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간다
산책을 하다 부딪힐 뻔한 꽃 한 송이
도로 위로 뻗어 나와 내 허리 높이에 서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며 반기는 듯한 모습이 참으로 애틋해 보였다. 마치 나를 기다린 것처럼,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는 듯
’나 이제 간다고.‘
어젯밤, 늦은 가을 낙엽들을 모두 떨어뜨릴 만한 강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는데, 이 작은 생명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집어삼키지 못했다.
오히려 더 깊은 뿌리를 내리게 한 것처럼 느껴졌다.
길 가장자리에 홀로 서 있었던 꽃
아마도 늦게 피어난 꽃
삶의 고독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매료되어 한동안 지켜보았다.
캘거리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벌써 첫눈도 내렸었지.
나뭇잎들도 거의 다 떨어져 가고,
그 흔적들이 쌓여가는 모습은 곧 끝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향한 휴식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이 작은 꽃과의 만남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을 살아가며 누리는 순간들은 비록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바로 이러한 찰나에 숨겨져 있다.
이제 꽃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
내일이 오지 않더라도,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기를
너를 기억해 주고,
기록해 준
친구가 있었다고
이 작은 인연이 나의 마음도 덮어주고,
따뜻한 겨울이 되어 주리라.
그렇게 나는 사진 속에 담긴 그 꽃에 머물러,
또 한 번 조용히 나 자신과 대화한다.
찬 서리 바람이 오늘 밤에도 지나가겠지만,
꽃이 더 깊이 숨을 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