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호진 Apr 19. 2019

채식주의자로 한달살기 그리고 새로운 도전하기

한달 도전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


채식주의자로 한달살기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9박 10일 동안 지리산 단식원에 다녀왔다. 혼자만의 9박 10일 동안, 책도 읽고 생각도 많이 했다. 구본형 선생님처럼 "나는 글을 써야겠다"라는 것을 느끼진 못했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https://brunch.co.kr/@tham2000/47

그리고, 


단식원에 나오고 나서 객기를 부려봤다. 한달동안 몇 가지 음식들을 먹지 않고 살아보기러 했다. 단식원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기피 음식들이었다.


고기, 생선, 우유, 계란, 커피, 밀가루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면서 밀가루와 커피까지 끊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길지 않게 한 달 정도 도전해볼 계획이었다. 


굳이 잘 먹던 음식을 끊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건강상의 이유였다. 단식원에서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육류가 내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란, 우유, 밀가루 등의 제품도 그렇고, 중독성이 강한 커피도 위험한 음식이었다. 몸에 좋은 음식이 입에 쓰다고, 입에 달달한 음식들이 몸에 안좋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우선은 몸 건강을 위해서 끊어보기러 마음 먹었다. 게다가 육류를 먹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육류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의 동물학대는 물론이거니와, 노폐물들이 자연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환경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결정적으로 절제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대로만 살지 않고 먹는 것이라도 내가 스스로 끊고 살면서 나를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달 동안 채식 식단으로 지내봤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고기나 커피가 먹고 싶어서 죽겠다, 라는 감정이 들진 않았다. 남들이 고기를 먹고 있는걸 봐도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문제였다. 사람들과 만나서 식사를 하려면 제약사항이 많았다. 나 때문이었다. 가장 힘든 게 채식 주의자를 위한 식당을 찾는 일이었다. 찾고 찾은 끝에 겨우 몇 군데 갈 수 있었다.


서울시내 채식식당 


한 달 동안 찾아갔던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소개해보면 아래와 같다. 



1. 광화문 "감촌 순두부"


광화문에서 채식 식당을 발견하다 찾은 곳이다. 수요 미식회에도 나온 집이라고 하는데, 르미에르 빌딩 5층 구석에 있다. 사람들이 찾지 않을 곳에 있지만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수요 미식회에도 나온 맛집이라고 한다. 채식 메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순두부 찌개에 고기와 계란을 빼달라고 하면 고추가루로 양념해서 준다. 무슨 맛으로 먹냐?라는 표정으로 나에게 순두부를 건네주셨지만, 괜찮았다. 먹을만 했다.



2. 광화문 "힐사이드 테이블"


광화문 채식으로 검색했더니 단번에 나오는 집이었다. 샐러드 메뉴를 먹을 수 있었다. 



밥을 사준 지인은 휴직자인 나를 위해 아보카도까지 추가로 얹어줬다. 풀만 먹었지만 포만감은 꽤 오래가는 메뉴였다. 



3. 안국동 "조선 김밥"


안국동 김밥집에서는 어묵, 계란, 햄 등을 뺀 김밥을 먹기도 했다.  조선김밥이라는 곳이었는데 나름 유명한 곳인듯 했다. 


조선김밥이라는 나물이 많이 들어간 김밥이었는데, (함께 간 지인은 어묵김밥을 먹었다) 계란과 햄 등이 없어도 충분히 맛이 있는 김밥이었다. 나물의 맛이 좋았다.

지인은 어묵김밥을 먹었고, 나는 상단의 나물김밥을 먹었다.


4. 이태원 채식식당 플랜트


이태원 채식식당인 플랜트(PLANT)에서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먹기도 했다. 


이태원의 유명한 채식식당이어서 그런지 다양한 종류의 채식음식 메뉴가 있었다. 특히 렌틸콩의 맛을 알게 해준 렌틸콩 메뉴와, 타이식 채식 카레 맛은 일품이었다. 콩 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도 먹을만 했다.  



5. 인사동 오세계향


사동에도 채식 전문점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한식을 채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은 못찍어서 패스하는 걸로~



6. 그외에도


산채나물집, 비빔밥집, 곤드레나물밥 집 등에서 고기없는 메뉴를 즐겼다. 비빔밥집에서는 고기와 계란을 빼고 채식비빔밥을 먹기도 했다. 




지인들의  배려로 채식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밥을 못먹은 적도 있었다. 홍대에서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온통 육식 식당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돌아보다 결국엔 포기하고 두유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소심하게 두유를 사들고 카페로 들어가 고구마 라떼에 우유를 두유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는...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이 없지는 않았지만 일일이 찾아다니며 여러가지 제한 사항을 말하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워낙 많아서 어디든 채식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것 같던데 조금 아쉽긴 했다. 


