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해 보면 이전 글에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시누올케 사이인 사장님과 원장님이 함께 운영하는 학원이다. 둘의 위치가 동급인지 혹은 누가 조금 더 위인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사장님은 학원을 비롯한 사업운영 전반을 담당했고, 원장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커피 자체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느낌이었다.
조금은 신기한 아니 독특한 일이다. 보통의 시누올케라면 사이의 좋고 나쁨을 떠나 딱히 가까이 지낸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사이다. 그런데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피를 섞은 형제끼리도 하지 말라는 사업을, 죽고 못 사는 친구끼리는 더더욱 하지 말라는 동업을 하고 있다.
시작을 들어 보니 소위 ‘쪽 가게’ 시절부터 같이 했다고 한다. 쪽 가게라 함은 바른 표현은 아닐 텐데, 한 두 평 남짓한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아주 작은 가게다. 집기들과 한 두 명 정도 들어가면 꽉 들어차는 그런 가게 말이다. 처음부터 학원까지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게가 상당히 잘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여차 저차 해서 학원까지 운영을 하고, 더 나아가 프랜차이즈도 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의 그 가게가 프랜차이즈 1호점이었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바닥부터 시작해 나름의 규모를 만들어 낸 그런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이 다 처음인 그런 학원이었다. 작은 가게만 운영하다 무슨 연유로 학원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학원 운영은 둘째치고 커피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커피협회와 협약을 맺어 학원 자체 내에서 바리스타 자격시험까지 보는 학원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커피 강의도 나가고 있었다.
학원 운영에만 국한하지 않고 작지만 카페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프랜차이즈까지 시작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프랜차이즈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간판 그러니까 브랜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매뉴얼 화해야 하는 작업이다. 메뉴 종류, 레시피, 집기 종류, 물류 등 모든 것을 정리해야 되는 작업이다. 물론 개인사업자로 매장 하나를 운영할 때도 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규격화라는 측면에서 차원을 달리 한다. 그 모든 과정을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워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내가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을 즈음에 전국적으로 30여 개의 매장이 있었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다른 지역에 분원까지 내게 됐다. 학원 운영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오픈에 조금 더 도움이 되고자 지역 본부 개념의 학원을 낸 것이다. 그래서 커피를 매개로 하는 정말 다양한 일을 엄청나게 많이 하고 배웠던 것 같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본적인 학원 운영 그러니까 커피를 가르치는 일, 대외적인 커피 강의, 프랜차이즈 교육 및 오픈 그리고 관리를 했다. 거기에 더해 분원까지. 분원을 낼 당시에 해당 지역에 열흘 정도 숙식을 하면서 도왔다. 그리고 본원과 분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필요한 업무를 지원했다.
커피 자체에 빠져 살면서 커피와 관련된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배웠다. 바라마지 않는 그런 삶이었다. 그리고 잘만 하면 나 스스로의 발전이란 측면도 상당 부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걸 증명하듯이 학원에서의 수강생 교육 그리고 프랜차이즈 부분에서 사장님들 교육과 관리는 내가 담당을 했다. 즉, 구분을 하자면 교육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관리한 팀장 격이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의 팀장에 비한다면 급여 수준 등 여러 가지에 있어서 비교할 수준은 못 됐지만 여하튼 그랬다.
