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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02. 2019

습관 만드는 일은 주말에도 계속된다.

[휴직일기] 주말에 뭐하세요?

일요일에 출근하면 월요병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3년전쯤, 회사에서 사장님과 부서 직원들이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먹다 우연히 월요병 이야기가 나왔다. 눈치없는 직원 하나가 월요병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바로 일요일에 나오면 된다고 말이다.


당시 유행하던 농담이었지만 사장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그 직원이 얄미웠다. 눈치가 없는건지, 사장님이 편한건지 당최 그 농담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이러다 모두 일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훈훈하게 농담으로 끝났지만.


하지만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었다. 물론 사장 앞에서 말했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월요일 출근이 힘든 이유가 주말에 편히 놀고 쉬었던 것이 큰 이유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뇌와 몸은 편히 쉰 것에 익숙해져버렸기에 직장생활이라는 새로운 패턴에 적응하느라 월요일이 힘든 것이었다.


물론 월요병을 극복해야 하는데 일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순 없다. 일하는 직장이 즐겁고 설레지 않으면 일요일에 출근하든, 주말 내내 출근하든 월요병은 극복하기 힘들테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습관을 만들어 가는 내가 갑자기 그때의 농담이 떠오른 건 습관도 월요병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습관을 진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월요병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월요병이란 것을 무색하게 하는 그런 계기가 1월 내게 찾아왔다.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십니다!


얼마전 나를 깨운 수업이 하나 있었다.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의 저자 청울림께서 진행하는 자기혁명캠프가 바로 그것이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수업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름부터가 빡세 보이지 않는가! 자기혁명이라니!

가장 큰 미션 중 하나가 새벽 기상이었다.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을 던져주며 새벽 5시에 기상하고 인증을 남기라는 숙제가 나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게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고통스러웠다.


토요일, 일요일도 하셔야 합니다 주말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주말엔 당연히 쉬는 거 아니냐는 직장인스러운 마음을 갖고 수업에 들어왔다. 주말에는 늦잠을 자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니. 소개해준 아내에게 속은 느낌도 들었다. 가장 큰 걱정은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미션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내 몸이 버텨줄까?


어쩔 수 없었다. 우선은 버텨보기러 했다. 수업 듣는 기간만이라도 넘겨볼 생각이었다. 자기혁명을 해보겠다는 거창한 마음으로 왔기에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다행히 내 몸에 흐르는 모범생 피도 나의 새벽기상을 도왔다. 나는 어려서부터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는 학생이었으니까.


그리고 용케도 6주간의 자기혁명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일주일 이상 지난 지금도 다행히 나는 5시 이전에 일어난다. 그렇게 아침에 일찍 일어난지 50일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주말에도 설 연휴에도 쉬지 않았다. 다행히도 몸이 서서히 적응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설 연휴때에는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얼마 전 아이들과 스키장을 다녀올 때도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두른 덕분에 개장시간부터 여유있게 스키를 탈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하기도 했다. 2월 어느 새벽, 아무도 없는 한강 둔치에서 달리기를 하다, 큰 소리로 나를 사랑한다고 외치며 눈물을 왈칵 쏟기도 했다. 새벽에 나의 감성을 자극했는지 진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을 즐기게 됐다.



물론 아직도 힘들긴 하다. 아침에 핸드폰 알람이 울릴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경험을 아직은 못하고 있다. 매번 조금만 더 자면 안될까라는 악마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하루쯤 늦잠잔다고 지구가 멸망하진 않고 내 습관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안일한 생각도 하긴 한다. 다행히 아직은 나를 바꿔보고 싶은 열망이 커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일 5시 이전에 일어나고 있다. 한 번 늦잠자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 되는 건 쉬우니까.


공든 탑을 쌓는 건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건 순간이다!



