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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Jul 09. 2024

어른들은 가끔 답답한 소리를 한다

아들 일기


어! 저기 노양색이랑 파양색으로 된 카페 나 아는데! 저기 가면 딸기주쓰에 아이스크을 올여준다.  맛있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임. 엄마, 아빠한테  저기 가자고 했더니 아빠가 저기 가서 뭐 살 거냐고 계속 물어 봐서,  


"여기가 저기야? 저기 가야 알지. 여기는 저기가 아니잖아."


라고 알여줬다. 아 진짜. 답답해서 혼났네.




엄마 일기


여기서 저기란 빽다방을 말하는 것이요 현재 문맹 상태인 얘는 간판을 읽을 줄 모르므로 저기라고 부른다.


백퍼다. 음료 위에 아이스크림을 여-만큼 올려주는 기똥찬 메뉴가 있는데 그걸 노리는 거다. 쁜 애 옆에 예쁜 애가 있는 트와이스 처럼 단 거 위에 더 단 게 있는 빽다방. 뭘 먹고 싶은지, 왜 저기에 가자고 하는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여기는 저기가 아니라니, 저기 가봐야 알 수 있다니.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빈틈 없는 논리에 당당한 태도까지. 손날로 허공을 탁탁 쳐가며 엄마, 아빠 가르치는 그놈 기세가 참 좋다. 반박불가 지당한 말씀에 대꾸 한마디 못하고 빨려 들어가듯 매장에 들어서서 달디 달고 달디 단, 어른에게도 과한 그 칼로리 폭탄 음료인지 아이스크림인지를 잘 드시도록 적극 협조했다. 비염에 툭하면 콧물인 아이라 차가운 음식은 질색, 내가 질색인데도 기분이 왜 그렇게 좋은지.  


징징거리지 않아서, 원하는 분명히 표현해서, 이유를 가지고 주장해서, 듣도보도 못한 말이 신선해서, 그 말이 너무 맞는 말이라 허를 찔려서, 웃음기 하나 없이 '무슨 이런 어른들이 있어' 하는 어이 없어 하는 표정이 기가 막혀서, 아빠가 던진 질문의 오류를 발견해서, 그걸로 어른 둘을 단박에 설득해서, 결국 자기 뜻을 관철시켜서, 무엇보다 기분 좋게 꺾어줘서.  


아들 오늘 멋있었어. 그 작은 손날로 대차게 공기 가르듯 그렇게 가는거야. 엄마는 코가 납작해질 준비가 돼 있어. 언제든 드루와 드루와.


*사진출처 : 빽다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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