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기 노양색이랑 파양색으로 된 카페 나 아는데! 저기 가면 딸기주쓰에 아이스크임을 올여준다.음 맛있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임. 엄마, 아빠한테 저기 가자고 했더니 아빠가 저기 가서 뭐 살거냐고 계속 물어 봐서,
"여기가 저기야? 저기 가야 알지. 여기는 저기가 아니잖아."
라고 알여줬다. 아 진짜. 답답해서 혼났네.
엄마 일기
여기서 저기란 빽다방을 말하는 것이요 현재 문맹 상태인 얘는 간판을 읽을 줄 모르므로 저기라고 부른다.
백퍼다. 음료 위에 아이스크림을 여-만큼 올려주는 기똥찬 메뉴가 있는데 그걸 노리는 거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가 있는 트와이스 처럼 단 거 위에 더 단 게 있는 빽다방. 뭘 먹고 싶은지, 왜 저기에 가자고 하는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여기는 저기가 아니라니, 저기 가봐야 알 수 있다니.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빈틈 없는 논리에 당당한 태도까지. 손날로 허공을 탁탁 쳐가며 엄마, 아빠 가르치는 그놈 기세가 참 좋다. 반박불가 지당한 말씀에 대꾸 한마디 못하고 빨려 들어가듯 매장에 들어서서 달디 달고 달디 단, 어른에게도 과한 그 칼로리 폭탄 음료인지 아이스크림인지를 잘 드시도록 적극 협조했다. 비염에 툭하면 콧물인 아이라 차가운 음식은 질색, 내가 질색인데도 기분이 왜 그렇게 좋은지.
징징거리지 않아서, 원하는 걸 분명히 표현해서, 이유를 가지고 주장해서, 듣도보도 못한 말이 신선해서, 그 말이 너무 맞는 말이라 허를 찔려서, 웃음기 하나 없이 '무슨 이런 어른들이 다 있어' 하는 어이 없어 하는 표정이 기가 막혀서, 아빠가 던진 질문의 오류를 발견해서, 그걸로 어른 둘을 단박에 설득해서, 결국 자기 뜻을 관철시켜서, 무엇보다나를 기분 좋게 꺾어줘서.
아들 오늘 멋있었어. 그 작은 손날로 대차게 공기 가르듯 그렇게 가는거야. 엄마는 코가 납작해질 준비가 돼 있어. 언제든 드루와 드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