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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28. 2019

꾸준히 하게 되면 뭐가 좋은가요?

꾸준히 글을 쓰면서 얻었던 5가지에 대하여


낙수물이 바위를 뚫는다.



우리 속담에 "낙수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말이 있다. 비록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지만 계속 해서 떨어지다 보면 바위를 뚫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속담이다.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무를 쓰러뜨릴 수 있다.


요즘 나는 꾸준함의 힘을 믿고 있다. 하고 싶은 걸 찾았다면 의심하지 말고 계속 해 내야 한다. 비록 방법이야 조금씩 달라질 순 있겠지만 가겠다는 의지를 꺾진 말아야 한다. 고지는, 알고보면 바로 앞에 있었을 지도 모르는 데 포기하기엔 너무 아쉽지 않을까?


지난 포스팅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나만의 방법 7가지에 대해서 공유했다.


https://brunch.co.kr/@tham2000/48

다소 긴 포스팅이었지만, 작성하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꾸준함"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기도 했다.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글을 쓰다보니 왜 꾸준히 해야하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라서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싶었다. 


꾸준히 하면서 어느 정도 삶의 변화가 있었다. 일가를 이룰만큼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있었고 그걸 통해 내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고지를 밟을 날이 올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꾸준히 하는 것이 왜 좋은지, 지금까지 나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글쓰기를 소재로 정리해봤다.


꾸준히 하면 뭐가 떨어지나요?


1. 그 일을 좋아하게 된다.


나는 글쓰기를 싫어했다. 글 쓰는 일이 너무 무서웠다. 약간의 포비아가 있었다. 아마도 고등학생 때 생긴 듯 싶었다. 논술 시험을 보면 성적이 엉망이었다.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평균 점수 이하였다. 나름 압박감이 있었고, 다행히 좋은 학원을 다닐 수 있어 적당한 점수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학교에선 논술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런...)


하지만 글쓰기 포비아는 대학에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많았다. 전공이 사회학이다보니 한가락 하는 아이들 덕분에 수시로 위축되곤 했다. 나의 글을 쓰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고통스러웠다.



2017년 7월부터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글쓰기 포비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졌다. 뻔뻔해지기도 했다. 글쓰기는 가장 중요한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며 내 글에 스스로 만족해하기도 했다.


고통스러운 글쓰기 과정은 즐겁고 재미난 과정으로 바뀌었다. 물론 새글 하나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긴 하지만 보람이 있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제까지 나는 남을 관찰하는 일을 주로 하고 살아왔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도 많이 쓰곤 했다. 내가 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었다. 남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생각하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사람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한 관심이 늘어갔다. 내가 경험한 일에 대해서 정리하고, 읽은 책에 대해서 기록하고, 느낀 바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몰랐던 나를 알아가기도 했다. 스스로 잘났다고 떠들어 댔지만 알고보면 남들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나를 포장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기도 했다. 


글을 쓰는 데 재미가 있어지면서, 쓰고 싶은 글거리도 많아졌다. 다양한 주제를 건드리게 됐다. 쓰다보니 계속 해서 생각이 났다. 지난 번 썼던 <꾸준하게 실천하는 나만의 방법 7가지>도 그랬다. 감기가 걸려서 고생하는 동료를 보면서 꾸준히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그런 글이 나오게 되었다. 


쓰다보니 재밌어졌다. 물론 창작의 고통은 여전히 나를 짓누르지만, 글을 쓰고 하나의 내 새끼를 낳는 과정은 충분히 나를 흥분시키곤 한다.



2. 그 일을 잘하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1만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보통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성공을 거둔 사람인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하고 연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매일 4시간씩 7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1만시간까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부나 명성을 얻지 못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히 노력하면 더 잘 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서 남들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비교하기 섣부르지만, 확실히 어제의 나보다는 훨씬 글을 잘 쓰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글을 잘쓰게 되었다는 사실은 독자들의 반응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무반응의 블로그에 하나 둘씩 댓글도 늘어나고 공감도 많아졌다. 내 글에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과 공감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확실히 내 글쓰기 실력이 성장했음을 느끼곤 한다. 


