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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26. 2019

메모독서법으로 두 시간 넘게 수다를 떨다

성장판 4월 독서 모임 후기


독서 모임인가 수다 모임인가?


지난 목요일 저녁 신정철 작가가 운영하는 <성장판 문래 독서 모임>에 다녀왔다. 세 번째 참여하는 모임이었다. 이 날의 책은 신정철 작가의 <메모독서법>이었다. 작가앞에서 책에 대해서 토론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꽤 신나는 시간이었다. 기존에 유발 하라리의 어려운(?)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모두들 "메모 독서"를 하고 있던 터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같기도 했다. 


두 시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책 이야기도 하고, 본인 이야기도 하면서 쉴새 없이 떠들었다. 


"나만 떠들었나? 어쩌면 그랬을 수도..."


어찌됐든 너무 유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몇 가지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내가 간과하고 있던 것들도 발견하기도 했다. 



<메모 독서> 잘 하고 있는 걸까?



성장판 독서 모임을 가기 전 메모 독서와 관련한 글을 정리하고 있었다. 메모독서를 하면서 <자존감 수업>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메모 독서 덕분이라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으로 자존감 수업에 대한 내용과 메모 독서의 효력에 대해 블로그에 남겼다. 


 https://blog.naver.com/tham2000/221522629782


두 번째 읽었던 책이었는데, 기존에 읽었던 <자존감 수업>과 달랐다. 내가 지금 "매일" 달리고 글쓰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진짜 내가 제대로 메모독서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물론 메모 독서법에 정답은 없다.


성장판 독서모임에서는 "메모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의 다양한 방식의 메모독서법도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해 손글씨로 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디지털 메모를 활용하기도 했다. 두 개를 섞어 쓰는 사람도 있었다. 한 참여자는 음성으로 저장해서 텍스트화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의 개성에 맞춘 방식으로 메모 독서를 하는 것처럼, 메모하는 내용도 개인의 개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 메모하는 내용에 정답이 있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 메모하는 내용은 책을 읽는 "지금의 나"가 "꽂힌 문장"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핵심문장을 기록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감하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했다. 꼭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잘 메모하고 있는지 항상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메모 독서가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을런지도 모르겠다. 


정답을 맞히는 건 대학교 입시를 위한 수능이 마지막이었던 걸 잊지 말자!



하지만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게  있었다. 


정답은 없는 메모 독서라지만 꼭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게 있다. 비단 메모 독서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독서 자체에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바로 

"작가와의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는 것이었다. 


얼마 전 말하기, 듣기와 관련한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봤다. 메모 독서 전이라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남의 말을 잘 들으려면 내가 무엇을 말할지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엄청난 반성을 했다. 나는 상대방이 말을 하는 내내 내가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할 지 고민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안좋아하고를 떠나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려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할 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았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책을 읽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 보다는 책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수시로 고민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혼자 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경청의 기본 자세에 어긋나 있었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건, 한 참여자의 이야기 덕분이었다.  그는 <메모독서법>을 메모하며 신정철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어서 좋았다고 언급했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임으로써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어린왕자가 여우를 길들이듯이 책을 길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롯이 책을 접했단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신정철 작가 또한 책읽기를 하며 경청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목적의식에 집중하여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못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5% 정도의 의식수준만 갖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많이 아팠다. 나의 대화법이 그리고 나의 평상시 태도가 메모 독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이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어 나를 되돌아 보게 되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에 경청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듯 싶다. 


저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 책 옆에 저자 사진이라도 붙여놔야 하나 싶기도 하네.아이컨택하며 대화를 나누면 좀 더 집중할 수 있으려나?ㅡ^^


신선한 충격도 있었다.

메모 독서도 결국 "장비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메모 독서를 이야기 하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메모를 할 수 있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이 펜과 노트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메모를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일본에서 나온 <신사의 노트>라는 것도 알게 됐다. 종이질이 비단결 같은 노트였다. 좋은 노트에 좋은 펜으로 써야 손이 덜 아프게 편하게 메모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쉽게 써지니 메모하는 "맛"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메모 독서를 하며 조금 힘들었던 게 나의 볼펜과 노트 때문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습관을 들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는 점에서, 그리고 재미를 붙이기 위해 좋은 도구를 활용하면 좋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발견이었다. 


달리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달리기를 잘 하려면 그 무엇보다 좋은 러닝화를 사야 한다. 그래야 편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뭐가 됐든 좋은 도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게 필요해 보였다.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할까? 신사의 노트... 그리고 만년필?"




유쾌했지만 뼈가 있는 수다모임이었다.


독서토론스럽지 않게 웃음꽃이 피어나는 시간이었다. 그간의 경험들을 나누는 자리다 보니 책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참여자들이 책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경험이 공유되었겠지?


화려한 메모 기술도 알게 되었다. 1년 넘게 메모하다보니 <문장 자판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엄청난 내공의 참여자도 알게 되었다. 

https://blog.naver.com/katarsys/221522176629


한참 웃고난 모임이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웃고만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메모독서가 아직은 습관으로 다가오지 않는 내게, 조금 더 집중하고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전날 <자존감 수업>을 정리하며 들었던 조금의 아쉬움이 약간은 해소된 듯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이제 30일 정도됐다. 메모 독서를 한 지 말이다. 이 정도까지 꾸준히 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얻은 게 있고, 더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날 독서 모임을 통해 유쾌하게 나눈 수다가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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