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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y 29. 2022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입금" 받을 때의 행복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나혼자 산다를 보다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를 보게 됐다. 박나래씨가 모교를 방문해서 후배들을 만나고 하숙집 할머니를 찾아뵙는 이야기였다. 후배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보다 무명의 시절을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그녀의 애환이 후배들과의 이야기에서도 느껴졌다.



박나래는 "뜨고"나서 언제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에 "입금이 될 때"라고 답해 동심을 파괴하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부연 설명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했다고 했다.


단순히 돈이 들어왔다는 게 행복하다는 말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그것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그녀에게 행복감을 주었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MBC <나혼자 산다> 참조


10년 만에 만난 선배



짧게 흘러가듯 가볍게 그려진 박나래 씨의 이야기가 내 귀에 쏙 들어온 건 그 전날 만난 선배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10여년만에 오랜만에 대학 때 선배를 만나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술을 한 잔 했다. 선배는 SNS를 통해 내 글을 봤다고 했다. 회사를 나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고, 보면서 열심히 나를 응원했다고 했다.


선배는 내가 대학 시절 아나운서를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더니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비록 돌아돌아 그 자리에 왔고, 방송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대학 시절 나의 꿈과 비슷해 보인다며 멋져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도 더 승승장구 했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전해 주었다.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박나래 씨가 하는 이야기가 지금 나에게도 유효한 것 같아 감사했다. 물론 내가 버는 금액이 박나래 씨의 수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받는 것보다도 낮은 수준이지만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다. (물론 더 많이 벌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한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나는 참 싫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나는 남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회사에서 몇 번의 발표를 하긴 했지만 내가 주도해서 하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족쇄같은 느낌이었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어짜피 못할 상황이니 없는 게 "차라리" 낫다고 봤다.


하지만 내가 외면한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여전히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를 힘들게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몇 번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사건을 경험했다. 버킷리스트를 쓰게 됐고, 휴직을 하게 됐다. 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장 좋아하는 일을 하기 보다는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도전 과제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았다. 두려운 마음에서 하나 둘 해 보았고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성취의 경험이 출간으로 이어졌고 버킷리스트 워크숍으로 연결됐다.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었고 퍼실리테이터로 사람들이 자기 욕망을 펼쳐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감사하게도 나는 좋아하는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도전을 하고 하나씩 성취를 이루면서 얻은 결과다.


물론 내가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직업"을 얻은 것은 아니다. 지금의 상황에 100%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TV에 나오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하나씩 쌓아가면서 만든 지금의 내 상황도 충분히 좋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노력했던 것들이 결실로 다가온 것 같아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박나래씨도 후배들에게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을까 싶다. 입금이라며 농담처럼 꺼낸 말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계속해서 노력하면 꼭 똑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도 몸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 또한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도 충분히 좋지만 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펼칠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보고 싶다. 하나씩 새로운 도전을 하며 더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도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꿈을 꾸는 것이 나를 옭아 매는 족쇄가 아니라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파랑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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