물론 꾸준히 하기만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공부도 해야 한다. 다행히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글을 쓰면서 유시민 작가와 강원국 작가의 책도 찾아보고 강의도 들으러 다녔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따라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기도 하고, 쉬운 것부터 따라해보기도 했다. 물론 그들 수준은 아니지만 하나 둘씩 따라하다보니 글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쓴다고 해서 “꾸준히” 글쓰기 실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 실력은 갑자기 올라간다. 이른바 퀀텀점프를 하는 것이다. 계단을 뛰어오르듯 다음단계로 올라가게 된다. 어느 정도 쌓여야 폭발하듯 터지는 게 글쓰기 실력인 듯 싶다. 따라서 꾸준히 하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자책하는 분들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음을 생각하고 조금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3.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게 된다.

꾸준히 실천하는 삶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힘들다. 모임을 가입하고 회비를 납입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띌 때 꾸준한 실천이 가능하다. 최근들어 꾸준하게 실천하고 습관을 만들어 가기 위한 모임과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역시 인간의 나약함을 잘 이용하는 듯 싶다. 


최근들어 이런 모임에 가입해 사람들과 함께 꾸준함을 실천하고 있다. 함께 실천하다보니 예기치 않는 부수입이 생겼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글쓰기 모임은 더 친해지게 된다. 글을 공유하다보니 서로를 알게 된다. 글에 녹여있는 글쓴이의 개성과 경험 덕분에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 


이른바 "랜선친구"가 되는 것이다. 


나이가 적고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고가 중요하지 않다. 친해지는 데 목적이 따로 없다. 같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끼리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4. 나의 경계가 확장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다보면 경계선을 넘어서 새로운 도전을 해서 새로운 성취를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글쓰기를 하면서도 그랬다. 내가 기존에 경험했던 것들을 넘어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된다. 



요즘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내고 싶다고 당당히 이야기 하고 다닌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온 것도 아니고, 누군가 출판을 해보자고 제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비 출판을 통해 책을 내는 일도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책쓰기를 염두에 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은 목적이 컸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나를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 그리고 글을 쓰며 고민하던 것들을 좀 더 실천해보고 싶어 휴직을 하게 됐다. 휴직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것을 글로 옮기다 보니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허무맹랑한 목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화려한 면만 바라보며 쓸데 없는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비록 그것이 허황되고 화려함을 좇는 목표라고 하더라도 도전해보고 싶다. 글을 쓰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 넘고 싶다. 남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리란 법은 없지 않을까? 내 인생의 좌우명처럼 말이다.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점점 선을 넘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이 정도의 사람이었어?"라고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할 수 있어 좋기도 하다. 꾸준히 글을 쓰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5. 자존감이 올라간다. 

나는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을 갖고 있었다. 항상 누군가를 이겨야 나의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인정을 받으면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곤 했었다. 건강하지 못한 자존감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다. 특히 회사생활에선 더욱 그랬다. 


박진영 작가의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에서는 자존감이 높고 낮음 보다는 건강하게 발휘하냐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곤 한다. 

       


     

"건강한 방법으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높은 자존감은 자존감 추구 과정의 결과일 뿐 그 자존감 추구법이 '건강한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높지만 전혀 건강하지 않고 심지어 장기적으로 타인에게 해로울 수도 있는 자존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글을 꾸준히 쓰다보니 자존감의 추구가 조금은 건강해진 것 같다. 우선 남들과 비교하는 버릇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남들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렇게 비교를 한다고 해서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교의 한계를 알게 됐다.


하지만 비교하는 대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비교하는 것을 즐긴다. 비교 대상은 바로 "어제의 나" 이다.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했느냐 안했느냐에 "집착"하게 됐다. 글쓰기가 "나"에 대해서 집중하게 한 것도 한 몫했다.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나를 집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꾸준히 하면서 실력이 늘고,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남들보다 잘난 것이 지금 당장은 없지만 나는 매일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나는 이런 게 바로 나의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나에 집중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얼마 전 읽었던 신정철 작가의 <메모독서법>에서도 꾸준함을 강조한다. 메모 습관을 들이는 것도 결국 꾸준히 노력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꾸준히 하다보면 재미를 느끼게 되고 재미를 느끼다 보면 잘 하게 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명확한 논리였다. 


물론 나는 아직 어떤 뚜렷한 성과를 이뤄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꾸준한 노력의 종착점이 어디가 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꾸준히 노력하는 내가 좋다. 무언가를 즐겁게 하게 된 것이 내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하고, 잘 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꾸준히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한 번 해보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나도 1년 반 전에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이렇게 변할 지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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