그렇다고 완벽한 채식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멸치 육수로 우려낸 국물을 마신다거나, 새우젓이 들어간 김치를 먹기도 했으니까. 그것까지 먹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면 아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몬드 우유를 접하다


우유를 끊고 두유를 주로 먹었다. 두유를 좋아하긴 했지만 자주 먹으니 특유의 콩 비린내가 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아몬드 우유를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맛있어서 즐기게 되었다. 아몬드를 하루 정도 물에 불린 후 믹서기로 잘 갈면 아몬드 우유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수고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듯 싶어, 사먹었다. 


마트에서도 팔고 있지만 쿠팡에서도 싸게 팔았다. 한 팩에 2천원 정도? 아몬드 특유의 달달함이 느껴져서 좋다.

채식식단은 오래하기 힘들 듯 하다.




한 달 동안 채식으로 지내보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몸무게도 단식원 이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기를 먹고 싶은 열망이 예전보다 줄어 들었던 것도 좋은 수확이다. 고기를 먹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채식 식단으로 살아가기에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나 혼자 불편한 것이야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니 문제였다. 오랫동안 채식을 유지하는 게 꽤나 고통스러울 듯 싶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작가인 하루키는 매일 그가 달릴 수 있었던 이유를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할 만 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매일 달린다는 것이다. 


그 책을 읽고 난 이후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멈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내가 좋아하느냐 마느냐로 생각하지 않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로 따져보기러 했다. 그런데 채식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한 달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혼자 있을 때에는 채식식단으로 살아갈 예정이다. 가급적 커피, 우유는 계속 끊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한달동안  지냈던 방식으로 고기, 생선, 밀가루까지 다 끊고 살아가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한 달동안 나를 절제하고 느꼈단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만족하기러 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철저한 채식 식단은 4월 26일까지만으로 종료할 예정이다. (4월 27일에 가족 여행을 떠나므로 여행지에서는 자유롭게 먹는 걸로) 그리고 나는 새로운 한 달 도전을 시작했다. 


"카카오톡 알람끄기"


시시 때때로 울려대고, 안읽은 메시지 숫자로 나를 괴롭히는 카카오톡의 알람 기능을 해제하고 한 달을 살아보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했으니 약 5일 동안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남들이 보내는 메시지에 나의 집중력을 흐뜨리지 말고, 내가 원하고, 보고 싶을 때 메시지를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도전해보기러 했다. 


5일동안 지내보니 생각보다 급한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급한 메시지면 알아서 전화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수시로 궁금하긴 하다. 아직 적응하는 단계라 수시로 궁금하긴 한데, 이것 또한 조만간 적응되지 않을까 싶다. 


메시지에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보고 싶다. 이 도전도 한 달을 해보고 쭉 할 지 말 지를 결정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진짜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고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달 살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1. 함께 매일 달리기 


첫번째 도전은 매일 달리기를 함께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들은 Peter Kim의 경험에 착안해서 여러 사람들과 매일 달리는 온라인 상의 모임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매일 달린 거리를 인증하는 것이 미션이다. 꼭 매일 달리지 않아도 된다. 한 달 동안의 달리기 양을 정해놓고 실천하면 된다. 


매일 1km씩 달리는 것을 마음 먹은 사람은 한 달 동안 30km만 달리면 된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달리는 것이다. 꾸준히 하는 게 목적이다.


https://docs.google.com/forms/d/1zeCq___qfXA1RTEUnEkhSmn9-DaSB7iA3vXronS-jpI/edit


2. 남의 글을 읽고 피드백 하기 


두 번째 도전은 남의 글을 읽고 내 견해를 담아서 글의 강점과 아쉬운 점을 댓글로 달아주는 것이다.


내가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 했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피드백을 해주진 않았다. 남의 글을 피드백한다는 것은 웬만한 애정이 없으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이 아쉬웠다. 내 글이 발전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비판이 있지 않아서 겸허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으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바라는 것을 남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칭찬도 곁들이는 것은 기본이고 아쉬운 점을 간단하게 적는 피드백을 해 볼까 한다. 한달에 15개의 글에 대해서 비판해주는 것으로 세팅할 계획이다. 댓글은 100자 내외로!


https://docs.google.com/forms/d/1EUgSa5BuTUPfAjmOUw-20txR_-7CkIRSCjq4loC6eY0/edit


두 모임은 유료 모임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책임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달 살기로 검색하면 다양한 장소에서 한 달 동안 살아가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제주에서, 발리에서, 치앙마이에서 사람들은 혼자서 또는 가족들과 함께 한달의 생활을 보낸다. 한 달동안 새로운 곳에서 보내려는 이유가 뭘까? 아이들 영어 목적도 크겠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보려는 이유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남들이 한 달살기 글을 보거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내가 먹을 수 없는 포도여서 더 그런 듯 하다. 일반 직장인에게 한 달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지 않는 한 꿈꾸기 어렵다. 


하지만 한 달동안 살면서 새로운 나를 만나고, 나를 자극할 수 있는 게 장소를 바꾸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좋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좋겠지만 그것이 안된다고 아쉬워하기 보다는, 나만의 한 달살기에 도전해보면 안될까?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보고, 나의 변화를 바꿔가는 한 달 살기도 내 인생에 좋은 활력소가 되고 의미있는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