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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ug 17. 2022

나를 깊게 파는 것이 브랜딩의 시작이다.

생각을, 지식을, 경험을 깊게 파보는 게 우선이다.


가장 깊은 건물?


얼마 전 야생의 세계에 먼저 발을 내디딘 퇴사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게 최근의 관심사인 브랜딩에 대해 물어봤다. 나를 브랜딩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요즘이다. 나를 너무 드러내는 것이 자랑같이 느껴지기도 하다가도, 너무 드러내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적정선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 답을 찾기 위해 지인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는 나에게 뜬금없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건물이 뭔 줄 아니?




가장 높은 건물도 아니고 가장 깊은 건물이라니 그의 질문이 다소 생뚱맞게 들렸다. 하지만 퀴즈가 나왔으면 맞히고 본다는 주의라, 기를 쓰고 고민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깊기로 유명한 여의나루역이었는데 그것은 건물이 아니었다. 뭘까 고민하다가 결국 답을 내지 못했다.


지인은 내게 가장 깊은 건물은 물론 비공식적이지만 "롯데 월드타워"라고 설명했다. 이치는 간단했다. 가장 높은 건물을 올리기 위해서는 깊이 지어야 한단다. 고로 가장 높은 건물이 가장 깊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브랜딩도 똑같다고 한다.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했다. 나를 깊게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브랜딩도 우뚝 설 수 있다며 말이다.



나를 깊게 하기 위해서



그의 이야기를 곱씹어 볼 수 밖에 없었고 "깊이"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를 논할 수 있을 듯 하다.


우선 먼저 생각나는 것은 "철학적 깊이"다. 내 생각과 관점을 깊게 만드는 게 가장 필요하다. 내가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나는 그것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나 스스로 생각을 깊게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계속해서 나에 대해 고민하고 발견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의 깊이를 위해서는 "지식의 깊이"도 필요하다. "공부"의 영역이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진 않는다. 책이 됐든, 사람이 됐든 무언가와 만나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김영민 교수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지식 탐구로부터 자기 갱신의 체험을 하게 되고 이것이 진짜 공부의 기쁨이 된다고 한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공부란 무엇인가, p.82


굳이 기쁨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를 깊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통해 무지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때론 힘겹더라도.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경험의 깊이"다. 경험의 깊이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을 경험을 소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싶다. 즉 똑같은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나의 것으로 깊이 있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회고의 과정을 통해 경험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이 있는 삶을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파헤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지난해 보일 수도 있다. 삶을 너무 복잡하게 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를 깊게 파기 위해서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땅을 깊게 파기 위해서 삽질을 하든, 기계를 이용하든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수고로움을 외면하면 절대 깊어질 수 없는 법이다.




넓어야 한다!



지인은 깊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조언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라는 옛말을 인용하면서 "나"를 깊게 만들기 위해서는 넓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단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건, 파이프라인이었다. 소위 말하는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어 놓으라는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나는 수익원의 관점보다는 내 영역이라는 관점으로 넓이를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꼭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경험을 넓히고 지식의 영역을 넓히는 것도 넓게 만드는 과정의 하나다. 그렇게 다양하게 나를 펼치는 과정에서 내 것도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깊은 우물을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퇴사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 브랜딩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이 아니라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느냐가 우선이다. 깊이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넓게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을 먼저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를 알리는 것도 가능해 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지는 것도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니까. 비록 조금 더디 가더라도 그게 우선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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