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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08. 2019

경주 벚꽃 마라톤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꼴랑 10km 뛰었을 뿐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2019년 4월 6일 달리기로 인해 이 날이 특별해졌다. 경주까지 가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보문호수에서 벚꽃은 제대로 못 보고 달리기만 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고작 10km뛴 것 가지고 호들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래 내가 호들갑을 잘 떠는 성격이라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유난스럽게,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흥분해서 후기를 작성했다.


https://brunch.co.kr/@tham2000/53


기록을 세운 이야기, 그리고 경주가 새롭게 다가온 이야기를 작성했다.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느라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그리고 끝나고 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있었는데, 후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중간에 이야기를 잘라야 했다.


그래서 경주 마라톤 후기 두번째 이야기를 준비했다. 몇가지 떠오르는 단상들을 정리했다.


이른바 <경주 마라톤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다.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따라 해봤다.


꼴랑 10km지만 그래도 생각난 건 생각난 거니까.




1. 목표를 세운 것만으로도 반 이상 이룬 것이다.


연초에 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10km에 40분대에 돌파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버킷리스트는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것이니 작성할 때엔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기록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작년 처음으로 나간 대회에서 50분 대에 골인했으니, 이번엔 40분대로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작성한 목표였는데 달리기를 하다보니 진짜로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갑자기 든 것은 아니었다. 2월 초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기록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달리는 게 좋아서 달릴 뿐이었다. 10km를 달린다는 게 버겁게 느껴졌다. 한 달 정도 달리다보니 40분대를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연습을 했다. 마라톤 1주일 전 혼자 10km를 달리는 모의고사도 치뤘다.


연초에 세운 목표가 있었기에 더 열심히 달릴 수 있었다. 목표를 이루겠다고 도전하다보니 불가능할 것 같았던 40분대가 가능한 숫자로 바뀌어 있었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연초에 들었던 자기계발 프로그램에서 최우수 수강생인 MVP가 되는 걸 목표로 잡았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한참 전 아내의 바람을 담아 버킷리스트애 담아 뒀었다. 아내의 바람을 담아 작성은 했지만 내가 MVP가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물론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긴 했다.


수업이 시작되고나서는 목표를 잊고 지냈었다. 수강료 아깝지 않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 컸다. 수업에서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내가보니 수업이 끝날 때쯤 느낌이 왔다. 잘 하면 MVP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 말이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날 MVP에 뽑힐 수 있었다. MVP는 언감생심이라 생각했었는데 목표라고 적어두고 최선을 다하니 어느새 MVP가 되어 있었다.


두 사건을 통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목표를 잘 세우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을 실현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만큼 목표는 실행을 위한 원동력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목표를 어떻게 세우는 게 좋을까?


목표 설정은 SMART하게 해야 한다.


SMART한 목표 설정엔 5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구체적이고 (Specific) 측정 가능한(Measurable) 목표를 세워야 하고, 달성가능하며  (Achievable) 현실적이며 (Realistic) 시간 제한을 두고 (Time limited) 살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SMART 한 목표 설정 5가지 항목>

Specific: 구체적인

Measurable : 측정가능한

Achieavable : 달성가능한

Realistic : 관계있는

Time limited: 시간 제한이 있는

*SMART에 대한 풀이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달랐고 개인의견을 반영하여 5가지 항목을 재설정하였다.


마라톤을 하며 40분대라는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한 목표를 세웠기에 실현이 가능했다. 허무맹랑하지 않았고 내가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2019년 안에 꼭 해야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목표를 설정할 때 두루뭉슬하게 작성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게 필요하다. "매주 2회 10분씩 영어 공부를 해서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5분 이상 말할 수 있도록 한다."와 같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바꾸면 훨씬 더 실행력을 갖추게 된다.


구체적인 목표는 연말에 목표를 "반성"할 때도 유용하다. 내가 얼마만큼 노력했고, 달성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영어 공부에 대한 목표도 충분히 SMART하게 작성할 수 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측정가능하게 잡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도 포함해서, SMART하게 말이다.


2. 꾸준하게 도전하자


목표를 작성했으면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노력하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이야기다. 꾸준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매일 매일 쉬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그랬다. 꾸준히 매일 달리다보니 달리기에 몸이 적응했다. 우선은 달리면서 나의 몸의 변화를 알게 되었다. 언제 숨이 차오르는지, 언제 다리가 아파오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초반에 스피드를 내야 동일한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있게 되었다.


얼마전 읽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매일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수식을 활용해 설명했다. 꾸준히 노력하며 매일 1%씩 365일을 동안 성장하면 처음보다 37배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1.01을 365번 곱하면 37이 넘게 된다는 논리였다.


물론 매일 1%씩 성장한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읽으면서 모호하긴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었다. 꾸준히 노력하면 처음의 성과는 미미할 수 있지만 성과가 누적되면 누적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함의 힘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누적의 힘!


