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
산책을 나가려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의 포근함과
비의 차분함이 공존하는
진눈깨비였다.
다행히 물기는 많이 머금지 않은 상태였다.
동네 어귀,
작은 숲에 도착했다.
며칠 전 내린 눈은
여전히 발등까지 쌓여 있었고
유일한 인기척 소리의 향연
내 발자욱에 맞추어
서걱서걱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특유의 고독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
도입부 음악과도 같이
(멜로디 녀석은 벌써 저 멀리)
잠시,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때마침 들려오는
산새들의 노랫소리
눈을 맞으며
고운 목소리로
나긋하게 반겨주는
그 친구들이
오늘따라 더욱 정겨웠다.
(사실 눈이 내리니, 기대하지 않고 있었거든)
눈을 맞으며
하늘을 날아가는 새 무리들도
산책 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셀폰을 두고 나오기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잠시 후회란 것을 해볼까
고민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요 속 울림은
천상의 노랫가락 같았고
날아가는 새의 몸짓은
천사들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여느 빗소리처럼 명쾌하진 않았지만
보통의 겨울눈처럼 완전한 무음도 아닌
그러나, 잠잠하게 소리를 아끼던
진눈깨비가
꼭 안개꽃처럼
그 역할을 다 하는 모습에
처음으로 반하던 날
오늘도 당신의 고통을 위로합니다. 넌출월귤
[산책 일기를 마치며, 에필로그 음악]
오늘은 종려주일, 고난주간 시작
부활절을 기다리며 음악을 만들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