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가 나면 무서우다. 하이가 종종 눈치를 보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섭다고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 남편이 나를 무서워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녀라고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
우리집의 권력은 순서를 정할 수 없이 선순환하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 밑에 남편이 있고, 남편 밑에 하이, 하이 밑에 내가 있다. 진정한 일짱이 누구인지 가려내기 모호한 상태로, 각자 제 성깔 대로 으르렁 거릴 사람 하나씩은 깔고 있으며 동시에 한 사람씩 떠받치고 있는 그야말로 평등한 관계.
하이 밑에 있는 나는 하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내 발 아래 있는 남편은 나에게 충성한다. 그리고 남편 아래 있는 하이는 최선을 다 하는 엄마보다 다소 막 대하는 아빠를 더 사랑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