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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Sep 01. 2024

엄마 쏘고 튀어

아들 일기 :


 토요일은 정말 좋다. 아빠랑 엄마랑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 수 있다. 아침에 "오늘 어이니집 가? 안가?" 하고 매일 무여보는데 토요일 아침에 엄마 아빠가 " ." 하면 내가 "yeah~~~"하고 소이를 지은다.


 오느은 내가 총놀이 하자고 했는데 아빠가 가녁을 만드여 죠서 진짜 총 쏘는 것 같이 멋있게 총을 쌌다.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이 계속 나가지고 손이 자꾸 움지여서 빗나갔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역시 아빠가 최고다.




엄마일기 :


토요일 아침 남편한테 한 시간만 달라고 했다. 나의 쓰는 자리, 식탁에 앉아 타닥타닥. 선물 같은 이 시간을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은 조급했고 그만큼 손가락도 다.


두 변씨가 뭘 하는지 꺄르르 꺄르르 난리다. 웃음 소리에 행복, 재미, 즐거움, 흥미진진함 온갖 좋은 감정이 가득이다. 글도 글이지만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될 것만 같다. 고개가 들렸다.  


총을 쏘고 있었다. 총알은 새끼 손가락 보다 얇은 원기둥 형태인데 그 끝에 착 장치가 달려 있어서 매끈한 벽에 찰싹 달라 붙는다. 그 총알이, 내 얼굴에 박혀 있다.


액자를 과녁으로 쓰는 남편과 엄마에게 총구를 겨눈 아들

누구인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누가 나를 쏘았는가.  


이 사진으로 말하자면, 성장앨범 계약을 목적으로 제공된 무료 만삭 촬영의 결과물로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절대 넘어가지 말자고 남편과 진하게 입을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보여주신 사진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나머지 그 자리에서 거침 없이 계약서에 서명갈기고 기분 좋게 귀가하게 만든 그런 사진되시겠다. 보고 또 보며 벅차하던 그 밤, 카드 긁어 놓고 뿌듯해했던 그 날이 선명한데 세상 온화하게 품위 있시 웃은 얼굴, 미소 어디갔냐. 밖에 보인다. 품은 애미의 얼굴을 겨누고 그렇게 즐거웠던 것이냐.


문득 대학원 다니던 시절, 이 석사 논문이 학위 취득 외에 아무 쓰잘대기 없을 같지만 논문 표지로 쓰이는 하드커버가 라받침으로 그렇게 좋다고 논문 나오면 꼭 냄비 받침으로 써보라던 교수님의 조언이 떠오른다. 베일리수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과녁이 될 수 있다고, 얼굴에 총알이 박힐 수도 있다고.


무식하면 해맑다

아들 덕분에 5년 전 찍은 아들 없던 시절 사진을 들춰본다. 배만 불렀지 엄마가 된다는 것이 뭔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천진하다 천진해.  아무때고 낮잠 자던 시절, 외출 준비가 그렇게 힘들고 챙길 것이 많은 줄 몰랐던 참 좋았던 때. 기미도 없었고 팔자주름도 깊진 않은, 화장하지 않았다고 이렇게까지 아파 보이지는 않았던 창창했던 시절. 서른아홉 탱탱한 얼굴에 꽂힌 총알마냥 시간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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