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PD의 꾸준함에 대하여
꾸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한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다 보니 내게 영향을 미친 꾸준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의 꾸준함을 따라하게 됐다. 신기하게도 그들을 따라하다 보니 내 일상도 조금씩 바뀌었다.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꾸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 나의 변화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독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독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나의 이야기보다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궁금해 한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내가 누구로부터 무엇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면 어떨까 싶었다. 몇 명이나 될 지 모르겠지만 한 명씩 이야기로 풀어 볼 예정이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SNS로 접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해볼 예정이다. 물론 그들이 나를 만나주면 더 찐~한 인터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첫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분은 청춘 시트콤 <논스톱> 피디였지만 지금은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저자로 더 유명한 김민식 님이시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보다 인세, 고료가 더 많으시다고 하니 이제는 PD라는 직함보다 작가라는 직함이 더 어울리는 분이시다. 작가로서 인세와 고료를 더 많이 받게 된 배경에는 8년째 매일 올리고 있는 블로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일상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책을 낼 수 있었고,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쓸 수 있었다.
그의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다보면 유독 “즐겁다”, “논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는 항상 즐거운 일을 찾아 놀이하듯 살아갔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였어도, 상황을 비관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그것을 즐기며 했다.
본의 아니게 자원공학과에 들어가서 바닥을 기는 학점을 받았지만, 영어에 재미를 붙여 흠뻑 빠져 지내기도 했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판매 상품의 스토리를 만들며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동시통역대학원에 가서도, PD가 되어서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했다.
파업의 여파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연출을 못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도 그는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힘든 순간에도 그는 먹이를 찾는 한 마리 하이에나와 같이 즐거움을 찾아 떠돌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 그것만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즐거운 일을 찾다 발견한 것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었다. 짠돌이였던 그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 바로 블로그였던 것이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 이름은 공짜로 즐기는 세상, 블로그 주소는 free2world.tistory.com이기도 하다)
공짜로 즐기는 만큼 금전적 보상보다는 글쓰기 자체에 집중했다. 좋은 글이냐 아니냐에 연연하기 보다는 글을 쓰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즐겼다. ‘남들도 어차피 공짜로 보는 건데, 조금 이상하면 어때’라는 생각을 갖고, 힘들면 대충 글을 마무리 하기도 했다. 그렇게 즐기면서 글을 썼기에 8년동안 매일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즐기는 삶을 통해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어간 그의 모습을 보면서 “뻔뻔하다”라는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자신이 힘에 부친다고 생각될 때는 그냥 마무리 해버리는 것은(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의 글은 대충 정리한 것은 없어보였다.) 보통 뻔뻔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뻔뻔함 속에서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뻔뻔했기에 자기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것이 그의 오늘을 만들고,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주위의 기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욕망에 부합하는 일이기에 끈기를 발휘할 수 있어요
작년, 김민식 님의 강의를 듣고, <매일 아침 써봤니> 책 표지에 작가의 친필 싸인을 받았다. 그는 싸인과 함께 "삶은 하루가 다 선물입니다”라는 문구를 남겨주셨다. 싸인을 받았을 당시 "하루가 선물"이라는 말이 와닿지는 않았다. 베스트 셀러 작가로 잘나가는 그의 하루는 선물일지도 모르겠지만, 매일이 힘든 나는 하루가 선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를 만나고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린지 벌써 8개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조금은 그가 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까진 그처럼 뻔뻔함을 장착하지 못해, 글을 쓸 때 어깨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독자의 반응-특히 무반응-에 예민하게 굴기도 한다.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일상이 달라졌다. 그냥 지나갔던 평범한 일상이 선물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그냥 재미있게 다녀온 여행이 특별해졌고, 그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매일의 일상에 새로운 재미들이 발견됐다. 글쓰는 일이 재미있는 일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나에게는 "매일 글을 쓰는 하루"가 선물이 되어 버렸다. 그냥 지나쳤던 하루가 글로 남기다보니 특별한 하루가 되어 버렸다. 특별해서 남기는 게 아니라 남기니까 특별해졌다.
비범한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매일 기록하니까 비범한 삶이 되는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달립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김민식 님의 꾸준함의 비결은 바로 "즐기는 것"에 있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매일 블로그에 글을 남기면서 그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특별한 오늘 덕분에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를 따라하다보니 나 또한 블로그에 글을 끄적이며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하루가 선물같다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즐기며 글을 쓰고 있다.
꾸준히 무언가를 실행하고 싶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키지 않아도 꾸준히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뻔뻔하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서 생각해봐라. 그러면 분명 가슴 떨리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나온다면 무조건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즐거운 일은 언제든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책에 나온 인용구는 <매일 아침 써봤니>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