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았다. 아기를 새벽에 데려다 놓고, 밤늦게 데려오다, 자연스레 시부모님과 살게 되었고, 그렇게 함께 살았던 14년.
시어머니는 깔끔하신 데다 해야 할 일은 절대 미루지 않는 성격이셨다. 함께 지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보고 배웠다. 정리를 잘하는 습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태도 같은 것들. 평화를 위해서...^^ 흐
난 나를 보며 ‘시어머니 만나고 BC에서 AD로 넘어간 거 같다’라고 정의한다. 인생 갱생이랄까 ㅎㅎㅎ
함께하는 시간 동안 어머니는 딸을 너무 잘 돌봐주셨고, 일에 특성상 많은 야근이며 출장을 빼지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주말마다 친구며, 친척아이들도 몰려와 집이 북적였고, 큰집이다 보니 시댁 식구들의 크고 작은 일에도 함께했다. 기쁜 일엔 함께 웃고, 힘든 일엔 함께 마음을 졸이며 어머니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이는 스무 살이 넘었고, 어머니는 점점 나이가 드셔서 아픈 시간이 왔다 ㅜ, 다행히 여러 번의 고비를 잘 넘기셨고, 1년 가까운 재활을 거친 끝에 요양원에서 생활하시게 됐다. 함께하던 시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정해진 시간에 찾아뵙고, 한정된 순간을 나누게 되었다.
어머니를 뵙는 날이면 표현을 잘 못하시나, 다듬어진 매무새 속에서 여전한 깔끔함을 느낀다. 몸이 불편하셔 예전처럼 직접 정리하시지는 못하지만, “깔끔해야 속이 편하지 않겠냐” 하시는 더듬더듬 하시는 말씀 속에서 변함없는 어머니를 뵌다.
이제 어머니를 찾아뵙는 일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간다. 같은 공간에 머물지는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이어가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