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는 커피 이야기

by 이야기하는 늑대

30대 초반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조금은 늦은 나이에 커피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 내 삶 속에 이렇게 커피가 자리를 크게 차지할 줄은 몰랐다. 대학시절에 군대 전역 후 복학 전에 알바를 찾다 우연찮게 카페 알바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커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전무했었다. 믹스커피도 별로 먹어 본 적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알바를 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카페에서의 일 자체가 재미있었다.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내는 바리스타로서의 모습에서 판타지를 엿봤다고 하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그런데 그랬다. 커피를 만들어 내는 그 순간의 황홀함, 분명히 황홀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 힘에 부치는 상황 속에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만들어 모든 손님에게 제공했을 때의 그 뿌듯함, 내가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경험이 주는 만족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피를 배우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행복했다. 나란 사람을 가만히 보면 배우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재미있는 거리를 제대로 찾으면 상당히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커피가 그런 만족과 행복을 줬다. 지금은 커피를 하고 있지 않지만 커피는 내 마음 한쪽에 상당한 방의 크기를 만들어 자리하고 있다.


대학시절에 3년, 30대 초반부터 5년 정도 근 8년간을 커피와 함께 했다. 내 삶 전체의 5분의 1 정도의 시간, 성인이 된 시점부터 생각하면 3분의 1 정도의 시간을 커피와 함께 했다. 내 삶의 일부를 충분히 커피와 함께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키워 온 것 중에 하나가 커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커피를 지금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어쩌면 불행이기도 한데, 현실이란 것이 또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지금은 우선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언젠가는 다시 커피를 할 것이다. 물론 꼭 카페를 열겠다, 그런 의미는 아니다. 조금 더 다양한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내 삶 속에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는 커피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커피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전달하려고 했다. 단순히 커피를 소개하는 정보성 글은 많으니까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커피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면 더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돌아보니 커피이야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글이었다. 내가 잘났다고 내가 맞다고 살아온 삶이었는데, 참 못났고 많이 틀린 삶이었다. 조금만 더 겸손했으면 조금만 더 상황을 넓고 크게 봤으면 더 원만하게 더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그런 시간이었다. 더불어서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당시엔 보이지 않았지만 나이도 더 먹고 또 내용을 글로 정리해 돌아보니 내 실수와 단점이 잘 보였다. 물론 이러저러한 상황도 있었고 모든 것이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얼마든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배워 가는 거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역시 삶의 한 모습일 테니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 이야기의 첫 문장이 ‘내 삶 속엔 커피 향이 난다.’였다. 커피 향이 나는 건지 커피 향이 났으면 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커피 향이 날 수도 있고, 났으면 하는 바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내 삶 속엔 커피 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