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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y 15. 2019

하루를 22시간으로 생각하고 살아라

구본형 선생님의 꾸준함에 대하여

구본형 선생님을 깊이 이해하게 되다


지금까지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이고, 또 하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일이다. 결혼은 행운이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은 우연히 찾아온 필연이었다. 인생의 길을 떠나 갈림길에 이를 때마다 현실의 이름으로 늘 무난한 차선의 길을 선택해온 평범한 남자가 고심하여 내린 두 번의 선택은 축복같은 최선이었다. 두 번의 최선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 길을 찾게 된 것 그리고 그 길을 힘껏 걸을 수 있게 된 것에 무릎을 꿇고 감사한다.


구본형 선생님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서문에 나오는 글귀다. 지난 1월 25일, 나는 이 글을 읽다가 펑펑 눈물을 흘렸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왔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구본형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인 것 같다. 아내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긴 내가 글 쓰는 일을 필연으로 마주하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는 구본형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구본형 선생님을 따라 지리산 포도 단식원에도 다녀왔다. 나도 그처럼 단식을 하다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세워보고 싶었다. 지리산에서 단식을 했지만 애석하게도 선생님처럼 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지리산의 정기가 아무에게나 깨달음을 주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소득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를 생각하며 지리산에서 읽은 여러 권의 책이 구본형 선생님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지리산 단식원에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온 후 구본형 선생님께서 첫 번째로 낸 책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후 그는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낯선 곳에서의 아침> 등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그 책들은 출간한 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읽히는 책을 꾸준히 낼 수 있었던 것은 매일 글을 썼기에 가능했다.


하루를 22시간으로 생각하고 살아라.


그는 하루를 22시간으로 생각하고 지냈다. 글을 써야 할 두 시간을 따로 떼어두고, 나머지 시간을 하루라 생각하며 보냈다. 할 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먼저 두 시간을 따로 떼어냈기에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다.


매일 꾸준히 실행하게 위해서는 시간을 따로 떼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따로 떼어 두는 행위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해야만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확보한 시간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똑같은 시간에 행해야 몸도 마음도 함께 반응하여, 습관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형 선생님도 그랬다. 철학자 칸트의 산책처럼 그의 글쓰기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이뤄졌다. 그는 새벽 네 시부터 두 시간을 글쓰는 시간으로 정하고 매일 글을 썼다. 그가 새벽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새벽에 두 시간을 떼어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새벽에는 다른 일의 유혹이 없다. 하루를 좋아하는 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루 전체가 여유있어진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중>

 

그의 이야기처럼 새벽 시간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시간이다. 돌발 변수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낮은 시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하루를 해야만 하는 일로 시작해야 그 일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해야만 하는 일을 저녁까지 끌고 가면 그 일을 숙제처럼 생각하게 되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마다 마라톤을 하고 있는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 할 수 있었다. 매일 달리는 나는 얼마 전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에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하루 걸를 수도 있었지만 꼭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저녁에 겨우 달릴 수 있었다. 다행이었고 매일 했단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느꼈던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했다는 보람의 감정이 "숙제"를 해 낸 감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루를 시작하며 나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에 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감정이었다.


물론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다.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벽보다는 저녁에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업무 환경으로 인해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꼭 새벽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녁에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하기 위해서는 꼭 시간을 떼어 두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라도 구체적인 실행 시간을 정해두어야 한다. 그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실행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매일 할 수 있게 된다.


22시간 이면에 있는 절박함을 이해해야 한다.

구본형 선생님의 꾸준함의 비결은 아침 2시간에 있었다. 그 시간은 무조건 글을 썼다. 하지만 그 이면에 하루의 두 시간을 떼어야만 하는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하루 2시간을 떼어놓고 새벽마다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에는 변화하고 싶다는 그의 "절박함"이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변화경영전문가로서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 덕분에 그는 2시간을 떼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절박함은 아직 희망이 있을 때 찾아온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것이 희망을 이루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다. 모든 관심과 증력을 집중하게 한다. 그것에 모든 것을 걸게 한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중)

 

절박한 마음이 있었기에 그는 매일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매일 하기 위해 2시간을 마련해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왜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지 본인만의 이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나 절실히 하고 싶은가가 바탕이 되고 매일 시간을 마련해 둔다면 실행력의 힘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구본형 선생님의 칼럼을 엮어 만든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서는 “매일하기”에 대한 구본형 선생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하루 24시간 동안 나만의 필살기를 만들기 위해서 매일 꾸준히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차별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시간과 관심을 집중 투자하라. 집중 투자의 요령은 ‘매일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매일 반복수련하는 실천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매일 하겠다는 원칙을 꼭 상기하길 바란다. 그리고 매일 하기 위해 하루의 일정 시간을 따로 떼어두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구본형 선생님을 직접 뵙지는 못하였지만 그의 책을 통해서 내가 알게된 그의 꾸준함의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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