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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20. 2019

[휴직일기] 나의 이야기로 발표를 하다.

꾸준히 실행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


주제는 "꾸준함"이었다. 육아휴직 3개월 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3개월 동안 꾸준히 하며 얻었던 나만의 경험을 공유했다.


오늘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매일 아침에 새벽 4시에서 4시반 사이에 일어나서, 40분 정도 달리기를 하고, 한 개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꾸준히 실행하는 것은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매일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다보니 즐기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꾸준히 하다보니 자존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날 발표에서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습관 한 달 살기"를 해볼 것을 제안했고, 언제든 사그러지기 쉬운 열망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상세한 발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 날의 발표를 위해 따로 스크립트 형태로 정리해 놓았다.


https://blog.naver.com/tham2000/221517987412


발표는 역시 재미있었다. 처음 얼마간은 떨렸지만 긴장감은 금세 풀렸다. 다행히 나는 무대위에서 신이 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게 좋았다.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 하는 것도 즐거웠다. 내가 정리한 자료를 사진 찍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참 고마웠다.

나의 "쓸모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15분(10분 했어야 했는데 말이 길었다)을 제공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며칠 동안 공을 들여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얼마 전 만난 한 분께 들은 조언이 생각났다. 그분은 내게 발표를 많이 해보라며 실행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다.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자리를 찾아 보고 많이 발표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실행에 옮김으로써 내가 진짜 발표를 좋아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주제로 말할 때 내가 가장 즐거워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날, 다행히 나는 발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번 뿐인 경험인지라 내 입에 착착 달라붙는 주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함이라는 주제가 나에게 나쁜 주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했다.





이 날 발표가 보람있었던 것은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성의를 다해 발표를 준비했던 것은 이날의 발표가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강연자의 삶을 시작해보겠다는 의지를 담기도 했다. 몇 주 동안 고민하며 주제를 선정하고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 발표 자료를 성의있게 구성했다.  스크립트도 만들어서 아내 앞에서 리허설도 했다.


발표를 마치고,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는 일은 내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의 투자" 속에서 발표를 처음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각해 봐야 할 가치를 발견했다. 스크립트를 짜고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발표가 처음이라면 스크립트를 만들고 리허설을 하라


초보 발표자라면 무조건 스크립트를 만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것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다. 단순히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할 때와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스크립트를 자서 발표를 할 때 느낌이 다르다.


우선 발표가 간결해진다. 스크립트를 짜고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말버릇을 줄일 수 있다.


사람들마다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 쓸데 없는 자기만의 부사나 조사를 붙이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평상시 말을 잘 들어보면 굳이 하지 말아도 될 말을 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말이죠, 제 생각에는 말이예요, 사실은,


평상시 대화를 할 때는 부각이 되지 않지만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에는 나의 말버릇 때문에 내가 전달하는 내용이 묻힐 수가 있다.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버버"해 보이기도 한다. 스크립트를 짜서 간결하게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되면 설득력 있는 말하기가 가능하다.


게다가 스크립트를 짜고 말하는 과정에서 자료의 허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자료를 말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모순이 발견되기도 하고, 흐름이 부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파워포인트에서 생략된 흐름을 스크립트를 통해 연결하면서 보완해야 할 것과 수정해야 할 것이 보이는 것이다.


스크립트를 짜는 행위는 임팩트 있는 발표를 위해 필요하다.


물론 스크립트를 달달 외울 필요는 없다. 실제 발표에서는 써놓은 스크립트대로 하려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여러번 소리내어 읽어보고 몸으로 체득한 후 실제 발표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 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러면 알아서 스크립트에 맞춰서 발표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만드는 작업이 스크립트를 짜는 작업이라면, 리허설은 스크립트를 더욱 가치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과정이 된다. 따라서 스크립트를 짜고 나면 발표 전 리허설을 꼭 해야 한다.



이날의 발표를 위해 전날 저녁 아이들을 재워놓고 아내 앞에서 리허설을 해봤다.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서는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스크립트를 생각하지 않고 파워포인트 자료만 보고 발표를 해 봤다. 스크립트대로 하는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내 앞이라 더 긴장이 되었는지 "어버버"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내에게 무시무시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오디션에 나온 가수 지망생처럼 손을 모으고 아내의 지적을 들을 수 있었다.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의 논리상의 허점과 나만의 말버릇을 지적받았다.


물론 아내의 지적에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누군가의 지적을 받는 일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밀려오는 짜증에도 불구하고 리허설을 하니 보완해야 할 점이 보였다. 밀려오는 짜증은 감사의 마음으로 금세 탈바꿈했다. 아내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용을 조금 수정하기도 했다.  실전에 적용해보니 스크립트를 짤 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진심으로 아내가 고마웠다.


리허설을 할 대상이 없다면, 셀프 리허설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핸드폰 카메라로 동영상으로 녹화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청자의 입장에서 나의 발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것이다. 스피치 학원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내가 발표한 동영상을 확인하는 게 상당히 "불편한" 작업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좀 더 나은 강연자가 되고 싶다면 그런 불편함 또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발표도 퇴고가 필요하다


스크립트를 짜고, 리허설을 하면서 발표 내용의 상당 부분을 고쳤다. 자료를 재배치하고 쓸데 없는 자료들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자료를 수정하면서, 발표도 지속적인 퇴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퇴고가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보면 유명 작가들은 한결같이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단 써보고 나서 여러 번 고쳐쓰는 게 좋은 작가의 자세라는 이야기다. 강원국 작가 또한 그의 책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퇴고를 강조한다. 


글쓰기 능력은 글 고치기 능력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다. 잘 고쳐 쓴 글만 있다. 글쓰기는 고치기 승부다. 만약 지금 만족스러운 글을 못 쓰고 있다면 아직 덜 고친 것이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나의 생각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행위다. 따라서 글쓰기에 중요한 퇴고 작업이 발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발표할 내용을 말해 보면서 끊임없이 고쳐야 한다. 발표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라면 꼭 해야 한다. 말하는 것을 고치는 작업에 스크립트와 리허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접 말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해봄으로써 무엇을 고쳐야 할 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하는 것을 그냥 한 번 지나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냥 휙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내 이야기도 청자의 귓가에 휙 지나가버릴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발표를 여러번 했다. 그리고 발표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남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관종"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발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휴직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는 직장생활에서의 발표와 사뭇 달랐다. 직장생활에서의 발표는 회사 일이 주제였지만 이날의 발표는 "나의 이야기"가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람들이 반응해 주는 것을 통해 나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이야기를 발표해보고 싶다. 어떤 상황이 내게 올 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자리를 찾아보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잠시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일지 생각해봤다.


꾸준히 실행하는 것에 대한 나의 경험과 노하우 공유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경험 공유

14년 직장 생활에서의 아쉬움 공유

휴직 기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방법 공유


이런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 나의 이야기에 궁금한 누군가를 위해서 열심히 영업을 뛰어봐야 할 것 같다.


발표를 할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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