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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복 Mar 31. 2023

기자인데, 광고 좀 주시렵니까

지역언론사의 현실

접니다. 아시다시피 지역에서 취재하고 글 쓰는 기자를 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 글 쓰는 일보다 영업을 많이 합니다. 기자가 이런 일 하는진 몰랐는데 노트북보다 술잔이 가깝습니다.

술을 거절하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회사는 광고를 받아오라 하는데 돈 주는 사람들과 술을 안 마시면 그들도 뭘 줄 맘이 안 생기는 것 압니다.


혹자는 약점을 잡아 기사로 협박하라 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언론이 썩은 곳인 걸 알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돈 주는 지자체와 그걸 서로 뺏어가겠다고 다투는 언론계가 이곳의 전부입니다.


누군가는 개발현장에서 유물이 나오는 것만 기다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공장 하수구에서 오염물질 나오는 것만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둘은 같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그들의 취재라면 기사를 쓰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공론화시키겠다며 협박해서 건설사나 업체에게 광고료를 뜯어내는 것이죠. 여러분, 이곳에선 정직을 찾기 힘듭니다.


언론사의 사정도 이해는 갑니다. 요즘 시대에 누가 돈 주고 신문을 사서 보겠습니까. 당연히 광고비가 없으면 제가 선후배라 부르는 그들의 월급도 안 나오기에 모두가 기사보단 광고 영업에 몰두합니다.

후배들이 영업 안 하고 기사 쓰려면 당연히 연차 있는 기자가 영업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업은 끝이 없습니다. 언론사 내에선 정직하게 취재해서 기사를 잘 쓰는 기자보다 영업을 잘하는 기자가 더 대접받고 이직제의를 많이 받습니다. 이건 특히 지역일수록 심합니다.


좋은 기자란 지역에서 돈 나오는 구멍을 아는 기자입니다. 공무원이 술 마실 때 대신 계산하는 업체를 아는 기자가 성공합니다. 혹은 함께 룸살롱을 들어가 처음 보는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고 그들만의 의리를 다지는 기자가 '소통'이 되는 기자입니다.


지자체엔 예산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주민을 위한 좋은 사업 많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도 셀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세금이 사람들의 눈앞에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지자체장과 상급 공무원, 선출직 의원의 접대비. 식당이름과 가격만 씁니다.

적히는 말은 대략 '업무협조를 위한 지출'정도입니다. 아, 사실 이건 그들 입장에선 너무 적은 돈이라 타격이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업입니다. 지자체의 각종 사업을 언론사가 따냅니다. 물론 언론사의 이름으로 입찰하진 않죠. 그 사업에 맞는 업체는 만들면 그만입니다.


슬프게도 한국의 언론 문화는 대단히 개혁되기 힘듭니다. 광고를 받아야 언론사가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영업을 뒤로하고 용감히 목소리를 낸 언론사는 쇠락을 길을 걷고 망했습니다.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에 남아있는 굴지의 언론사들은 기업, 지자체, 또 다른 누군가를 협박해 광고를 받아 운영합니다. 지자체와 기업은 더더욱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야생 고양이에게 츄르를 줘서 원하는 대로 길들여놨는데 뭣하러 야생으로 돌려보내겠습니까. 이제 고양이는 츄르 없인 못 삽니다.


물론 당연히 이게 현실의 끝은 아닙니다. 적나라한 현실은 이것보다 더 판타지스럽고 보라색에 가깝습니다.

저는 기잡니다. 낮에는 기사를 쓰고 밤엔 고기집게로 고기를 구워가며 사이다 잔을 부딪힙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누군가를 찾아가 얘기합니다. '광고 좀 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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