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여정
직장에 다닐 때의 시간은 정해진 스케줄과 할 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회사의 일원으로서, 내 시간은 마치 돈으로 환산된 자원처럼 느껴졌다. 내 시간을 팔아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일이란 대개 주어진 지시에 따라 차곡차곡 진행되었다. 재촉과 지시가 함께 따라왔기에, 자연스레 속도도 붙었다. 어찌 보면 일이란 건 시간에 쫓기면서도 그 덕분에 빠르게 완성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한 시간을 살고 있다. 회사가 아닌 나의 회사에서, 머릿속에 구상해 둔 일들은 많고, 그중 많은 부분을 빨리 해내고 싶다. 분명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인데, 이상하게도 손끝의 속도는 이전보다 더딘 느낌이다. 왜일까? 나는 내가 직접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도, 왜 이리 속도가 안 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조직에 있을 때는 외부의 목표와 마감이라는 틀이 명확했다. 누군가가 목표를 정해주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그 기한은 때로 부담스러웠지만, 동시에 자연스러운 추진력의 원천이기도 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 틀이 사라졌다. 내 일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일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나 혼자서 움직이는 이 자유 속에서 속도가 더 느려지는 것을 느낀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으니, 내가 스스로를 재촉해야 한다는 점.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재촉한다는 건, 외부의 압력과는 다르다. 외부의 압력은 때론 짜증이 날지언정, 일의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스스로 만든 압박은 종종 관대해지고, 그러다 보면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어렵다. 방향을 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선을 찾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를 내기 위한 더 강한 강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겪는 이 더딤은, 진정한 자기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외부의 채찍 없이 내 안에서 동기를 찾는 과정은 처음엔 익숙지 않지만, 차츰 내 나름의 리듬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내 일, 내 속도, 그리고 내 방향.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이 속도의 변화는 단순히 느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속도, 나의 속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원동력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스스로 속도를 조정하며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지금. 그 과정이 더딘 듯해도, 결국 더 나은 일을 위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