게다가 꾸준히 달리며 몸상태를 체크하면서 이런 저런 도움을 예상하지 못한 경로를 통해서 받기도 했다. 지리산 단식원에서 다시 읽었던 <마녀체력>을 통해서 숨을 두 번씩 들이마셨다 내쉬는 "칙칙폭폭" 호흡법을 배우기도 했다. 달리기 카톡 방에서 지인은 달리기 후 스트레칭 동영상을 찍어서 공유해주기도 했다. 이 영상을 덕분에 매일 달리면서도 힘들지 않을 수 있었다. 무릎과 허벅지 통증도 확실히 줄기도 했다.


https://youtu.be/fR259mYK8VM 

10분 동안 이 동영상대로 스트레칭하면 달리고 나서 뭉친 근육이 금세 풀린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인간의 뇌는 편안함을 좇는 본능도 있고 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꾸준히 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매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은 거르지 말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루 걸렀다고 해서 자책하느라 다음날도 거르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한 번 걸렀다면 그 다음날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다시 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스포츠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스포츠에서도 우승하는 팀은 연승을 많이 하는 팀이 아니라 연패를 안하는 팀이라고 한다. 우리도 연패를 하지 않는 꾸준함을 기를 필요가 있다. 오늘 달리기를 못했다면 내일이라도 해보자. 이틀연속은 쉬지 말자.


꾸준히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꾸준히 하기 위해서 자기만의 리츄얼(ritual)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루틴을 만들고 그 사이 사이에 나만의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몇 번의 의식을 행한다. 매일말이다. 밖으로 나가면서 엘레베이터 거울을 보고 사진을 찍고, 달리다가 중간에 "나는 나를 사랑한다"라고 외쳤다. 힘이 빠질 때쯤 "할 수 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다를 때면 "해냈다"라고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벤치에 앉아서 기록을 확인하고 1초 동영상 일기를 업로드 했다.


매일 달리면서 나만의 의식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달리기가 단순히 달리는 것을 넘어선 활동으로 자뀌었다. 나를 긍정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의식이 되었다.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의식이 된 것이다.


꾸준히 하고 싶다면 그 활동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도전 이후가 더 중요하다.

4월 7일 달리기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이 밝았다. 경주에서 달린 후 곧장 서울로 올라오느라 몸은 조금 피곤했다. 하지만 나는 다음날 또 한강으로 나갔다. 작년의 실수를 범하지 않고 싶어서였다.


작년에 난생 처음 마라톤 10km를 달리고 나서 다음날부터 운동을 쉬었다.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지냈다. 그때도 마라톤을 준비하느라 나름 50여일동안 일찍 일어났고, 운동을 했었다. 하지만 마라톤 경기 다음날 나는 이전의 나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는 됐다"라는 나태함이 스멀스멀 몸속에서 기어 나왔다.


다시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습관으로 바꾸는 데 꽤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오래 걸렸지만 다시 원상복귀하는 것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이번엔 그런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에도 나갔다. 독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계속해서 나만의 습관을 유지하고 싶었고, 나를 긍정하는 나만의 의식을 유지하고 싶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뛰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았다.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렸기에 기록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다음날에도 또 뛸 수 있다는, 체력이 내게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더 큰 목표가 있었기에 뛸 수 있기도 했다. 경주 마라톤이 끝나자마자 하프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하반기쯤 하프 코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지금 잠시 쉬면 하프에 도전하는 게 힘들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목표가 있다보니 다음날 뛰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경주 마라톤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었다. 나름 뜻깊은 도전이었고, 공을 들인 대회여서 더 생각이 많았나 보다.


마라톤은 신기한 운동이다. 필요한 것은 달릴 수 있는 운동화면 그만인 스포츠다. 달릴 수 있는 도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같이 상대할 선수가 없어도 혼자서라도 달릴 수 있는 운동이다. 마라톤에서는 나와의 싸움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로지 내가 얼마큼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희일비할 이유도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긴 거리를 달리다보면 좋을 때가 있고 힘들 때가 있다. 좋다고 무리하면 안되고, 안좋다고 걸으면 안되는 운동이기도 하다.


마라톤을 하면서 인생에 대해서도 그리고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마라톤처럼 인생도 길게 보면 나와의 싸움이다. 인생도 주변의 환경에 굳이 핑계될 게 없다. 내가 얼마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물론 여러 제약 사항은 있겠지만 결과는 언제나 나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인생이다. 인생은 일희일비하면 안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니 이런 말들만 봐도 우리에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얼마나 자주 교차되는지 알 수 있다. 고로 자기와의 길고 긴 싸움을 얼마나 잘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인생과 마라톤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꼴랑 10km를 달렸을 뿐이지만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 하면 너무 오바인건가? 어찌됐든 내가 느낀건 이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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