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한 아이와 어머니를 마주쳤다. 커다란 눈이 참 예쁜 여자 아이. 여섯 살은 아닌 것 같고, 키도 그렇고 하이보다 한 살 많겠구나 싶었는데 하이가 쭈뼛거린다. 고개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하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가방" 한다. 가방을 열더니 괜히 물병을 가리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어쩌라는 거지. 엘리베이터는 금세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가방을 다시 챙겨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자동문을 지나 우리 차로 향하는데 하이의 시선은유치원에 다니는 눈이 예쁜 그 누나에게 쏠려 있다. 반했나?
"하이야. 저 누나 마음에 들어?"
아이고.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 젓는데 웃고 있다. 좋은가보다.
"하이야 잘들어. 그럴 땐 먼저 인사를 하는거야."
라고 했더니 하이가 최불암 아저씨처럼 '퐈' 하고 웃는다.
"그리고 나서 물어봐. 너 몇살이야? 그럼 누나가 '난 일곱살' 이럴거야. 그럼 하이는 '난 여섯 살이야'라고 하면 되겠지? 그러고서 '그럼 누나라고 부를게. 우리 같이 놀자.' 이렇게 말하면 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는 하이. 남편이 끼어든다.
"아니지. 너라고 해야지. '너라고 부를게' 이렇게."
"그러네. 그럼 하이야 '난 여섯살이지만 너라고 부를게. 우리 친구하자.'이래"
하이가웃겨 죽겠다는 듯이 계속 큭큭 댄다. 상상하고 있나. 저렇게 마냥 웃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이야. 이거 지인짜 중요한 거야. 선생님들은 이런 거 절대 안 알려줘. 어? 알겠지?"
소싯적 연하킬러 감이 너무 떨어졌다. 그렇지. 누나라고 하면 안되지.
하이야, 엄마는 연상 찬성이다. 지난 번엔 웬 여자애기 옆에서 밑도 끝도 없이옆돌기 했다며. 가방 까서 물병 보여주기 정도면 그래, 점점 발전하고 있어. 가방에다가 이제 티니핑 스티커를 가지고 다니자. 다음엔 물병 말고 그걸 꺼내는거야. 엄마가 너 제대로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