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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y 14. 2019

스테이플러(호치키스)를 잘 박고 있나요?

업무를 하며 디테일에 신경썼는가?

탕!탕!탕!탕!


일하다가 망치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 들어본 적 있으세요? 회사에서 저는 종종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저는 이 소리가 정말 싫었습니다. 혹시 어떤 소리인지 아시나요?


회사에서는 보고서를 출력해서 상사에게 보여줘야 할 일들이 종종 있죠. 보고서 없는 보고를 지향한다며 이메일 등으로 보고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노안이 온 임원들을 배려해 저희 회사에서는 "상냥하게" 프린트를 해서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럴 때에는 보고 내용을 프린트 한 후 스테이플러 (호치키스)로 보고서를 묶어서 보여드리곤 했어요. 일부 사람들 중에서는 보고 직전 스테이플러로 박은 것을 점검한 후, 마지막으로 스테이플러 심을 두드리기도 했어요. 스테이플러 심이 제대로 박히라고 하는건데요. 망치소리같이 들리는 "탕탕탕탕" 소리는 그때 나는 소리에요.


왜 그렇게 망치질(?)을 하는 지 아세요? 이유는 스테이플러 심 때문에, 손에 상처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보고 받는 상사도 다 큰 성인인데 알아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그런걸 바라는 상사는 "꼰대"일 거다라고 생각 했었죠.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이런 망치질(?)이 너무 싫었어요. 박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오기를 부려가며 망치질을 하지 않았었어요.


쓸데 없는 짓이라며 끝까지 저는 저항했었습니다.


보고서는 권력관계다.


휴직하기 직전 팀장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어요. 나름 업무 스타일도 맞았어요. 같이 협업해서 일을 하다보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런 팀장에게 불만이 있었어요. 제가 보고서를 가져가면 내용을 보기에 앞서 하는 팀장의 행동이 있었어요. 제가 박은 스테이플러를 굳이 푸시고 다시 박으시는 거예요. 제가 그토록 싫어하던 망치질 소리를 내시며 스테이플러 심까지 정리하시더라고요.  팀장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저에게 딱히 강요하시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었죠.


그런데 이게 오래가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왜 그러시나 궁금하기도 했죠. 그리고 팀장에게 물어봤죠. 스테이플러에 대해서 너무 예민한 거 아니시냐고요. 나름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었어요.


그런 저의 질문에 팀장은 곧바로 답하지 않고 제게 책 한 권을 빌려 주셨어요. 그 책은 "보고서는 권력관계다"였어요.


이 책 중간에 스테이플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스테이플러는 45도 각도로 박아야, 보고받는 사람이 편하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이는 단순한 배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해요. 보고서 자체의 본질적인 의미인 "권력관계"에 집중하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보고서는 상사의 통과가 목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상사의 입장에서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기에 좋은 내용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사가 잘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스테이플러 심에 망치질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거죠. 보고서가 통과되기 위한 마음으로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보고받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리하는 보고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렇기에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부끄러워지다.


권력관계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긴 했지만 곱씹어 보면 볼수록 맞는 말이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보고자에게 맞춰서 생각할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스테이플러도 그런 행위의 일환이었던거죠. 중요한 건 보고가 통과되느냐 안되느냐, 우리는 거기에 집중해야해요.


좋은 생각만 담으면 된다라고 생각했던 제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부끄러웠어요. 큰 틀만 맞으면 되지, 굳이 자잘한 것을 챙겨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어요. 세세한 것을 놓치는 것이 보고서의 통과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겠더라고요.



디테일을 생각하세요.


직장생활을 후회하는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께 꼭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게 바로 디테일에 신경쓰자는 것이에요. 중심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디테일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해요. 잘 그린 그림이, 점 하나 때문에 망치는 것은 너무 억울하잖아요. 보고서의 권력관계에 집중하며 상사의 입장에 서서 보고서를 점검해 보시길 바랄게요.


물론 그것이 "정치"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해요. 상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상사의 취향에만 맞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예요. 업무를 중심으로 보자는 것이지 정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해요. 디테일만 신경쓰는 것은 그래서 위험한 거예요. 디테일도 신경써야 해요.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디테일도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디테일에 신경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통과라는 목적만 생각하자

보고서의 목적은 "통과"에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의 가장 큰 보람은 내가 쓴 보고서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 하나하나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내가 굳이 이런 것까지 신경써야 하나라는 생각을 버리시는 게 좋아요. "이런 것까지" 신경쓰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제가 젤 후회되는 점이기도 했고요.


2. 맞춤법은 틀리지 마라

문법이나 맞춤법이 틀린 보고서는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상사 중에 이런 디테일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문법이나 맞춤법에 신경을 써야 해요. 오타도 마찬가지에요. 상사는 문법, 맞춤법 그리고 오타 등을 보고서의 성의로 생각해요. 이런걸로 본인의 열의를 깎아먹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잖아요?


3. 소리내어 읽어보라

보고서에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내어 읽는 것이라고 해요. 소리내어 읽다보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나의 보고서를 볼 수 있게 되죠. 어색한 문장을 찾아내기도 쉽고, 오탈자를 발견하기도 쉬워요. 물론 주변 동료들이 신경쓰여 소리내어 읽어보기 뻘쭘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마음을 고쳐 먹는 게 좋아요. 소리내어 읽을 때 느끼는 뻘쭘함이 상사에게 혼날 때 느끼는 수치심보다는 낫잖아요.


4. 친한 동료에게 보여줘라

오랫동안 보고서를 쓰다보면 내 보고서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려워요. 이미 빠져있기 때문인데요. 간단한 오타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그럴 때에는 친한 동료를 활용하세요. 그들에게 보고서를 보여주고 이해가 되는지, 이상한 것은 없는지 확인 받아 보세요.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죠. 그렇게 남들에게 1차로 검사 받으면 꼭 이상한 부분이 발견되곤 해요. 상사에게 검사 받는 것보다 훨씬 낫겠죠?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어요.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괜한 오타 하나가 저의 정성을 담은 포스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어요. 좋은 사진을 고르고 중요한 글씨는 색을 달리 표현하기도 하는 것 등등이 다 디테일이에요. 독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이런 거 저런 거 다 하는 거죠.


블로그를 쓰면서 그리고 디테일을 챙기면서 보고서도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고 있는 요즘이에요. 회사로 돌아가 다시 보고서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블로그를 쓸 때의 마음을 생각하며 지내려고 해요. 보고서도 그렇게 독자를 생각하면 디테일을 신경쓰는 게 자연스럽게 될 것 같거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도 꼭 이것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지른 우를 범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 이것 하나만 생각하세요. 그러면 작은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게 될거에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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