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하고 계십니까?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에 대해 생각나게 하는 책들

by 최호진
지금까지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이고, 또 하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일이다. 결혼은 행운이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은 우연히 찾아온 필연이었다.

인생의 길을 떠나 갈림길에 이를 때마다 현실의 이름으로 늘 무난한 차선의 길을 선택해온 평범한 남자가 고심하여 내린 두 번의 선택은 축복같은 최선이었다. 두 번의 최선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 길을 찾게 된 것 그리고 그 길을 힘껏 걸을 수 있게 된 것에 무릎을 꿇고 감사한다.

<익숙한것과의 결별 개정판 서문,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 중>


휴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 구본형 선생님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제게 행운과 필연이 동시에 찾아온 느낌이 들어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뻐서 눈물이 났습니다. 끄적이는 수준이었지만 언젠가 글쓰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은 이 글귀 덕분이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아내가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아내와 결혼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덕분에 휴직도 할 수 있었고요. 아내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엄한 선생님이고, 훌륭한 독자였으니까요.


덕분에 지금도 이 글귀를 수시로 읽고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아내이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했고요.


최근 몇 권의 책을 읽다 이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몇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됐는데요. 덕분에 울기도 하고, 또 웃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휴직과 독서 시리즈에서는 아내에 대한 글이 담긴 책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가요?


1.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처음으로 소개드릴 책은 강창래 작가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입니다. 이 책을 소개 받았을 때 눈물을 쏙 빼는 책이라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 어떻게 썼을까 궁금했었는데요. 진작에 사놓고 계속 가방에 갖고만 다니다가 어느날 밤 모두가 자고 있는 사이 혼자 조용히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저 또한 흐느끼며 이 책을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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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남자의 요리 에세이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요리책은 아닙니다. 암 선고를 받은 아내의 부탁으로 하나씩 했던 요리에 대해, 그 레시피를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한 것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는데요. 글이 참 담담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졌고요.


요리를 한다는 일이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인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아픈 아내를 위해 뭐라도 만들어 보려는 남편의 애씀이 이 책을 통해 느껴지더라고요. 그 속에서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에게 요리를 부탁했던 것은 아내였는데요. 아내는 혼자서 살아갈 남편의 앞날이 걱정되었기에, 혼자서 잘 살 수 있도록 요리를 시켰던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픈 와중에서도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져서 더 눈물이 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었는데, 부엌에서 이런 먹을거리를 만드는 게 자연스럽다. 전에는 달걀라면을 끓여먹는 게 고작이었는데. 습관이 바뀌었다. 이러라고 아내는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었던 것일까?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p.217



2. 아내 수업

두 번째로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아내수업"입니다. 이 책은 책보다 작가를 먼저 알게 되어 읽게 됐는데요. 단체 채팅방에서 한 분이 휴직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셨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졌었는데, 알고보니 그분은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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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수업"의 아내분도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아내분처럼 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암"은 작가로 하여금 아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사관학교를 졸업해,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야 했던 작가가 아내의 아픔 앞에서 점점 아내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는 이야기가 뭉클했습니다.


내 몸이 무너졌을 때 비로소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처럼, 아내의 몸 상태가 위태롭고 나서야 아내가 보였다. 결혼 11년차가 되어서야 몰랐던 아내를 다시 만난다. 모두가 떠난 뒤 홀로 남은 아내를 생각하기까지 어쩌면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일까.

아내수업, p.161


"낯선 아내를 만나러 갑니다"라는 부제가 인상적이기도 했는데요. 결혼 11년차가 되어서야 몰랐던 아내를 다시 만난 것처럼, 우리도 낯선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아내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해 보기도 했고요. 아내가 아파야만 정신 차리고 아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읽혀져서 작가님께 더 정감이 간 책이었습니다. 아내분께서 암을 잘 극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어 더 가볍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는 왜 누군가가 아파야만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건지,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앞의 두 책을 읽으면서 안아플 때 잘 하자라고 되뇌었네요.



3. 나는 말하듯이 쓴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다 세 번째 책으로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해 봤는데요. 생각보다 아내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별로 많지는 않았더라고요. 그 때 문득 들어온 책이 강원국 작가님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였습니다. 사실 이 책은 앞에 소개한 두 책과 달리 아내 분과의 경험이 담긴 책은 아니었습니다. 책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책은 말하기와 글쓰기 책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강원국 작가님의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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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이 도와줬다. 특히 아내의 도움이 컸다. 내가 직장을 그만둔 지 5년째다. 대개 아내와 보낸다. 1986년 만난 이래 34년을 동고동락해왔다. 아내를 소재로 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내는 기꺼이 악역을 자처해줬다. 아니, 자신의 모습 그대로 공개되는 것을 허락해줬다. 또한 내 글의 첫 독자는 아내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내와의 공저에 가깝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p.7


책 서문에서 나온 말마따나 작가님은 아내 분을 직업적 파트너로까지 생각하실 정도였는데요. 아내 분 또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으셔서 그런지 강 작가님의 말하기, 글쓰기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운전하다가 남편이 생각나는 것을 말할 수 있도록 대신 운전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아내 분이 훌륭한 독자가 되어 주었기에 작가님의 말과 글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반대로 작가님이 아내 분을 얼마나 믿고 의지하고 있는지를 역으로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부부 관계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를 넘어 발전시켜줄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작가님 부부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제 글의 독자이자, 가장 강력한 비판자인 아내 덕분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좋았고요. 이 책을 보면서 제 글에도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넣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많은 남편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아내분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아내 분을 얼마나 믿고 계신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아내에게 자문을 구한 적은 있을까요?


한 이불을 덮고 잔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믿고 의지하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어떤 관계든 노력이 필요할텐데요. 그 노력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내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이유로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지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위 책들을 읽으며 아내를 그리고 남편을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그렇게 될 때 더 좋은 일이 많이 많이 생길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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