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말고 복직 인터뷰 시리즈 5 - 유경석 님을 만나다
휴직자를 만나면서 그리고 복직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하면서 휴직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분들에게는 이런 말이 사치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휴직을 통해 쉼표를 찍어보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하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국가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어떨까라는 "공상"도 해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달리기를 멈추고 돌아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갈 길을 가늠해 보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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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섯 번째 분을 모실 시간입니다. 이 분은 휴직기간 동안 아이를 키우는 일에만 전념하신 분이십니다. 오로지 육아에만 전념하신 이 분의 휴직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해 모셔봤습니다.
유경석 님을 만나보시죠.
작년 2월, 경석님을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났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던 터라 휴직 후 그와 이야길 나누고 싶어 일부러 점심시간에 찾아갔다. 그런데 그가 "대박 사건"이라며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이유로 휴직을 해야할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자기가 휴직을 하며 아이를 보살펴야 할 것 같다며 그는 웃고 있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에 그의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복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와 다른 결의 휴직을 했던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몇 번 만나려고 시도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스케쥴이 맞지 않아 직접 만나진 못하고 서면으로 그리고 카톡으로 인터뷰하며 그의 휴직이야기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웃으며 휴직을 이야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Q1.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국내 카드회사에서 법률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유경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작년 3월부터 1년간 휴직을 했었고요. 지난 3월 복직해서 휴직 전과 마찬가지로 법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Q2. 어떤 계기로 휴직을 하게 되었나요?
저는 기존에 인터뷰하셨던 다른 분들과 달리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맞벌이 부부였고, 저희 아이를 이모님께서 돌봐주셨었는데요. 갑자기 이모님께서 사정이 생기시는 바람에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필요했고, 양가 부모님께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저희 부부가 해결하고 싶어 제가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Q3.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선택하신 경석님이 참 대단해 보이는데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휴직을 하긴 했지만 아이만 보살피신 건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떠셨어요? 휴직 기간동안 주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요?
제가 휴직을 시작했을 때 저희 아이가 두돌이 막 지난 상태였어요. 그리고 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말고 저 혼자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애석하게도 저는 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보살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을 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애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돌 지난 아이를 볼 때 다른 것을 할 여유는 없더라고요. 그저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그것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휴직을 신청한 것도 그런 이유였으니 그것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었고요.
Q4. 아이만 돌보는 1년 간의 휴직 기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쉽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아이만 보살피는 시간이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복직하고 돌이켜 보면 제가 너무나 아이에게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나를 돌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떼어 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마도 제가 다시 휴직을 한다해도 똑같은 행동을 하며 지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본 시간은 제게 축복과도 같았거든요. 아이의 언어 능력, 신체 능력 등이 발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저는 이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휴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 미소를 지었던 이유가 느껴졌다. 그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Q5. 결국 1년 동안 아이만 돌보시다가 복직을 하게 되셨는데요. 복직하고나서 어떠셨어요?
저는 복직을 하고 나서도 제가 원래 있었던 부서에서 똑같은 일을 하게 됐는데요. 사람들과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지내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아서인지 1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였어요. 1년의 공백은 있었지만 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거든요. 업무에 대한 불만도 가질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1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체력이었는데요. 집에서 회사까지 조금 먼 편인데 1년 사이에 출퇴근이 꽤 힘들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사이 제가 많이 늙었구나 싶었어요.
Q6. 그래도 휴직을 하고 나왔을 때 스스로 바뀐 것들이 눈에 띌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체력적으로 자신이 나이가 들었구나를 인지한 것 외에 또 다른 변화가 있었을까요?
휴직 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이 조금 달라졌어요. 그 전에는 미드나 영화를 보는 유흥의 타임으로 출퇴근 시간을 활용했었는데요. 최근에는 경제 콘텐츠나 경제 뉴스를 검색하고 유튜브 시청하며 출퇴근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휴직하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이런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사실 우리 가족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이긴 한데, 휴직 기간 동안 소득이 줄어든 경험을 하고 나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도 갖게 됐어요. 물론 아직은 막연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곧 마흔이 되는데 과거에 살던 방식대로 살면 안되겠구나 싶더라고요.
Q7.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휴직의 시간이 경석님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길 듣다보면 경석님께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가족"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우문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2019년 3월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휴직을 선택하실 것 같으신가요?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동일한 결정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한 번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 달리 시간을 활용할 것 같긴 하지만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게 가장 중요하 가치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휴직 전후 모두 인생에 있어서 제 선택과 결정은 가족에게 있었고 이 부분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Q8.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석님의 아내분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어떠셨나요? 아내분은 경석님의 육아에 만족하셨나요?
아내가 제 육아에 만족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봐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마워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복직할 무렵 제게 이런 말을 했거든요.
“ 정말 고생했고, 내 인생에 있어서 절대 잊지 못할만큼 고마워”
아내의 이 한 마디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절대 그런 말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내의 솔직한 말 한마디로 저 휴직의 1년이 보상받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내가 휴직 기간을 잘 보냈구나라고 확신도 할 수 있었고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얼마 전 한 남성 휴직자의 블로그에서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라는 문구를 봤는데 이 말이 아이를 키우는 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키우는 일,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만 돌 본 경석님의 1년 간의 휴직은 단순한 육아가 아닌 경석님 자신을 키워가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복직 후에는 아직 만나보진 못했지만 인터뷰 만으로 달라진 그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인터뷰를 정리하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이 그래서 꼭 부담과 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아이와 함께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기회로 육아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게 바로 아이와 내가 그리고 온 가족이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길일테니까.
그래서 경석 님의 이야기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