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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10. 2019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핑계를 대고 있다면, 그 일은 좋아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달리기를 하는 멋진 남자


전날 저녁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인 건지, 벚꽃을 시샘하는 비인건지 모르겠지만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는 게 참 싫었습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는 저에게 비는 조금은 성가신 존재니까요. 비오면 달리기 힘들잖아요.


역시나 악마가 제게 속삭이더군요. 


비도 오는데 내일은 쉬지 그래? 경주 마라톤 대회 갔다온지 얼마 안됐는데 굳이 왜 또 나가려고 해? 선수할거야?



사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매일 나간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하루 안나간다고 누가 타박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때마침 얼마전 산 우의가 생각났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달리겠다는 의지를 담아 산 것이었죠. 우의와 신발커버까지 한꺼번에 샀었거든요. 비오는 날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어요. 그래도 돈 주고 산 우의와 신발커버인데, 써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신발장 안에 고이 묵혀두었던 것을 꺼내서 현관 앞에 놓아두었죠.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기 전에 입으려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두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 입고 나갈 수 있었답니다. 




비가 오는 날의 러닝은 비가 오기 때문에 더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없어서, 신나게 고함도 지를 수 있어 좋더라구요. 달리면서 고함을 지르는 행위는 저에게 있어 일종의 배설인데요. 나름의 배설행위를 통해 감정이 정리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해요. 


최근들어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서 새벽에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에게 미친놈 소리 안들으려다보니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참 싫더라고요. 다행히 비가 와서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눈치 안보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를 수 있었죠. 


제가 달리기를 진짜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어떤 환경에서도 달리기를 하러 나가겠다는 것은 제 의지가 강해서만은 아니더라구요. 그것을 즐기기 때문에 나가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달리면서 생각하는 게 참 좋아요. 몸이 덜 힘들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30~40분 동안 뛰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도 하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찾아보려고도 하죠. 오늘 블로그는 무슨 주제로 써야 하나 글감을 정리하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달리다보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도 받아요. 어쩌면 달리는 시간이 저에게는 명상의 시간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꼭 앉아서 하는 명상만 명상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너무 멋져보였어요. 자뻑같아 죄송스럽긴 하지만 이런 날에도 달리러 나오는 제가 너무 사랑스럽더라구요. 자신감도 생겼어요.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에요. 누군가 칭찬하지 않아도, 저 스스로를 칭찬하니 좋더라구요.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았나요?


즐겁게 달리고 있는데, 문득 "핑계"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매일 달리는 저에게, 악마의 속삭임 같은 핑계를 만들지 말라고 다짐하곤 했었죠. 오늘의 비는 제게 충분히 핑계거리가 될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비가 오는 날 달리는 게 더 좋았던 것처럼 똑같은 현상도 하기에 따라서 핑계가 될 수도 있고, 선물이 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생각을 바꾸면 핑계거리는 없어질 수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살면서 핑계를 안만드는 것은 아니에요. 일상에서 많은 일들에 핑계를 대며 요리조리 피하고 있기는 해요. 


최근 명상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핑계를 대며 알아보지 않고 있어요. 얼마 전 집 근처에 좋은 명상센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런데도 아직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답니다. 요리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도 배우는 게 "귀찮아서"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인스턴트로 대체하거나 아내에게 미루고 있답니다. 


왜 우리는 핑계를 댈까요? 굳이 시작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뭘 하다가도 핑계를 대고 그만 멈춰버리는 것들도 많아요. 왜그럴까요?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서 핑계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왜 그런지 조금 정리가 되더라고요. 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첫째는 그것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핑계라는 말의 정의를 찾아봤어요. 


"내키지 아니하는 사태를 피하거나 사실을 감추려고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을 내세움" 


저는 핑계의 정의에 앞부분 문구에 주목했어요. "내키지 아니하는.."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게 사람의 심리잖아요. 핑계를 대며 피하는 일들은 대개 내가 진짜로 원하거나 좋아하는 일이 아닌 거예요.


명상을 하고 싶다, 요리를 하고 싶다라고 말을 하지만 제가 요리조리 피하는 걸 보면 진짜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은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하는 경우를 종종 현실에서 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내는 거죠. 


응답하라 1997을 보면 HOT의 광팬인 여자 주인공이 나와요. 그녀는 HOT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밤을 새워가며 은행 앞에서 기다리더라구요. 그녀에게 기다리는 시간은 힘든 시간이 아니에요. 왜나하면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조건 우리는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몇시간이 걸려 찾아가는 사람도 같은 이치겠죠. 어떤 노력을 들여서라도 해내는 것의 기저에는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잘 옮겨지지 않는다 싶으면 그걸 진짜 내가 원하는지, 또는 좋아하는 것인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따라할 때도 잘 생각해봐야 해요.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몰라서 보통은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강의를 듣곤 해요. 그러면 따라해보고 싶은 것들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진짜 따라해보고 싶은 것인지 잘 고민해볼 필요는 있어요.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나한테 좋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성의 힘을 잘 활용해 보세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좋다고 느꼈다면, 우선 체험해보고 느껴보는 것도 중요해요. 머리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몸이 좋아한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며칠만이라도 좋으니 반복적으로 행동해보고 느껴보세요. 그리고 기왕 느껴볼 거라면 30일 정도는 해봤으면 좋겠어요. 몸으로 느끼는 일은 하루 이틀 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요. 


