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려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일이다. 금요일부터 몸이 안좋았다. 몸이 좀 뻐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를 많이 해서 그러나보다 했는데, 낌새가 좋지 않았다. 감기가 온 것 같았다. 그래도 매일 해야 하는 것들은 빠지지 않고 했다. 몸이 안좋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달렸다. 매일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고, 달리면서 얻는 성취감도 느끼고 싶었다. 게다가 그날은 같이 달린 러닝메이트도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니 힘들단 생각도 안들었다. 내 생각도 정리되고, 상대방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뛰고 나니 몸이 더 안좋아졌다.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몸을 달래봤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날 저녁 열 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밤새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해열제도 없었기에 그냥 버티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보다 못한 아내가 결국엔 아이 해열제를 주었다. 살 수 없이 아이 해열제까지 뺏어 먹어야 했다.
다행히 열은 금세 내렸고 다음날 병원에 다녀오니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주사 두방을 맞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고나서 괜찮아져서 다행이었다. 덕분에 일요일 작가 강연회도 다녀오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화요일 저녁에 다시 몸에서 이상이 왔다. 두통이 심하게 왔다. 그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그래서였는지 머리가 너무 아팠다. 저녁에 수영도 거르고 누워있어야만 했다. 9시에 곧장 잠을 청했고 일어나서도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또 병원에 갔고 두통약을 처방받고 다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프니 짜증이 났다. 엊그제 열도 나서 힘들었는데 머리가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일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휴직기간동안 6개월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몸도 제대로 관리 못한 것 같았다.
며칠뒤 후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몸이 다 회복된 후였다. 몸이 아프단 이야기를 블로그 등에 써온 것도 아니었는데, 후배는 나에게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마치 내가 며칠 아팠단 사실을 알았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후배를 보며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배는 지금 열심히 사는 것이 보기 좋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휴직기간동안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이야기 했다. 조바심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후배의 눈에는 아직도 조급하게 느껴졌나보다.
여전히 조급해 하고 있던걸까? 최근 몸이 안좋았던 것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누군가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성적으로는 조바심을 버렸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나의 몸은 빨리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을 그대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몸이 아프고, 후배의 공격(?)을 받으니 조금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몸이 더 상하기 전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말아야된다.
이제 상반기도 다 끝났다. 2019년 새로운 반기가 시작된다. 아직 상반기를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했고, 하반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생겼다.
여유를 갖는 3분기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뭘 하든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 그리고 좀 더 강제적으로 여유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하반기부터는 하루에 한 시간씩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마련해 볼 생각이다. 한 시간씩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때리는 시간을 매일 매일 줘 볼 예정이다. 인터넷을 하든, 혼자 멍때리고 앉아있든, 아니면 TV라도 시청하든 정해놓고 한 시간씩 쉴 생각이다. 그렇게 하반기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시작해 봐야겠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과유불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