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보다

당신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신가요? 다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by 최호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저의 꿈은 아나운서였습니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좋아했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화려해 보였기에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꽤 오랫동안 아나운서 준비를 했지만 아쉽게도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갖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실망이 컸지만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한 아나운서였는데 한 번 더 시험을 본다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도 됐을 법 한데 저는 곧바로 취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취준생으로 살아가는 게 두려웠어요. 어떻게 해서든 직장을 잡고 그 다음에 다시 아나운서 준비를 해도 괜찮겠거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여기 저기 회사에 입사 원서를 썼고 뭐가 뭔자도 모른 상태에서 덜컥 은행에 취직하게 됐습니다.


정말 감지덕지인 상황이었죠. 그래도 취직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은행이라는 곳이 뭘 하는 곳인지 제대로 몰랐었습니다. 은행에 가 본 적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가도 통장에 있는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게 전부였던 터라 은행의 상황을 아무것도 몰랐었죠. 그러다 보니 은행원이 어떤 직업인지도 잘 몰랐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은행에 취직했고 몇 번의 좌절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끔 그때 내가 직업을 제대로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후회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단 저희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를 쓰고 들어간 회사인데, 들어가자마자 퇴사를 꿈꾸는 상황은 너무 안타깝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몇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잘 그려낸 책들이 바로 그것이었는데요.


몇몇 직업에 대해 이해하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글에서 소개해 보려 합니다.



1.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처음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입니다. 이 책은 현재 4권까지 나온 상태인데요. 저는 네 권 모두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한편으로 놀라기도 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은행원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알고보니 작가가 은행원 출신이더라고요. 그리고 한 번 더 놀랐던 건 일본의 은행원 상황을 설정해 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이었어요.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은행에 남아 있어서 그런건지 세계 공통의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첫번째 시리즈에서 나온 말이 저는 참 와닿았는데요. 읽으면서 한편으로 가슴이 많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항상 고객에게 등을 돌린 채 조직의 높은 사람만을 보고 있어. 어떻게 하면 그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에 들까, 그것만 생각하지"


결국 은행에서 중요한 건 고객이라기 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됐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화가 나는 포인트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앞으로 점점 더 은행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 은행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며 계획을 세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은행원의 세계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 이야기 했을까요? 어쩌면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2.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두 번째로 소개드릴 책은 이원흥 작가가 쓴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님은 28년차 카피라이터이신데요. 남의 마음을 흔드는 법을 잘 알고 계셔서 그런지 책도 술술 읽히게 쓰셨더라고요. 저의 마음도 흔들렸고요.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제목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런 것에 대한 몇 가지 좋은 tip도 얻을 수 있었어요.


회사에서 광고 업무를 담당할 때도 생각났어요. 그 때 광고 대행사 분들과 다양한 상품과 이벤트에 대해서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며 광고를 만들곤 했었는데요. 제가 만났던 분들은 광고주와 컨택을 하는 AE라고 불리는 기획 파트 분들이셨는데요. 실제 광고를 제작하는 카피라이터 분들을 볼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카피라이터의 세계에 대해서 간접경험할 수 있었네요.


쉽지 않은 직업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광고회사에 취직하고 첫번째 회의에서 경험한 일들이나, 일상에서 카피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보면서 단 몇 줄의 카피를 쓰기 위해 얼마나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느껴질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속에서 직업의 의미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래 문장을 읽으며,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그것이 카피라이터의 역할이자 사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세에 지장 없겠구먼, 뭘 그리 고집을 부리냐. 뭔가 대단히 새로운 무엇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거나 너무 사소해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냐. 그게 다 작은 걸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에 닥쳐오는 고난들이다. 흔들리지 말고 작은 것이 큰 것임을 믿으시길 바란다. 각가의 구체적 케이스에서 그 작은 것에 천착하는 것이 쓸데 없는 집착이 아니라 통찰력 있는 직관이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포장하기와 의미부여하기는 한끗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비단 카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회사 안팎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의미를 잘 부여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어요. 단순히 좋은 것으로 꾸미려는 것을 넘어 그 속에서 지닌 가치에 대해 의미부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3. 회사말고 내 콘텐츠


세 번째로 소개할 책은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서민규 님은 콘텐츠 코치라는 직업을 갖고 계십니다. 콘텐츠 코치는 서민규님께서 만든 직업인데요. 나만의 콘텐츠를 갖고 싶은 분들을 도와드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으십니다.


꼭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창직"이라 해서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가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콘텐츠 코치라는 직업과 "창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결국 "나다움"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굳이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할 때 즐겁고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나다운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남의 생각에 시중드는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스스로 너무 소진된 나머지 유튜브를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고,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아니라면 만들지 않기로 했다. 나로부터 출발한 게 아니라면 애써 무리하게 콘텐츠를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고, 콘텐츠를 만들 때는 내가 확장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는 원칙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원이라는 명함 외에 다른 명함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만들고 싶은 명함은 "gap year 전문가"였어요. 휴직을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꼭 휴직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gap year를 설계하고픈 분들을 도와주는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만든 타이틀인데요. 이것이야 말로 나로부터 출발한 나다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해서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오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미화할 수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 간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이정표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 지 갈팡질팡할 때 부모가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편 자기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평생 직장이 사라진 지금의 시대에서 제2의 직업을 우리는 찾아야 하는데요. 이 때는 조금 더 넓고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사고에 다양한 직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설명이 담겨있는 책들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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