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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09. 2019

휴직하고 아이들과 추억도 쌓아갑니다.

아이들과 몸으로 놀고 있습니다

아빠가 꼭 왔으면 좋겠어!


3월 5일 화요일, 일곱살 둘째 아들의 유치원 입학식이 있었다. 아이는 이번 유치원 입학식에 내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진짜 입학식도 아니었다. 아이는 이미 그 유치원을 2년이나 다녔고 올해는 3년 째였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가 유치원 입학식에 오길 바랐다. 어쩔 수 없었다. 휴직하고 시간도 많은데 아이가 원하는 입학식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에게는 첫번째 유치원 입학식이었다. 회사라는 핑계로 그리고 유치원인데 뭐 입학식이 대수냐며 그동안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7살 아이의 마지막 유치원 입학식을 가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이다.


아침에 아이를 먼저 유치원에 보내놓고, 할일을 부랴부랴 마치고 입학식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선생님이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둘째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빠가 혹시 안오면 어떻게 하냐며, 전화해주면 안되냐고 부탁도 했다고 한다.


아이는 내가 못미더웠을까, 아니면 간절히 아빠가 오길 바랐던 걸까?

아들의 입학식은 기존 재원생과 새로 온 아이들의 구분이 없이 다같이 진행됐다. 별다른 건 없었다.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원장선생님이 말씀을 하고 선생님들이 인사를 했다. 별거 아닌 행사였지만 학부모들은 꽤나 많이 참석했다. 3번째 입학식인 7살 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부모까지 와서 아이들의 입학식을 축하해주었다.


둘째는 기가 죽기 싫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오는데 자기만 아무도 안오면 서운했었을 거 같았다. 몇 몇 세 번째 입학식이라고 부모도, 조부모도 안온 아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다행이었다. 안 왔으면 아이가 얼마나 슬펐을까?


휴직해서 아이들을 챙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봄방학때는 평일을 이용해 스키장도 다녀왔다. 1,2월동안 바쁘단 핑계로 아이들과 제대로 외출도 못했었다. 자기혁명캠프도 끝나서 후련한 마음으로 평일에 근처 스키장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도 너무나 즐거워했다. 나도 사람이 별로 없어 좋았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운전하랴, 타지도 못하는 스키를 타며 아이들 챙기랴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지난 12월 초 아이들과 다녀온 스키장 추억도 생각났다. 그때는 힘든 나머지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는데 아이들은 그게 가장 강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아빠가 짜증냈었다며 고자질 한 걸 보면 말이다.


나름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즐겁게 스키를 타고온 건 휴직 덕분이기도 했다. 사람이 없는 스키장의 여유로움도 컸지만 그보다도 휴직 후 내 마음의 여유로운게 더 큰 이유였다. 물론 최근 읽었던 자기계발서들이 보탬도 됐고.


휴직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 다행이었다.





화만 내던 아빠는 이젠 안녕!


얼마전까지 나는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내는 아빠였다. 제주에서도 하와이에서도 그리고 스키장에서도 아이들에게 고함을 지르느라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애써 변명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나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빠로서, 성인으로서 아이들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인도하는 것이야 말로 당연한 일이고, 의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보니 화도 많이 냈었다. 즐겁게 간 여행에서 아이들이 "내맘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솟아 올랐다. 아이들이라 어쩔 수 없었을 텐데, 자기들도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을 텐데, 나는 그 마음을 몰랐었다. 아니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 전 읽은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잠들어 있는 성공시스템을 깨워라>에서는 아이를 잠시 맡고 있는 소중한 선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 출발점은 아이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다. 아이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자신의 것이다. 저 높은 곳에서 우리에게 내려진 선물이며, 그것도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선물이다.


교육학자 최재정 교수님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를 손님이라고 생각해보라고, 그러면 아이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고 말이다. 아무리 진상손님이 와도 화를 낼 수 없는 게 주인이니까 말이다.


맞는 말이다. 진짜 중요한 말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내가 행복해야 한다.휴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나를 보며 많이 느끼고 있다. 손님이든 선물이든 내가 불안하면 소중히 여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같은 손님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나의 마음은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는 것도 않는 것이지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에게 당당해지고 싶다. 아빠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회사 다니는 걸 힘들어 했다. 아이들에게도 티를 많이 냈다. 일요일 저녁이면 한숨 쉬는 건 기본이었다. 어느날은 큰 아들이 직장 생활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위로하기도 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일하는 것이 즐겁고, 즐겁게 일하면서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내가 즐겁게 일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가장 쉽고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휴직의 1차적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나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15년 가까이 일한 내게 쉼표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이들에게 나쁘게만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아빠다운 게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나는 생각한다.




나를 위한 시간들을 많이 갖겠다고 시작한 휴직이지만 휴직기간동안 아이들과도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도 생기는 요즘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평일에 아이들과 놀이동산도 가 볼 생각이다.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장기간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다. 엄마에게는 육아의 자유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아빠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


휴직을 해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나를 찾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위한 휴직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 속에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너무 욕심내는 건가? 그래도 난 우리 아이들과의 소중한 일상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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