
활동의 제약이 많아지고 움직이는 게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물론 조심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입니다. 그 상황에 답답해 하기 보다는 지금 내 일상이 여행이라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상의 여행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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