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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y 04. 2019

[휴직일기] 아이들과 여행을 왔습니다

쿠알라룸푸르와 방콕을 여행합니다.


아이들과 비행기를 타고 멀리 왔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휴직 중에 무슨 돈으로 여행을 가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행히 돈이 많이 드는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미 항공권을 예약하면서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했었고, 지난 겨울 호텔비용도 다 결제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비행기와 숙박을 진작에 다 해결했던 터라 휴직 이후에 들어가는 돈은 별로 없었거든요. 어짜피 우리 가족 지갑에서 나온 거니깐 매한가지인건가요? 지금 당장 돈이 안들어가니 체감상 비용이 거의 안드는 여행처럼 느껴졌네요.


조삼모사가 따로 없네요.


어찌됐든 오래전부터 이번 가족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가급적이면 다양한 곳을 아이들에게 체험해주고 싶어해요. 돈과 시간 여유가 되면 새로운 여행지에 도전하곤 하죠. 특히 이번 여행은 저희 가족에게 있어서 여러면에서 새로웠어요. 기존의 여행과는 사뭇 달랐거든요.


처음으로 두 나라를 한 번에 여행하게 됐습니다.
왼쪽은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이고, 오른쪽은 방콕의 짜오프라야강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만 다녀오려고 했었어요. 친한 친구가 쿠알라룸푸르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었거든요. 4년째 머무르고 있는데, 올해는 꼭 가야될 것 같더라고요. 내년에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가야 할 것 같았어요.


쿠알라룸푸르로 여행지를 정하고, 가장 먼저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어요. 생각보다 직항 노선이 별로 없더라구요. 대한항공, 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 정도만 직항을 운영했어요. 그러다보니 가격도 싸지 않았어요.


굳이 직항노선을 고민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경유편들을 알아봤어요. 비행기에서 동영상 보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었기에 경유편을 타는 비행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경유편까지 확장하니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어요. 타이항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가격도 합리적이었지만 환승을 위한 대기시간도 얼마 안걸리는 것 같았어요. 방콕을 경유하는 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이용하기로 했죠.

경유편을 선택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어요. 기왕 방콕을 경유할 거면 방콕에서 조금 더 머물러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 "왕복"으로 설정하지 않고 "다구간"으로 설정해 알아봤어요. 방콕에서 며칠 더 머무르는 조건으로 알아봐도 쿠알라룸푸르 왕복 노선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한 노선은 바로 아래와 같아요.


일정 1.4월 27일 토요일  "인천 - 쿠알라룸푸르(방콕 경유, 2시간 환승대기)"

일정 2. 5월 2일 "쿠알라룸푸르 - 방콕(직항)"

일정 3. 5월 6일 "방콕 - 인천(직항)"


6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기왕이면 두 군데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1타 2피를 노린 거죠. 게다가 노동절과 어린이날 대체 휴일이 끼어있어서 4일 휴가만으로도 9박 10일의 일정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물론 저야 크게 상관없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각각 휴가와 현장학습을 신청해야 했거든요.


생각보다 힘든 일정이예요.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휴양이 아닌 관광인 여행을 시도해 봤습니다.


아이들과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아이들이 어리기에 대부분의 여행지는 휴양지였어요. 하와이, 괌, 발리 등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서 쉬다 오는 게 전부였었죠. 휴양지로의 여행은 아이들도 부모도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그냥 놀기만 하면 되었어요. 게다가 저희 아이들은 물을 꽤 좋아해요. 하루 종일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해변에서 모래놀이 해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이었죠. 휴양지의 리조트들은 시설도 잘 되어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이라는 것도 휴양지 여행의 큰 장점이었죠.


하지만 이번 여행은 도시 여행이었어요. 바다를 한 번도 가지 않는 일정이었죠. 바다 대신 다양한 관광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했어요. 반딧불이 체험, 레고랜드 투어, 요리 체험 등의 활동이 주를 이뤘죠. 물론 최대한 아이들을 배려했지만, 바다가 없는 여행에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됐죠. 아이들이 좋아할런지도 문제였지만, 과연 관광 일정을 잘 따라가 줄지도 걱정됐었어요. 더운 지역이라서 더 염려됐었죠.


