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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Sep 06. 2024

생일 파티에 꼭 있어야 하는 것

아들 일기 :


오느은 내 생일이다. 그애서 파티를 하기요 했는데 내가 그만 깜빡하고 있었다. 어이니집 끝나고 집에 왔더니 벽에 커다란 꽃풍선이 붙어있고 영어로도 뭐가 붙어 있고 곰도이 풍선도 있고 재미있는 선글라스도 있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더니 더 좋다.


안경도 써보고 커다란 풍선도 만져보고 곰돌이 풍선도 꼬옥 안아봤는데 엄마가 물어본다. 엄마는 맨날 뭘 물어본다.


"하이야 생일 파티에 꼭 있어야 하는게 뭐?"


엄마는 또 당연한 걸 무여본다.




엄마 일기 :


하이는 한여름에 태어났다. 하이가 더 크면 내 생일은 왜 방학 사이에 있는거냐고 아쉬워할까 싶지만 교사엄마, 선생아빠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기만 하다. 뭐라도 하나 더 하게 되니 말이다. 여유가 정성이 된다.


세 돌 생일 때는 정말 바빴다. 자전거를 좋아했던 하이를 위해 두발 자전거를 선물로 준비했는데 그 큰 걸 어떻게 포장할지, 언제 공개할지, 어떻게 공개할지 의논할 것 투성.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개진하며 경청했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낮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두고 뜬 눈으로 대기를 타면서 생각보다 길어지는 오수에 선물 공개 대작전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애 생일잔치 준비하는데 그렇게까지 진지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시절 우리 마음은 제대로 각진 궁서체 같았다. 미소 정도는 띄었어도 됐는데 말이다. 요즘 애들 말로 진지 빨고 개정색. 왜 그랬나 모르겠다.


여섯 살 생일 선물은 스파이더맨 수트

어째 올해는 영 이상하다. 군기가 빠진건지 폭염에 정신풀린건지 3만원 짜리 스파이더맨 수트로 선물은 퉁치고, 케이크나 하나 사면 되겠거니 하며 마음이 죽죽 늘어진다. 남편이 한 마디 한다.


"그래도 풍선은 해야하지 않아?"  


맞다. 풍선은 해야한다. 그 중요한 풍선을 놓칠뻔 했다. 파티의 기본이 아니던가. 생일을 코앞에 둔 늦은 밤 부랴부랴 주문한 풍선 로켓으로 배송되는 사이 우리는 딸기 케이크를 찾아 다녔다.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마다 딸기를 외치던 하이를 위해 케이크는 꼭 딸기가 얹어져 있어야만 했다. 풍선과 가랜드, 고깔모자와 선글라스, 하이가 노래를 불렀던 딸기 케이크까지. 좋아. 완벽해.


하이가 집에 오더니 놀란다. 깜빡 잊고 있었나보다. 기분이 좋아서는 입꼬리가 이렇게 올라간 채로 풍선 장식을 하나 하나 만져보고 들여다보고 어떻게 붙였냐고 물어본다. 어쩐 일로 고깔모자도 냉큼 쓴다. 곰돌이 풍선을 품에 안고서 너무 귀엽단다. 지가 더 귀여운데.


자, 이제 하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개봉할 시간이다. 두구두구두구두구.


"하이야 하이야. 생일에 빠질 수 없는게 뭐야? 꼭 있어야 하는거? 응? 생일 파티에 뭐가 있어야 해?"


"생일에?"


"어."


"..기쁨?"


도대체 런건 왜 물어보는 거냐는 듯한 눈동자. 나 지금 되게 기분 좋은데 왜 그런 당연한 질문으로 흐름을 끊는거냐는 듯 씰룩거리는 눈썹. 하이의 대답을 듣고 케이크라고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기쁨'이라는 답에 비하니 '케이크'는 왠지 초라하다.


케이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보고 벅차게 좋아할 네 마음. 맞아. 엄마도 그걸 바랐던건데. 그기쁨. 그게 제일 중요하지. 그게 전부인데. 아휴 세상에 케이크가 웬말이니.


파티의 기본은 풍선도 케이크도 아니다. 축하하며 기뻐하고 축하 받으며 기뻐하는 마음. 게 없으면 파티가 아니. 하이 말이 맞다. 우리 하이, 오늘도 한 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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