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마치고 돌아갔다. 상의 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매니저가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크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일을 해야만 하는 급한 상황이긴 했는데, 처한 상황에 의해 쉽게 구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기대했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솔직히 의외였다. 매니저의 거부하는 불편해하는 눈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 전제 조건이 있었다. 예상하겠지만 매니저가 걸은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조건 또한 예상은 됐다. 나이 문제였다. 사장님과 이사님은 면접 후 나를 괜찮아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매니저는 나이 많은 나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에서 헤어 나오질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기가 매니저인 부분, 내가 나이가 많지만 자기가 나름 상사이니 잘 따라 주기를 바라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예상이 됐던 이야기라 생각할 것도 없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드디어 일을 시작했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를 바라보는 매니저의 불안한 눈빛이 너무 느껴졌다. 더 안타까운 건 그런 불안함을 감추려 하는 그 자체를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더 깍듯이 대했다. 이 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진심 어린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카페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내 미래를 위해서 그랬을 뿐이다. 그걸 구분할 정도의 매니저도 아니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더니 그제 서야 겨우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오해했다고 이야기까지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했다.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그 이후론 자신이 알고 있는 카페 업무 전반을 가르쳐 주는 데 있어 상당히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 나이가 있는 부분으로 인해 혹여 불편해질까 통제를 못할까 오해를 했는데 그렇지도 않고, 일머리도 있어 일도 곧잘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니 꽤 흡족해하는 듯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바쁜 주말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꽤 예전의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나질 않는다. 바쁜 주말이었고, 일이 많았기에 더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와 느낌은 기억이 난다. 카페는 1,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충에 음료를 만드는 바와 홀이 있고, 2층엔 홀만 있다. 매니저는 매니저라는 직책과 그 사람의 성향에 걸맞게 모든 음료의 제조과정과 서빙 등을 통제하려고 했다. 즉,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인드로 알바들을 관리해 왔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런 매니저가 있는 조직 속에 나이도 많고 나름 경험도 있는 여타 알바들과는 다른 존재인 내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의 발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들 괜찮겠지 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 바쁜 와중에 나는 2층에서 서빙을 전담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보다 어린 다른 알바가 손님을 응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실수를 했다. 바쁘기도 했고, 그 친구 역시 나란 사람의 존재를 봐 왔기에 급한 김에 나에게 상황 수습 요청을 했다. 상황에 대해 들어 보니 그렇게 큰 실수도 아니었고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을 듯하여 바로 처리했다. 그리고 손님과도 원만히 해결을 했다.
바쁜 상황이 정리가 된 후에 매니저에게 이런 일이 있었고, 바빠서 이렇게 대응했다고 보고(?)를 했다. 순간, 매니저의 분위기와 눈빛이 변했다. 뭐지? 싶었는데 다른 알바들은 많이 겪어 본 듯 슬슬 자리를 피했다. 난 특별히 잘못한 부분도 없고 수습도 잘 됐기에 특별히 피할 이유를 못 느꼈다. 설령 뭔가 잘못됐다 해도 피하진 않았을 것이다. 매니저가 대뜸 왜 그런 부분을 수습하기 전에 이야기하지 않고 처리했냐고 따져 물었다. 아! 면접 때 느낀 이 친구의 성향이 이런 거 구나하고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우선, 카페긴 하지만 나름대로 업무처리의 내부규정(매니저가 정한 규정)은 있을 테니 먼저 보고를 하지 않고 처리한 부분은 잘못했음을 시인하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어 상황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바빠서 그렇게 했다고 나름 항변을 했다. 정의의 사도는 아니지만 왠지 나에게 강하게 뭐라고 하지 못하는 부분을 처음 실수를 한 알바에게 괜한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여 부연 설명도 했다.
매니저는 알겠다고는 했는데 영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 이후로 핍박 아닌 핍박이 시작됐다. 한 번의 사건이었고, 분명히 사과도 했다. 그럼에도 나를 대하는 매니저의 태도변화는 막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웃기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내가 잘하는 행동이 있다. 업무적인 부분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다. 그리고 상사로서는 깍듯이 대하지만 그 외 인간적인 부분에선 철저히 외면했다. 주어진 업무를 넘어선 일도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이렇다 할 불만 없이 수행해 냈다. 그리고 다른 알바들과는 더욱더 친분을 쌓아갔다. 매니저는 그 어떤 딴지도 걸 수 없었다. 아마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참기 힘들었는지 매니저는 이런 상황을 이사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과 이사님이 있었지만 사장님은 설계사무실에 집중하셨고, 카페 업무는 이사님의 소관이었다. 이사님이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매니저의 핍박을 되받아치기 위해 일 열심히 하고 다른 알바들하고는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이사님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부딪힌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매니저의 성격을 이야기하면서 본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이 서툰 것 같다고 했다. 나이가 조금 더 있는 나에게 이해를 바랐다. 괜찮다고 알았다고 했다. 매니저의 성향과 성격 등을 충분히 파악한 상황이라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린 매니저는 그런 성격에 갇혀 있는 건지 도무지 마음을 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그때 나름대로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해도 되겠다 하고 판단이 돼서 바쁜 와중이라 그냥 처리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독단적으로 처리한 부분은 여하튼 잘못했다고 사과를 또 했다. 매니저도 이해한다면서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뒤 이어 그럼에도 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를 이사님 역시 감지하고 있었다. 다시 이사님과 면담을 하게 됐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매니저가 다소 과한 부분이 있음을 이사님도 인정했다. 그런데 나보다 같이 해 온 시간이 있었기에 쉽사리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어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잘못을 떠나 결과적으로 불편한 상황까지 왔는데, 선택 혹은 결정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특별히 잘못했다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함께 한 시간이 긴 매니저를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나가라는 소리다. 나왔다. 어이도 없고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자존심상 더 버티기도 싫었고 짜증이 났다.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