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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14. 2021

힘들다.

 일을 나선다. 마지못해 나선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는데도 흔들린다. 힘들다. 그럼에도 나간다.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를 안아 본다. 10개월 딸아이에게 뽀뽀를 쏟아붓듯이 하고 나선다. 집에서 아이나 같이 키우며 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나선다. 마지못해 나선 발걸음이지만 관성인지 뭔지 멈출 수는 없다.     

 


 지하주차장 한편에 자리를 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동료인 차에게 다가간다. 언제나 그렇듯 인사한다.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인 듯 인사한다. 고마워서 인사한다. 돈을 버는 발이 되어 주고, 순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는 차가 고마워 인사한다.      

 


 지하주차장을 나선다. 안식처를 벗어나 정글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은 좋다. 그래서 더 힘들다. 이렇게 좋은 날 정글로 뛰어들어야 하다니…. 그런 나를 보호해주듯이 자리를 내어 준 차가 부드럽게 도로를 치고 나간다. 다시 한번 고마움이 느껴진다. 팔을 내밀어 정글의 공기를 갈라 본다. 그 어떤 위험도 느껴지지 않는 공기다. 그래서 더 무섭다. 얼핏 보면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이지만 치열한, 잔인할 정도로 치열한 그래서 위험한 정글.     

 


 치열함을 잠시 식혀 주는 신호등의 빨간불 아래 다들 숨을 고르듯이 서 있다. 그 순간, 몸이 너무 아프다. 온몸이 쑤신다. 상반신은 상반신대로 불편하고, 특히 하반신이 힘들다. 혈관을 피곤함이라는 물질이 막고 있는 느낌. 다리를 주무르면 조금 나아지는 듯 하지만 그 순간에 짜증이 몰려온다.      

 


 정글로 나가기 싫다. 일하기 싫다. 쉬고 싶다. 자고 싶다. 아내와 아이랑 있고 싶다. 안식처인 집에서 바라보는 정글의 좋은 날은 정말 보기 좋을 텐데….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뀐다.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리와는 다르게 발은 액셀을 밟는다. 인지부조화다. 몸에 명령을 내리는 머리는 쉬고 싶어 하는데 발은 반대로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움직인다. 항명이다. 아니면 그런 생각들을 함과 동시에 발에겐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명령을 동시에 내리는 건가?      

 


 답답하다. 최소한의 방어막 같은 차 안이 순간 답답하다. 차 밖으로 나가는 순간 죽을 것 같은 느낌에 안전해야 될 공간이 처량해진다. 도착이다. 이제 내려야 한다. 물러설 수가 없다. 차를 돌려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그럴 용기가 나질 않는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이런 용기도 없다니 한심스럽다. 한심스러움을 강하게 찍어 누르는 현실을 핑계 삼아 정글 한 복판으로 뛰어든다. 이것도 용기라면 용기일 텐데…. 탐탁지가 않다. 탐탁지 않음이 뇌혈관을 채우는지 머리가 아프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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