굳이 30일이라고 이야기 하는 건, 몸에서 반응하는 데 그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나름 사이클이 있더라구요. 




처음에 경험을 하다가 적응기를 거쳐 1차 안정기가 왔다가 다시 침체기가 왔다가 조금 더 안정적인 2차 안정기가 오는데요. 보통은 그 과정이 1주 단위로 오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4주 이상은 해 봐야 내가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특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해요. 물론 매일하겠다는 압박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횟수는 가져가겠다는 의지는 필요해요. 



환경이 문제일 수도 있어요. 환경을 제어할 필요는 있어요. 


다시 핑계의 정의를 살펴보죠. 


"내키지 아니하는 사태를 피하거나 사실을 감추려고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을 내세움"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입니다. 우리가 핑계를 댈 때 보면 꼭 이유가 있죠. 



얼마 전 아는 후배랑 매주 3회씩 블로그에 글을 쓰자는 약속을 하고 서로 독려해주기러 약속했어요. 블로그에 관심있는 후배였고, 그와 함께 글을 쓰고 피드백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후배도 흔쾌히 하고 싶다고 수락했고요. 후배는 2주 정도 글을 열심히 잘 쓰더라구요. 그런데 2주가 지나고 나서는 여러 이유가 생기면서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부모님이 집에 방문하셔서, 회사 일이 바빠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어요. 내가 뭘 해보려고 해도 환경이 제대로 조성이 안되면 못하는 거거든요. 


결국 환경이 중요한 변수라는 거죠. 진짜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요.


핑계를 대지 않으려면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 즉 주변의 환경을 어느 정도 내가 제어할 필요는 있어요.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꼭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이죠. 말이 어렵게 느껴지죠? 환경을 내가 통제한다는 게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는 꽤나 어려운 일일 수도 있거든요. 


최근 읽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저는 어느 정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 책 참 재미있더라구요. 물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암초를 만나겠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을 길러내고, 나쁜 습관을 제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기도 해요. 


책에서는 습관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요. 특히 저는 구체적인 습관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잡고 루틴으로 만들어야 해요. 이런 루틴이 없으면 꾸준히 무언가를 하기 어려워요. 다시 저의 달리기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저는 매일 아침 5시 한강에서 5km 이상을 달릴 것이다가 저의 행동 목표였어요. 그래서 매일 5시에 나가는거죠.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게 되면 환경은 알아서 맞추게끔 되어 있더라구요. 달리기를 좋아하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요, 새벽 5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으니 행동을 하는 데 제약이 될 건 없었어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도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면 통제가 가능해요. 저는 작년 9월부터 매일 한 편씩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어요. 지금은 휴직 상태라 시간이 많긴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블로그를 쓰는 일이 꽤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매주 일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동네 스타벅스에 가서 블로그 글을 썼었어요. 일요일 저녁 8시로 정한 건 그때 약속이 잡힐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 시간동안 글도 쓰고, 한 주간의 블로그 글감도 정리했어요. 그러고 나니 주중에 블로그 포스팅이 생각보다 쉽더라고요. 회식이 있으면 있는대로, 야근이 있으면 있는대로 중간에 짬짜미 시간을 활용해서 글을 쓸수가 있었어요. 일요일 저녁 2시간의 정리가 주중에 여유를 주곤 했었죠. 



마지막으로 김민식 PD 이야기를 하나 더 해드릴게요. 그는 매일 5시 이전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요. 그리고 5시 이전에 일어나기 위해서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도 10시 이전에 헤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사회생활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잘 지내시는 것 같더라구요. 외부의 제약사항도 하기에 따라서 본인이 얼마든 조절이 가능하다는 이야길 해주고 싶어요. 물론 어려운 부분도 맞겠지만 분명 본인에게도 조절할 수 있는 틈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나는 꾸준히 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의지만이 중요한 게 아니란 사실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물론 "해내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하지만 이것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 대해서 더 면밀히 관찰하고, 외부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고민해고 test 해보는 게 필요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인지 알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게 쉽게 발견될 수 없는 거잖아요. 특히나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나 취업환경 사회현실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죠. 잘 고민하고 잘 실행해보길 바랄게요. 


그리고 외부의 탓을 하지 마세요.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핑계"일 뿐이에요. 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하루 24시간을 따져보고 1주일을 잘 관찰해보세요. 내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틈새가 생각보다 많이 보일 거에요. 


물론 저 또한 아직도 많은 일에 핑계를 대고 있어요. 여전히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환경을 제어하기 보다는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봤어요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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