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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May 30. 2024

글이 술술 써지는 음악

 타이탄들은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 반복적으로 듣는 음악이 있다고 합니다. 비록 타이탄은 아니지만 타이탄이 되리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글쓰기의 시작 의식으로 항상 음악을 틀고 있어요.


 왜인지 글을 쓸 때는 클래식을 들어야 할 것 같았어요. '쓰계'의 바흐, 모짜르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로. 오케스트라채워진 느낌이 부담스러워 피아노 연주곡 위주로. 그러나 너무 띠링땅땅하는 곡은 머리도 같이 띠링땅땅 튕겨지는 것 같아 여러 곡을 전전하다 바흐에 정착. 잔잔하게 반짝이는 느낌의 드뷔시도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깨달았어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걸. 좋은데, 분명 좋은데 즐거움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아쉬움에 클래식과의 동행은 멈추었죠.  


 그러다 이 세상 모든 사람 다 듣는 '에센셜(유튜브 음악채널)'에 발을 들였습니다. 여리여리 청초한 튤립 한 송이, 화면 중앙에 에센셜이라고 찍힌 언뜻 보면 인테리어 액자인가 싶은 사진 한 컷으로 감성 내뿜는 거기 그 채널. 구독자가 무려 138만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듣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이따금 댓글도 읽어 보는데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더라고요. 채널 이름을 보고 건방지다 생각했는데 에센셜이라는 이름을 걸 자격이 있다고. 동의가 되었어요. 진짜 깜짝 놀란 것은 에센셜 채널의 주인이 벅스 뮤직이었다는 것. 저만 이제 알았나요?


 에센셜과 한참 글벗으로 지내다 다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워낙 방대한 아니 세상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루고 있다보니 그 안에서 다시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야 했던 것. 금 같은 시간이 간다 간다 쑝 간다. 음악찾아 삼만리 방황은 또 시작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akKbiX2L-Q&t=1224s

출처 : 유튜브 essential; (가장 자주 들었던 플레이리스트)

                                                                                         

  짧은 방황의 끝, 두 개의 채널을 만났어요. Jazz hub(구독자 1.17만)와 브오라(Brilliant Audio library, 구독자 9.26만). 제가 뭐라고 유튜브 음악 채널을 추천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글쓰기 할 때 저처럼 음악부터 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 중에 저랑 비슷한 취향의 작가님들 계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추천하고 공유하고 싶은데 이 정도 이유면 글을 계속 이어나가도 되겠지요.      


 Jazz Hub에서 가장 자주 들은 플리는 푸른 잔디, 책, 평온 이라는 키워드로 이름지어진 것이었어요. 잔잔하지만 쳐지지 않아요. 쳐지면 아시죠? 사춘기 새벽감성, 시간 지나고 보면 삭제해도 무방한 썩은 드립 같은 글만 나오는거. 이 플리, 배경으로 깔아두기 딱 좋았어요.

https://www.youtube.com/live/QHt8s4s-UMM?si=6Udq_Q_2sHoRFZHW


 그리고 브오라는 정말 따끈따끈 갓 발견한 채널인데요, 이 채널 환상입니다. 그루브하다는 수식어가 붙은 플리 중 가장 완벽하달까요. 온전한 정신이지만 살짝 알딸딸한 느낌으로 고개 까딱이기 딱. 리드미컬 하지만 징지기자가자가 둠, 둠, 촤, 촤 하면서 붕붕 띄우지 않아요. 아는 노래가 아니라 절대 따라 부르지 못하고, 게다가 . 영어는 음악의 일부일 뿐 가사가 있어도 거슬리지 않지않숨꽈. 그루브한 음악의 최고 장점은 말이죠,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간지 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거예요. 퇴근길에 볼륨을 한 껏 높입니다. 그렇게 나의 글 엔진에 시동을 겁니다.


https://youtu.be/9X9m9D-1qiE?si=m2atTzc7ZK3vj3X9

https://youtu.be/f-DFYvN3nIw?si=h53cqa_QcOZIZ1IG

출처 : 유튜브 채널 브오라


 봄을 탔던 건지, 성과도 보람도 없이 나 자신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켜가는 시간에 질린건지 5월 한달 내내 저는 좀 별로였어요. 눈만 뜨면 기가 맥히게 6시 인데 이불 걷고 나오기까지 30분. 손모가지를 잘라내야 끝나지 싶을만큼 휴대전화에서 손도 눈도 떼지 못했어요. 살인자. 타임 킬러의 부활. 본래의 내 모습이, 나에게 배여있는 나쁜 습관이 다시 스윽 등장한 것이죠.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몇 가지 목표 아래 생산성을 위한 행위들로 시간을 채우고 나니, 나를 위해 시작한 이 모든 것에서 나만 쏙 빠져버린 느낌. 주객이 뒤집힌 거죠. 아무 이유 없이 목적 없이 목표 없이 그냥 좋은 거, 나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채워주는 어떤 것, 그게 필요하다는 걸 2024년 5월에 알았습니다. 그래서 찾고 싶었어요. 나를 즐겁게 하는 . 소소하고 소박하게 즐겁고 싶은데 뭘 해야 좋을지, 내가 뭘 좋아했는지 뭘 좋아하는지 며칠 고민이 되었는데 하나 찾았네요.


 어막.


 생각해보면 참 멍청합니다. 글 잘 써지는 음악이 어디있다고 그걸 그렇게 찾고 뒤지면서 내가 뭘 좋아했더라 고민하고 있으니. 귀와 몸에 착 감기는 플리 하나 찾고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취향 저격 당한 그거면 충분한데 말이죠. 글쓰기는 정말 나를 찾는 과정인가 봅니다. 잊고 잃었던 취미를 찾았으니까요. 이렇게 또 쓰다가 알아차렸으니 그쵸, 계속 쓰란 얘기인거죠. 아가씨였던 그 시절처럼 다시 음악을 듣습니다. 쓰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음악을.


 브런치야, 나 지금 너무 신나.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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