그런데 이때부터 슬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내가 문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장님과 원장님이 작은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알바가 두 명 있었다. 내가 일할 당시엔 두 명 다 학원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한 명은 커피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 관여를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행정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사장님, 원장님과의 관계도 여느 직원들과 달리 보다 돈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동고동락해가며 여기까지 온 관계이니 그런 부분들이 그렇게 과하게 다른 직원들이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묘한 기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학원 운영과 전국단위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곳이었지만 직원은 나까지 포함해서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분원을 내면서 15명 정도까지 인원이 늘어난 것 같았다. 사장님 그리고 원장님도 포함된 인원이다. 이 작은 인원 규모에서도 라인이 형성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냥 그런 것 같다. 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사회社會’를 이룬다고 하는 건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라인은 이랬다. 거창하지만 창업 멤버라 할 수 있는 두 명의 직원 중 커피와 관련된 부분을 담당한 직원과 행정을 담당한 직원이 서로 다른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커피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무래도 앞으로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뭐랄까 그에 수반되는 자잘하면서도 귀찮은 하지만 상당히 많은 분량의 일들을 행정을 처리하는 직원에게 떠넘기는 인상을 받았다. 그로 인해 행정을 담당한 직원의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님을 대화나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사장님과 원장님은 은연중에 묵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명목은 대충 학원 성장과 프랜차이즈 확대를 위해 우선은 참아 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이었으니 나름 이해가 되긴 했지만 그 직원의 스트레스가 보통을 넘어선다는 것이 문제였다. 커피를 담당하는 직원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는데 무시하는 건지 개의치 않고 일을 했다. 게다가 커피를 담당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과 함께 시작했지만 본인이 조금 더 위에 위치하려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나는 어디에 섰느냐 하면 당연하게도(?)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 라인에 섰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주로 담당한 업무는 커피 교육이었다. 그렇다면 커피를 담당하는 직원 라인에 서는 것이 어울리다 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싫었다. 동급의 위치가 분명한데 은연중에 위에 서려는 듯한 그 직원의 자세와 그 부분을 우선은 학원과 프랜차이즈 성장을 위해 묵인하는 사장님 그리고 원장님의 모습이 싫었다. 정의의 사도 뭐 그런 건 아니었다. ‘정의’를 외칠 만큼 나란 사람이 그렇게 정의롭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온갖 고난과 역경을 정말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성장시켜 온 사장님과 원장님이 존경스러우면서 부럽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이렇게 키울 수 있다니 배울 점도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고, 그 희생의 가치가 일정 부분 묵살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직원은 그만두게 됐다. 자연스레 나는 두 라인의 대척점에 서게 됐다. 나도 참 뭐랄까 인생 고달프게 사는 편인 것 같다. 적당히 넘어가도 될 문제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직원의 퇴사 이후로 커피를 담당하는 직원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커피를 담당하는 직원이었으니 나름 커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뒤늦게 커피를 시작했지만 커피에 대한 생각이 만만치는 않았다. 대학시절 이후에 단절이 있었지만 현장에 있었던 시간도 꽤 됐고,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그리고 학원에서 일을 하면서 그 공부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런 나와 그 직원이 커피에 대한 가치관이 같았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게 조금 달랐다. 안 그래도 그만둔 직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직원 라인에 선 나였는데 커피에 대한 가치관마저 달랐으니 안 부딪히는 게 더 이상할 상황이었다.
일정 시간이 흐른 시점에 사장님과 원장님이 그 상황을 알게 됐다. 지난 카페에서도 경험했지만 조금 더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된 그 직원의 편에서 나를 평가하고 바라보는 두 분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부 직원의 편에 서서 역시 일부 직원의 상황을 외면하는 모습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곳이라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면접을 볼 당시의 사장님의 도전적이며 적극적인 모습의 어두운 면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미 나이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시점이었고, 일 자체는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텼다. 그런데 버티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버티는 상황을 사장님이 두고 보질 않았다. 나의 실수 그리고 내가 맡고 있는 부분에 대한 부족한 상황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실 내 실수라기보다는 내가 맡고 있는 부분에 대한 부족함이 컸다. 나는 개인적으로 실수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면 버티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실수를 최소화한다. 하지만 내가 맡고 있는 부분을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하다 보니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나는 실수가 없는데 다른 직원들이 실수해서 그렇게 됐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여럿이 무언 갈 함께 하다 보니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했고 수습이란 측면에서 나 개인의 역량을 넘어선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 부분까지 내가 어떻게 다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마음먹고 파고드는데 이건 뭐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참 바보 같았다. 나가라는 이야기인데 그걸 버티려 했으니 뭘 어떻게 해도 꼬투리는 잡혔을 것이다. 결국 내 발로 나오긴 했으나 잘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