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생 2

by 이야기하는 늑대

바리스타 자격증이 2개나 된다. 사실 그렇게 필요한 자격증은 아니지만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돼 버렸다. 학원에서 일하기 전 카페에서 딴 자격증과 학원에서 수강생들에게 주는 자격증의 협회가 달랐다. 그러니 다시 학원과 협약이 돼 있는 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밖에 없었다. 협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 달랐지만 큰 틀에선 같은 내용을 다루었기에 자격을 취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학원에서 자격증 시험도 자체적으로 치렀다. 그러다 보니 수강생들에게 보다 자세히 가르쳐 줄 수 있었다. 과정 복습을 위해 수강생들이 동영상을 요청해 실기과정 전반을 내가 모델이 돼서 촬영해 공유하기도 했다. 커피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같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학원 홍보를 위해 블로거에게 학원을 소개하면서 가볍게 핸드드립을 가르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 역시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학원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요한 업무를 많이 맡아서 진행했다.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면 사실 주말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학원은 주말을 쉴 수 있는 상대적인 장점도 있었다. 물론 토, 일요일을 다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토요일엔 주중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수강생들이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부분만 지원해주면 되는 업무였고, 격주로 다른 직원들과 돌아가며 출근해서 부담도 덜했다.


학원은 겉에서 보이는 규모에 비해 상당히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지역에 있는 백화점 문화 센터 강의도 있었다.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커피를 하는 것 자체도 좋아했지만 사람들 앞에 서서 강의하는 것도 상당히 좋아했다. 거기에 더해 은근히 있어 보이는 백화점 문화 센터 강의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강의를 나간 것 같다. 주요 대상은 주부들이었는데, 주부들에게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강의를 하는 내 존재 자체가 인기가 있었다. 혼자만의 착각이 아닌 원장님이 인정해 주는 부분이었다.


문화 센터 강의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강의에도 출강을 나갔다. 한 번은 이론수업을 위해 기업으로 갔고 한 번은 커피 만들기를 위해 대학생들이 학원으로 직접 오는 형태였다. 기본적으로 학원이었기에 배우러 오는 수강생들을 가르쳤고, 더해서 다양한 형태로 커피 강의를 했다. 커피와 관련된 전문적인 경력이 쌓여 가는 것 같아 일은 힘들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학원이 다른 지역에 분원을 냈는데, 해당 지역의 도서관과도 협의를 해 커피 강의를 나가게 됐다. 대상은 지역 주부들이었다. 원장님은 바로 나를 추천했다. 추천에 부흥하듯이 열심히 강의를 했고, 상당한 호응도 얻었다. 이 전부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걸 넘어서 자신감까지 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커피 강의는 개인적으로 커피 이론에 대한 지식을 쌓아 가는 과정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있었고, 새로 배워 가는 것들도 상당했다. 그리고 학원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무도 지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카페 현장에 대해서 보다 많이 배우게 됐다. 우선 프랜차이즈 메뉴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카페에서 일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메뉴 그리고 기존의 메뉴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정도로만 커피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학원에서 프랜차이즈 본사도 겸하고 있었기에 말 그대로 메뉴를 개발해야 했다. 이 부분은 커피뿐만 아니라 카페 음료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카페를 창업하고자 하는 사장님 교육과 카페를 오픈할 경우에 출장을 나가 숙식을 하면서 일주일간 오픈 지원을 했다. 상당히 부담도 되고 떨리기도 하는 업무였다.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장님들은 모든 걸 걸고 오시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혹여 라도 누가 되는 행위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원 업무 기간 내내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배우는 건 정말 많았다. 내가 하는 건 아니지만 카페 인테리어 기본도 배우고, 기기와 집기를 어떻게 배치해야 효율적인지 등도 배웠다. 오픈하기 전에 본사를 겸한 학원에서 사장님들에게 기본 교육을 시키지만 오픈한 매장에서 다시 교육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여러 기기들 중에 제일 중요한 머신 설치 후 세팅을 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카페 커피 맛의 기본을 잡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카페에서 오래 일을 하면서 커피를 거의 물 마시듯이 해서 웬만큼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자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머신 세팅 작업을 하는 동안엔 정말 많은 양의 에스프레소 맛을 봐야 했다. 이 작업을 하는 날은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만큼 커피를 그것도 가장 진하다고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다.


정말 다양한 업무를 했다. 커피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했다. 앞에 이야기한 것 외에도 많은 업무를 했다. 많은 걸 배웠다. 카페 창업을 도와주고 끝이 아니라 오픈한 매장 관리도 해야 됐다. 그래서 전국을 돌며 매장관리도 했다. 학원에서 수강생을 가르치고, 기업과 연결된 대학생 강의를 하고, 백화점 문화 센터 출강을 나갔다. 지금 생각이 났는데 중학교에서 방학을 활용해 과목 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육도 진행을 했다. 그중에 커피 교육도 있었고, 그 강의까지 나갔었다. 하는 일에 비해 급여는 많이 받지 못했지만 커피를 배울 수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상쇄됐다. 온몸과 마음에 커피 경험이 꽉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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