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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04. 2021

사명

 돈을 벌고 싶은가요? 성공하고 싶은가요?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성공의 의미는 다를 겁니다. 정말 다양한 의미의 성공이 있을 겁니다. 지구 상에 사람이 80억 명 정도가 있다고 하니 성공의 의미도 80억 개 정도가 있을 겁니다. 그 많은 성공의 의미들은 어느 정도 일정한 범주 아래 묶을 수 있을 겁니다. 


 자기 전문분야에 있어 일인자가 되는 것, 권력을 쥐는 것, 명예를 드높이는 것,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그게 무엇이든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혹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다소 부족하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사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일인자가 돼 성공하고, 권력도 얻고, 명예도 얻으며 돈도 많이 버는 것, 그냥 어떤 방법이 됐건 돈 많이 버는 것 등…. 정말 많을 겁니다.     

 


 혼자 한 번 생각을 해 봐도 되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재미있을 겁니다. 정말 다양한 의미의 성공을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게 될 겁니다. 그중에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돈을 버는 것과 성공하는 것. 성공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 이 두 가지를 등치, 그러니까 완벽하게 같은 것이라고 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조금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딱히 반대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돈 많이 벌면 좋습니다. 넓은 집에 아주 비싼 외제차를 끌고, 명품 옷을 입고, 일을 하지 않아도 삶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돈. 가끔 아니 자주 꿈꾸지 않습니까? 안 그렇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일을 열심히 해 돈을 벌든지, 기회를 잘 잡아 대박을 치든지, 아니면 로또가 되든지 등의 꿈을 꾸는 나 자신이 싫기도 합니다만 한 편으론 그런 막연한 기대로 팍팍한 삶을 버텨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느껴지겠지만 성공을 이렇게만 생각하기엔 다시 말해 돈을 버는 것으로만 의미를 축소해서 보기엔 뭔가 조금은 아닌 거 같습니다. 불편합니다. 불편을 넘어 조금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자. 뭘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스스로가 일을 열심히 한다는 부분이 모든 사람이 인정해주는 의미의 열심인지는 따져 봐야 할 문제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열심의 정도가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합니다. 우리 모두는. 물론 이 나름대로가 문제긴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그 나름의 정도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래도 일단 그 나름의 정도는 제쳐두고 열심히 일을 합니다. 도대체 뭘 얼마나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건지….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젠 60~65세에 은퇴도 못 합니다.      

 


 기회를 잘 잡아서 대박을 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불편하고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기회를 도대체 언제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솔직히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수상하여 평소엔 관심도 없는 경제뉴스나 경제 관련 프로도 보고 듣곤 합니다. 주식이 채권이 어쩌고 저쩌고 듣긴 듣습니다. 대충 이해도 됩니다. 대충 이해해서 문제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하면서도 막상 대박을 칠 기회를 잡기 위해 무언 갈 해 봐야지 하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그런 사람들, 기회를 잘 잡아 대박을 쳤다고 이렇게 하면 나처럼 대박 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은 매체나 경로를 통해서 보게 됩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딴 세상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대박을 냈다고 성공을 했다고 따라 하면 된다고 하니 혹하는 마음에 따라 해 보기도 하는데 보통은 뭔가 맞지 않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종국엔 진짜 막연하지만 로또 당첨을 꿈꾸게 됩니다. 꿈속에서 조상님이라도 나올라 치면 바로 로또를 삽니다. 꿈속에서 숫자 비슷한 거라도 보면 그거 4번이라고 4번이 맞을 거라고 자기 합리화하면서 로또를 사서 4번에 마킹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합니다. 혹여라도 걱정은 제쳐 두길 바랍니다. 로또 중독은 아니고 로또에 목을 매지도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일을 하기는 하는데 언제까지 얼마만큼 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대박을 칠 기회를 잡으라는데 나만 빼고 다 잡는 거 같고 답답하니까, 가끔은 음모론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로또는 모두에게 공평한 확률게임이니 막연하지만 또 혹시 하는 마음에 5천 원, 만원 버릴 거 알면서 사게 됩니다.      

 


 그래도 불편하고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공의 한 가지라 할 수 있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늘 고민이고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러움을 줍니다. 왜 이리 불편하고 고통스러운지 계속 생각해보니 정답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답이라고 부를 만한 아니 답과 조금은 비슷한 무언 갈 찾아내기는 했습니다. 찾았다기보다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너무 관념적인 이야기라 그런 소리 누가 못하나 하면서 그냥 무시했던 이야기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하나의 계기를 통해 다시금 떠올린 겁니다.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본 것도 아닙니다. 다큐를 소개하는 영상을 봤을 뿐입니다. 다큐의 제목은 [인사이드 빌 게이츠]였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고 보신 분들도 많은 다큐일 거 같습니다. 소개 내용 중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솔깃해할 만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겠지만 빌 게이츠의 재산이 얼마다. 그 재산에 의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하루에 몇 십억이 생긴다. 이 부분을 보고 나는 이리저리 발버둥 치다 힘들어지는 순간에 로또나 당첨돼서 50억 정도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그저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몇 십억이 생긴다니 자신이 초라해짐과 동시에 현실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로또가 되든 어쩌든 50억 정도가 생기면 이걸 살까 저걸 살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 상상은 하도 자주 해서 이미 계획은 다 세워져 있습니다. 내 수준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는 달랐습니다. 물론 그도 돈이 워낙 많기에 이거 저거 갖고 싶은 거 다 갖고 난 후에 무언가 남다른 일을 시작한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그건 바로 사명이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명을 아느냐 모르느냐. 잘 모른다 할지라도 그 사명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바로 돈을 벌 수 있고 없고의 차이, 성공을 하고 못하고의 차이, 더 나아가서 돈을 제대로 쓸 수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는 사명이 있었습니다. 이 많은 돈, 이 세상을 위해 써야겠다고 하는 사명.      

 


 물론 빌 게이츠가 돈을 벌기 전, 성공하기 전, 또는 돈을 벌기 시작한 순간, 어느 정도 성공의 반열에 올라섰을 때부터 본인의 돈과 성공을 세상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돈이 너무 많아 이거 저거 다 쓰고도 남아돌아 세상을 위한 사업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역시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사명이 없었습니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손톱만큼이라도 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렇다 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없이 살았고, 지금도 만족할 만큼 풍족하지 않기에 돈이나 많이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어떤 하나의 명확한 명령 같은 전제가 없으니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입만 벌리고 있었던 겁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그냥 사과가 하나 딱하니 떨어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모든 의지, 노력, 경쟁 그리고 사명 이딴 거 다 치워버리고 떨어진 사과 부여잡고 놀고먹고 남은 생 편하게 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판타지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린 아니 최소한 나는 사명을 찾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세상을 위해 무언가 의미 있고 남다른 무언 갈 해야만 하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그게 누구든 무엇을 하든 어떠한 사람이든 이 세상을 이루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존재 자체로서 사명을 다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부디 사명이란 단어에서 세상을 위한 자기희생 등의 단어만 떠올리지 않길 바랍니다. 그저 삶에 있어서의 강력한 명령, 다른 사람의 명령이 아닌 내가 나에게 내리는 명령, 세상에 내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그런 명령의 의미로서 사명을 이해하고 찾아가고 실천해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사명을 찾는 다면, 그 의미와 크기가 크건 작건 사명만 찾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명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과 맞닿는다면, 우린 말 그대로 성공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끝엔 나 자신이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함이 아닌 말 그대로 세상에 촛불만큼이라도 빛을 비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기대마저 해 봅니다.     


여러분의 사명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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