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소중한 보물이고 보석이다. 엄마가 "하이는 엄마의 소중한" 하면, 내가 "보물" 이라고 한다. 연래 엄마가 처음에는 보석이야고 했는데 나는 보물이 더 좋아서 보석 아니고 보물로 바껐다. 오늘은 보물이라고 한 다음에 "엄마도"라고 해줬는데 갑자기 엄마가 꼬치꼬치 물어본다.
"엄마도? 엄마도 그래? 엄마는, 하이의, 소중한,"
"...... 알잖아아."
"하이도 말로 해줘야지. 엄마는, 하이의, 소중한,"
"보물"
아, 나 이연거 진짜 쓱스러운데. 꼭 알면서 무여본다. 다음부터는 말을 길게 하지 말아야겠다.
엄마 일기 :
하이가 꼬추를 잡고서야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이를 위한 예쁜말, 사랑말.
하이는
엄마의
소중한
보물
이라고 처음 말 했던 날. 하이가 가슴에 지그시 안기며 옅게 웃었다. 드러내지 않고 감추듯 좋아했다. 엄마가 들려준 말이, 단어가, 마음이 날아가지 않게 붙잡아 가슴에 꼭꼭 눌러 간직하는 것 같았다. 하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얼마나 만족스러워했는지 안다. 나도 하이처럼 예민하니까. 예민한 우리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하이는 엄마의 소중한"
"보물"
오늘도 잠들기 전 들려준 고운말. 그런데 하이가 낮고 작은 소리로 한 마디 더 한다.
"......엄마도."
"엄마도? 엄마도 그래? 엄마는 하이의 소중한?"
"....... 알잖아아."
'아닌데. 잘 모르는데.'
하이가 잘못 알고 있다. 하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만 알지, 하이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실 모른다. 하이는 엄마, 아빠를 부를 때 '엄마아빠'가 아니라 '아빠엄마', 아빠를 하도 많이 불러서 나한테아빠라고 잘못 말할 때도 종종있다. 졸려할 때도 내가 2,30분 애쓰기 보다 남편이 꼭 끌어안고 1분만 토닥이면 쉽게 잠들기도 한다. 살짝 까지고 긁혀도 엄마 보다 아빠의 위로가 중요한 하이.
하이에게 아빠가 소고기라면 엄마는 돼지고기요, 아빠가 서울특별시라면 나는 경기도 하남시 정도인데'엄마도'라니. 경기도, 제주도도 아니고 엄마도. 항상 2인자이자 조금 잘 나가면 쩜오인 나에게, 6년차 엄마 인생에 이런 날이 다 온다.
"하이도 말로 해줘야지이."
여섯살 애기한테 보채듯 아양을 떨어 기어이 "보물"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 말이 보물이다. 말 한 마디에 내가 귀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하이에게 나도 소중한 보물. 자신을 갖자. 나도 사랑받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