주말 덕분에 가능한 습관 만들기


직장인에게 주말은 모든 예외가 허용되는 날이다. 주중에 열심히 일한 만큼 주말엔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용서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습관을 위해서 그 예외가 독이 될 수도 있다. 주말에 하루 쯤이라는 생각 때문에 월요일이 힘들고 화요일이 힘들게 되는 것이다. 금요일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겨우 겨우 하루 하루를 버티기도 하고.


물론 그렇다고 주말도 빡세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진짜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그리고 그것이 하루 하루의 습관이라면 예외가 되는 날을 만들지 않는게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주말 뿐만이 아니다. 여행을 가서도, 명절에도 최소한의 것은 지키는 게 필요할 듯 싶다. 진짜 내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얼마나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혹자는 21일이면 된다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이는 66일이 걸린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66일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40년 가까이 살아온 인생에도 관성의 법칙은 존재한다. 게다가 우리의 몸과 뇌는 편한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진짜 내 습관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하겠다는 마음이 습관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습관을 만드는 데 예외를 두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얼마 전 친한 친구 중 하나가 나한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살아야 하냐라고 묻기도 했다. 사실 가끔씩 습관을 바꾸기 위해 그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난 습관 덕분에 얻은 것들이 있기에 그리고 습관을 만드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기에 지금 나의 새로운 습관을 계속 해서 유지해 나갈 생각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지속적으로 주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책 <습관의 힘>에서도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보상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지금 내가 만드는 습관의 보상은 무엇일까?


앞에서 말한 실질적 이익 말고 진짜 중요한 습관의 힘이 내겐 또 있다. 현재 내가 만드는 습관은 성취감으로, 그리고 자존감으로 연결된다. 


나는 매일 매일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성공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매일 뛰면서 하루를 다짐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고 있다. 매일의 이런 경험은 내게 큰 성취감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성취감이야 말로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말고 또 공들여 쌓고 있는 습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포스팅을 올리면서 나는 성공을 경험한다. 오늘도 해냈다는. 그리고 성공의 경험은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비단 자화자찬의 그런 자존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응원하고 나의 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나의 자존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꾸준히 글을 올리다보니 나의 글에 반응하는 분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나의 고민에 공감한다며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출발인 휴직을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다. 간만에 연락이 와서 밥을 사주겠다는 지인들도 하나 둘 씩 생겼다.


물론 여전히 나는 나의 글에 자신이 없고, 누구 말마따나 아무 도움도 안되는 옹알이 수준의 글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글을 올리는 습관은 조금씩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려주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노력들.


그리고 나는 나의 이런 노력이 맞다고 생각한다. 저절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습관에서 무엇인가를 얻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겻들여야 하듯이 근육을 키우려면 근육이 찢어져야 하는 고통이 필요하듯이 새로운 습관을 통해 나를 바꿔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고통스러운 시간은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고, 아침마다 달리기를 해야하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자기에게 맞는 습관, 그리고 필요한 습관이 있다면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단 걸 말하고 싶은 거다.


눈 속에 핀 매화 꽃이 더 아름답듯이, 번데기로 오랜 시간 버텨낸 나비의 날개짓이 아름답듯이 결과물은 얼마나 그동안 고생했느냐에 따라 더욱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뭐하세요? 


휴직이라는 기간은 나에게 새로운 출발의 기회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회사 생활에 길들여진 나에게 도전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특히나 게임의 룰이 너무 다르다. 남이 시키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게임이다. 뭐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내가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휴직의 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요즘 새로운 습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숨어있던 것들을 깨우고 있어 너무 좋다. 비록 몇 주 안됐지만 계속적으로 이를 지켜가고 싶은 마음도 크다. 조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난 지금 이런 시간이,  나를 바꿔가는 시간이 참 좋다.


그래서 난 주말에도 열심히 글을 쓰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한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 게 나의 습관을 지켜내는 것이란 믿음으로.


휴직기간 나에겐 다행히 월요병은 없다. 매일 매일 하니깐! 일요일에 출근을 하면 월요병이 없어질거라는 그때의 농담이 이해가 되기도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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