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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가라앉았을 때 베트남에 있었다.


박근혜가 탄핵되었을 때 대만에 있었다. 박근혜 탄핵 뉴스가 대만의 주요 신문 1면을 차지한 것을 집 근처 카페에서 (종이신문을 읽고 있는 한 할머니를 통해) 확인했던 기억.


방콕발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 태국에 있었다. 하필 방콕으로 이동하기 며칠 전이었고. 한국의 계엄 관련 뉴스와 무안항공 소식이 BBC 채널을 통해 호텔 라운지 TV에서 연일 방영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접하는 한국 소식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비현실적? 언제부턴가 '초현실 같은 현실'이 펼쳐지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되었다.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 구별이 가능한가? '현실'과 '일상'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부터 확인한다.

현실(現實):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일상(日常):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도무지 실제로 벌어지지 않을 법한 일이 일어나는 현실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비현실적 현실? 나날의 반복적 루틴을 벗어난 상황에서 새롭게 반복되는 패턴을 만들어낸다면? 비일상적 일상?


한국의 바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국을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삼아보는 것.


마침.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장강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한국이 싫어서>를 보았고. 미국을 배경으로 가상의 내전 상황과 포토 저널리즘을 다룬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보았다. 시국이 시국이어서인가. 남다르게 보이는 시점.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닌, 이것과 저것 사이에 통로를 내는 길은 묘연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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