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말을 걸어왔다.

by 손사쁨

핸드폰이나 보고 있는 줄 알았던 남편은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전도사님의 말씀을 나보다 더 열심히 집중해서 들은 것 같았다. 하루 만에 내 기억에서 잊힌 전도사님의 말씀과 세세한 표현들, 그리고 그 말씀을 통해 남편이 느끼고 깨달은 것을 남편은 편지에 빼곡히 담아냈다.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완벽한 공동체’


남편이 새롭게 이해한 우리 가정에 대한 의미였다. 공동체로서 연합하고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는데 나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날 만큼 미안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연합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이다. 나에게는 ‘연합하지 못함’의 증거였던 '발가락과 오징어' 말씀이 남편에게는 ‘연합의 증거’가 되었다니. 같은 말씀 다른 은혜, 오묘하다.


결혼을 하면서 믿음 생활을 시작한 초신자 남편이다.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를 연약하고 부족한 존재라고 여기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남편이 나와 갈등을 겪을 때 본인의 부족한 점이 드러나고, 그럴 때마다 고치고 싶은 마음을 주시고, 그래서 기도하게 하신다고, 자신은 연약한 존재라고 표현했다. 나를 판단하고 평가하듯 말했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님 앞에 죄송하고 부끄러웠다고도 했다. 그리고 남편의 마음을 깊이 찌른 가사.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를 격려해 따스함으로 보듬어 가리'


나를 사랑으로 격려해 주지도, 따스함으로 보듬어 주지도 못했다고 남편은 고백했다. 찬양을 부르는 동안 마음이 아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내 자리로 와서 나를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그러면서 말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도록 하나님이 만나게 하신 완벽한 선물이라고. 하나님이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만든 가정이기에 우리는 완벽하고, 함께여야만 완벽한 것이라고 이제 서로를 격려하자고 했다.


남편은 나보다 세 살이 어리다. 쉽고 편한 것을 좋아하고, 미래보다는 현재가 중요한 사람이다. 생각을 깊게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싫어한다고 했었다. 그런 사람이 하필 나처럼 복잡한 여자를 만났다. 나를 만나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도 참 고될 텐데 그 수많은 글자와 문장 속에 나를 향한 원망이나 서운함은 없었다. 딱 하나, 부족한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것 외에 나에게 바라는 것은 없었다.


뇌를 잘 사용하지 않던 어린 남편은 처음으로 이런 말을 했다. 자신과 결혼해 줘서, 이렇게 나약한 사람과 결혼해 주어 고맙다 했다. 그리고 하나님을 알게 해 줘 고맙다고. 6년 만이다. 6년을 꽉 채우고 나서야 고맙다고 한다.


핸드폰 화면 속 작은 활자들이 일렁이고 눈물이 똡똡 식탁 위로 떨어졌다. 그 긴 편지를 단숨에 읽은 것도 같았고, 글씨를 처음 배운 사람처럼 글자 하나하나 몰입하기도 했다. 내용도 감동도 벅찼다.


소통하지 않았는데 완벽히 통했다. 주장하지도 설득하지도 않았다. 지적, 비판, 회유, 논쟁, 반박, 하소연도 없었다. 남편 스스로 모든 것을 깨달았고 인정했고 수긍했고 고백했다. 생각하고 깨닫는 지혜는 어디에서 왔을까. 기대하지 않은 일이 기대 이상으로 일어난 이 상황이 감사하고도 얼떨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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