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드립니다.

휴직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by 최호진

쉼표가 필요한 사람들께


인생에서 쉼표를 찍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달려가는 삶만 살아왔는데요.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벅차더라고요. 숨이 목까지 차고 올라와 매번 헐떡이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러던 제게 몇 번의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었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이 만들어준 경로를 따라만 갔다가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어요.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언제 행복한지를 스스로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게 휴직이었어요. 제 인생의 첫번째 쉼표를 찍은 일이었죠. 두 아이 아빠로서 과감하고 또 무모한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떨기도 했어요. 두렵더라고요. 쉼표를 잘못 찍었다가 괜히 회사에서는 찍히는 건 아닌가 걱정됐어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휴직초반까지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감 때문에 혼자서 떨 때도 많았는데요. 다행히 휴직을 마무리 하고 있는 지금은 휴직을 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덕분에 인생에서 쉼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과감하게 휴직을 선택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분들의 이야기가 다 제 얘기같아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휴직과 독서> 시리즈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쉬어 보지 못한 분들께 쉼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수 있는 몇 권의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오늘부로 1년간 휴직합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책은 몽돌 작가님이 1년 전에 쓰신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입니다.


작년에 이 책을 접했을 때 저는 저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이 책에 빠졌었어요. 각팍한 삶이었지만 미래를 위해 현실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저의 경우와 너무 유사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어쩌면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3,40대가 비슷한 생각으로 살았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우리는 배워왔으니까요.


"적어도 내가 인생을 살아온 방식은 그랬다. 행복은 항상 멀리 있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행복은 그 어디쯤 있겠거니 생각했다. 일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를 닦달하고, 일이 없으면 무료함과 권태를 느꼈다. 항상 목표를 세워 미래에 방점을 찍고, 이러이러한 것을 이루면 행복할 거라는 믿음으로 현실을 견뎠다."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p.98)


이 책을 휴직하고 6개월 뒤 쯤 읽었는데요. 저자가 휴직 후 경험했던 것들을 보면서, 저의 휴직 계획을 점검해 볼 수도 있었어요.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그녀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그녀가 부여한 경험의 의미를 읽으면서 제가 하고 있는 경험들에 대해서도 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어요.


책 말미에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는데요.


"두려움을 이기고 내가 나에게 1년이나 쉴 기회를 줘 봤다는 것이 나에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작은 자랑이다. 이제 다시 일요일 밤마다 월요일이 두려워 한숨을 쉬는 평범한 직장인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이곳에서 또 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p.268)


휴직이 끝나고 다시 회사원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휴직을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제 휴직의 끝에 복직이 있다 해도 그게 큰 문제가 되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2. 서른의 휴직


두 번째로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서른의 휴직>이예요. 책 <서른의 휴직>은 한 여성 공무원의 휴직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 책의 저자 또한 휴직하기 전까지 각팍한 인생을 살았어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하고, 공무원이 되고 나서 쉴 틈없이 일만 해야 했는데요. 집안 사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가장의 역할까지 작가는 해야 했어요. 돈은 벌었지만 금전적으로 여유도 없었고요. 팍팍한 이십대를 보냈죠.


그러던 그녀가, 우연히 여행을 가게 됐고, 그 맛을 알게 된 후 무급휴직을 택해 영국으로 어학연수까지 떠나게 되는데요. 그녀의 도전이 그리고 영국에서 겪었던 이야기가 맛깔나게 전개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어요. 휴직 후 낯선 환경에서 지내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어요. 영국이라는 공간에서 조금 다르게 살아가보는 것이 그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았거든요.


그녀가 휴직을 마치고 정리한 글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의 저자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나이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사회가 정한 잣대에 내 인생의 속도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나의 속도대로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기에 너무 많은 나이라든지 늦은 나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지금이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냈을 때 지금을 떠올리며 그때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할 걸 아니까. <서른의 휴직, p.232~233>


삶의 속도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그녀가 휴직을 하며 얻은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3. 퇴사 말고 휴직


마지막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민망하지만, 제가 쓴 <퇴사 말고 휴직>입니다.



앞에 두 책이 여성 휴직자의 이야기라면 <퇴사 말고 휴직>은 남성 휴직자의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의 이야기라는 것도 앞의 두 책과 조금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기존의 남성 휴직 이야기가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휴직자 본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는 점도 차별적인 요인입니다.


직장생활 15년차가 되던 해 두려움에 떨면서 휴직을 선택한 저는 휴직 후 저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 고민과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아직 복직을 하진 않았지만 휴직을 하며 얻은 소중한 선물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복직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제게는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게 휴직의 큰 수확인데요. 복직을 하고 나서도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그게 두렵진 않게 되었어요.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제 회사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더 단단해지기도 했고요. 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퇴사할 거라고 강하게 마음 먹었는데 말이죠.


복직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는 사실이다. 회사 안에서도 희망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도 충분히 복직은 나에게 의미 깊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도망치듯 퇴사하고 싶진 않게 되었다. <퇴사 말고 휴직, p.268>


휴직을 고민하시는 남성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네요.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휴직을 하고 쉼표를 찍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휴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하지만 꼭 휴직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돌아보는 나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을, 단 하루라도 가져보는 게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소개드린 책들을 휴직의 관점으로 보기 보다는 쉼표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훨씬 더 잘 읽힐 듯 싶어요. 이 책들을 읽으시면서 자신의 쉼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당신의 쉼표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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