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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13. 2019

남성 휴직자들과의 만남을 갖다

동지들과의 만남을 통해 위로를 받다

남성 휴직자들끼리 만나보면 어떨까?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휴직한 남성분들과 만나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거 같았다. 애로사항을 나누며 위로도 받고 생각들을 정리하면 작당모의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발단은 블로그였다. 매주 올리는 휴직일기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나처럼 휴직중이시라는 분들이셨다. 응원도 해주시고 조언도 들려주셨다. 특히 휴직을 마치고 아쉬움에 대해 알려주신 분의 댓글은 나를 다잡게 해주기도 했다. 블로그의 댓글을 보면서 생각보다 남성 휴직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휴직 중인 후배와 의기투합했다. 사람들을 모아보자고! 나와 후배 두 명이니, 한 명만이라도 더 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지를 띄우고,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자들의 평일 브런치 모임


모임은 평일 오전에 개최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보내고 조금은 쉴 수 있는 타임이었다. 여성분들은 평일 그 시간에 많이들 보는 거 같은데 남성들도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족구와 술이 없는, 수다와 음료수만 있는 모임이 이 모임의 컨셉이었다.


남자들끼리 만나도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다.


몇몇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더니, "정말로" 신청까지 해주셨다.  한 명만 해도 되겠거니 싶었는데 모임을 주최한 나와 후배를 빼고도 6명이나 더 신청했다. 휴직자 모임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같이 만나자는 이야기에 동의해주신 성의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부담도 있었다. 오신 분들에게 무엇이라도 “의미”를 드려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냥 모이면 재밌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은(내 기준에) 사람이 오셔서 맘속의 걱정인형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야기 꽃 가득한 첫번째 모임


아는 형의 배려로, 3월 28일 목요일 아침 10시반 상수역에 있는 모 카페에서 첫번째 모임을 열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조금은 뻘쭘했다. 각자 쭈뼛쭈뼛 자기 소개를 하며 슬슬 얼음같은 분위기를 깰 수 있었다.


다양한 분들이 오셨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신 분들이 많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 퇴사를 하신 분들도 있었다. 기혼자들도 미혼자들도 있었다. 이미 휴직을 끝내시고 직장을 다니신 분도 오셔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셨다.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기는 했다. 물론 진행했던 나의 준비 부족인 탓도 있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즐거웠다. 자신들의 휴직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아이와 제주에서 보낸 분의 “현실적”인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휴직을 하면서 심리관련 수업을 들었던 경험도 유익했다.


"휴직과 퇴사"에 대한 본인들만의 생각들을 정리해주셨다. 휴직이라는 꼬리표 덕분에 복직이 두려운 동지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같지 않게 들렸다. 점심까지 먹고 기쁜 마음으로 서로를 토닥여주며 다음만남을 기약했다.


으레 남자들끼리 있으면 나오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아 좋았다. 처음 만나는 사이들이라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겠지만 족구 이야기, 군대 이야기, 술 이야기 그리고 여자 이야기 없이도 우리의 수다는 많은 의미를 채울 수 있었다.


남자들끼리라 사진 하나 제대로 못찍고, 이야기꽃만 피우다 헤어진 게 조금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준 모임이었다.


"오신 분들도 그러했겠지?”


강남에서의 모임을 또 만들다.


상수역에서의 첫번째 남성들만의 평일 브런치 모임 후, 주말 아침 블로그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휴직자의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는 "고마운" 댓글이었다.


전화번호까지 주셨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 토요일 오후 잠깐의 티타임을 가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수원에 계시는 또 다른 휴직자 등 몇몇과 강남에서 만나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렇게 두 번째 휴직자 모임을 만들 수 있었다.


수원, 이천, 용인 등에서 오신 분들까지 다섯 명이 모여서 월요일 오전, 2차로 남성들만의 브런치 모임을 강남역에서 진행했다. 이번에는 스터디 카페를 이용했다. 각자 음식을 싸와서 점심도 카페 내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10시 반 조금 안되어 만난 우리는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헤어질 수 있었다. 역시나 술도 없고, 족구며 군대 이야기도 없는 알뜰한 대화였다.


각자 소개만으로도 이미 2시간을 넘게 썼다. 서로에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왜 휴직 또는 퇴직을 선택했는지, 지금의 일상은 어떤지에 대해서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긴” 소개를 마친 후, 휴직기간 후회된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로도 한참동안 이야기를 진행했다.


정말 즐거웠다. 재밌다기 보다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즐거웠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라 공감대 형성이 쉬웠다. 두 번째 모임은 처음의 아쉬움을 해소하기고 했다. 주제가 있다보니 이야기가 조금 더 깊이가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인증샷까지 찍었다는 것!

나중에 한 분 더 오셔서 총 6명이 인증샷을 찍었다.



평일 브런치 모임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


두 번의 남성들만의 브런치 만남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소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1. 동지를 얻다

대부분이 아이들을 보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들 십여년간의 직장생활 중간에 쉼표를 찍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내 생각에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배울 것들도 많았다. 그들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2.위로를 받다.

휴직을 하고 퇴사를 하며 잠시 회사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같았지만 각자의 휴직 이유와 처한 상황은 달랐다. 얻은 것도 아쉬운 것도 달랐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흔들리는 게 당연하단 생각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힌트도 얻었다. 그들이 몸소 알려주기도 했다. 만나서 이야길 나누며 힐링이 됐다.


3. 용기를 얻다

온라인 상의 모임을 만들때마다 과연 누가올까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못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휴직자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모임에 대해 갈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전달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모임을 만드는 것을 조금 더 추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들었다.


그래서, 또 만나려고 한다.


휴직자 또는 퇴사를 해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과 평일 낮에 계속 만나볼까 한다. 내가 얻은 것들을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고, 나도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 싶다.


우선은 상수에서는 4월 18일 목요일에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며 4월 22일엔 강남에서 추가로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주제를 잡아 발표도 해 볼 생각이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해도 된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환영이다. 평일 오전에 세네시간을 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우선은 남자들만!


물론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평일 낮에 소외받는 남자들끼리 우리 이야길 하자는 것이니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댓글이나 카톡으로 (ID : hojin0601) 연락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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