물론 이미 비행기 티켓고 호텔 예약도 끝낸 상황이라 걱정을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기도 했지만요. 나름 힘든 일정이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단 생각도 있었고요.


여행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과연 이 선택은 옳았을까?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고, 지금은 방콕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중이예요. 여행은 어땠을까요?


물론 상세한 여행기는 여행이 끝나고 정리할 예정이예요. 그리고 여행이 마무리 되지 않은 지금 여행이 좋았다 나빴다라고 성급하게 언급하는 건 무리일 것 같긴 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있어요.


새로운 도전은 항상 어렵다는 사실이죠.


여행이 다 끝난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다소 힘든 여행이긴 했어요. 긴 일정과 잦은 이동 때문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조금 지치긴 했어요. 게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튀어 나오는 바람에 힘들기도 했죠. 아이들이 피곤해서인지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싸우기도 했어요. 덕분에 저도 몇 번 울컥하기도 했죠. 물론 여행 준비를 더 잘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아 반성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아이들만이라도 좋은 것만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먼 훗날  아이들이 어린 시절 여행을 기억할 때 이번 여행도 좋은 추억으로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너무 큰 바람일까요?

아이들과 비행기를 타는 여행은 계속 하고 싶어요.


다음에도 우리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번 여행같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여행을 다니는 게 맞나 싶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저는 조만간 다시 여행을 위해 비행기 표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휴직자"라서 선택에 제한은 많을 거예요. 아껴서라도 어딘가 여행을 떠나려고 할 것 같아요. 지금이야 다소 지쳐서 별 생각이 없지만 분명 여행은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거든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욱 힘이 되니까요.


왜 저는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가려고 할까요?

여행은 저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저는 비행기가 뜨는 순간이 참 좋아요. 기존의 세상과 단절되면서 현재의 고민들을 며칠이나마 잊게 되어서 좋더라고요.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비행기가 이륙하면 기존의 세상과 단절을 경험하게 되요. 뭔가 탈출하는 기분이 들죠. 그리고 착륙하면서 접한 공간은 완전 새로운 공간이 되요. 현재에 내가 고민하는 "시궁창"같은 것들이 생각이 안나기도 하죠. 물론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또다시 직면하게 될 고민들이지만 며칠이라도 잊고 지내는 게 좋아요. 그리고 며칠이라도 잊고 지내는 게 나중에 돌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고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탈출하는 게 더 좋아요. 아이들을 케어하는 동안엔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하기에 별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거든요. 게다가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느끼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서 좋아요. 몇 번 혼자서 여행해봤는데요, 아이들에게 미안하더라고요.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요.


둘째로 아이들이 크고 있음을 확인시켜줘요.  매번 여행할 때마다 아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죠. 이번 여행에서도 그랬어요. 물론 힘들어서 짜증을 냈던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분명 지난 여행에 비해 한 뼘 자라 있었어요. 힘들어도 여행을 즐겼죠. 박물관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기억해 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잘 놀아준 덕분에 부부에게 몇 분의 쉬는 시간을 주기도 했어요. 영어를 모르는 둘째는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했죠.


아이들은 다양한 세상을 경험을 하면서 커가고 있었던 거죠. 저는 아이들 교육에 이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수학 문제집 한 권 더 풀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생생한 경험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세계에 가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래서 학원비에 투자하는 대신 여행을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지금 어려서 기억을 못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잠재의식 속에서 이런 경험들은 자산이 되어 차곡 차곡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경험을 복기할 순 없을지라도 아련히 "좋았던" 기억만이라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아직 며칠의 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여행은 꽤 힘든 여행이었어요.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여행을 후회하진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여행기를 쓰는 동안, 다시 글로서 여행을 하면서,  여행하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느껴볼까 해요.


이번 글은 이번 여행기의 인트로 정도가 될것 같아요. 앞으로 세세한 여행기는 차곡차곡 써갈게요. 수시로 업데이트할 예정인 저희 가족의 이번 쿠알라룸푸르, 방콕 여행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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