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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는 고마웠어 Oct 28. 2018

11년차 회사원의 술가게 창업기

2018. 10. 17. 인테리어 공사 시작!

“언니 나 이번 겨울쯤 조그만 바를 하나 열까봐.”

“알바 필요 없어? 내가 일주일에 2-3일은 봐줄 수 있어”

“알바비를 술로 줘도 된다면 생각해볼께 ㅎㅎ”


태희, 은하 두 사람의 바 창업기는 포천 막걸리를 곁들인 모듬전을 사이에 두고 광장시장에서 나눈 수다로 시작된다.


회사생활 11년차, 태희 언니는 16년차. 어느덧 각자 회사 조직에서 경험 쌓인 중견이 되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어디로 가는 것 인가. 비슷한 연차의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방황과 고민을 품고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있던 차.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보면 주인공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들이 다 같이 어디론가 오르고 있는 산이 있어서 따라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산은 허공을 향한, 위로 다 같이 오르려는 애벌레들 자체로 만들어진 무더기였다. 그리고 그 곳 말고도 곳곳에 쌓인 애벌레 산에서 애벌레들이 허공으로 힘차게 그리고 처절하게 오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혹시 애벌레 산 6부 능선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퇴사할 용기와 엄두가 나지 않아 차선으로 선택한 이직 (다른 애벌레 산으로 옮기면 기분 전환이 될지도!)은 나의 우유부단함으로 불발되었다. 뒤늦은 후회, 자책, 어처구니 없음으로 답답해 하던 차, 어쩌면 또 다른 출구가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술가게 창업을 결심했다.


“은하야, 바 하려면 굉장히 힘들 텐데 괜찮을까?”

“응.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구. 너무 낙관적일지 모르지만 잘될 것 같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함도 있고. 언니랑 같이 할 수 있어서 든든해.”

“그래, 그 정신이지. 그리고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잘 안되더라도 다음 번을 위한 정말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은하야 너는 다른 것도 아니고 왜 바를 열고 싶어?”


“내가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해도 술 자체에 흥미가 많자나. 술을 사고 또 팔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 또 언니가 알다시피 내가 와인 공부를 하는데, 그 경험의 폭을 넓히려면 친교로 마시는 자리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

“그래, 은하 니가 술 이야기를 참 좋아하기는 하지. 지난번에 중국에서 보니까, 처음 본 중국 아저씨하고도 술 얘기 삼매에 빠지는 거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 좋은 선택인 거 같다.”


“그런데 언니는 왜 바를 열고 싶은 거야? 언니가 술을 좋아하는 풍류객인건 알지만”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차는 공간에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만나고, 친해지고, 친해지지 못하면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보고 싶고.”

“언니가 모임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모임을 만드는걸 좋아하지. 이제 판을 까는 거구나ㅎ. 바는 언니한테도 좋은 선택인 거네.”


태희, 은하 두 사람은 이렇게 2018. 5. 3. 바 창업을 위한 을지로 결의를 하였고, 2018. 10. 17. 개업을 위한 첫 삽을 뜬다. 초보 창업자 두 사람이 좌충우돌 개업 생활이 시작되었다.


[2018. 10. 17. 인테리어 공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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